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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현실적으로 통일에 대해서 논의하려면
게시물ID : sisa_423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론주의
추천 : 6
조회수 : 434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08/01/21 14:17:39
갑자기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 논란이 생겼네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자랐고,
통일은 절대선이고 당연히 추구해야할 가치로 믿고 있습니다.
아니, 좀 심하게 말하자면 세뇌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그것도 문제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통일은 실현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마치 달을 쳐다보면서 '우리는 달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해'라며 그 열망을 키우고, 결의를 다지기 위한 수단이자 이념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단순히 추구하기 위한 이상(이데아)이 정말 실현가능한 현실의 문제가 되면 좀 달라집니다.
현실은 이상처럼 아름답지 않습니다. 새로운 갈등과 문제가 생기고 이를 '현실적인 비용'을 들여서 해결해야 합니다. 즉, 이제는 우리가 '통일'이라는 '이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통일을 과연 해야할까..?'하는 의구심을 품은 것만으로 문제제기자는 무수한 반대와 비난댓글과 아이피신고까지 당하는 걸 보면서, 저는 거꾸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가..하구요.
만약 현재 소득세율이 약 30%정도 되는데 통일세 명목으로 북한동포들의 자립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30%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지지하시겠습니까..?
통일 후 북한동포들에게 선거권을 줘야할까요? 그럼으로 인해 남한의회에까지 김정일을 수반으로 하는 다수당이 영향력을 갖게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지지하시겠습니까..?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 극도로 심한 문화적, 사상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누려왔던 표현의 자유 등이 대폭적으로 제한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지지하시겠습니까..?

저도 제가 예시하고 있는 것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리고 통일이 된다고 꼭 그런 일들이 생기겠느냐..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통일을 추진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실 것도 예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통일'을 '절대선'이고 '어떤 희생에도 불구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로 규정짓는 것은 모순입니다. 만약 '통일'만이 '절대선'이라면 우리는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합니다. 심지어 북한이 남한을 흡수통일하고 남한이 김정일 정권의 지배를 받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는 것에는 그 바탕에 기본적으로 '남한이 주축이 되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습니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분이 통일로 인해 발생될 경제적 득실을 거론한 것에 대해 '통일은 당연히 추구할 민족적 사명인데 거기에 경제 논리를 끌어들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통일을 위한 어떤 현실적 논의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그런 논리로 말한다면 통일은 당연히 추구해야할 민족적 사명이니 남한이 김정일 정권 지배하에 들어가는 통일도 용납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온라인에서 직접 쓰다보니 말이 좀 길어지고 중언부언하는 감이 좀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우리는 통일을 좀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고 또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말입니다. 

요즘 오유에도 조선족불법체류자에 대한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제가 깜짝 놀란 것은 그들은 대부분 사회적 소수이며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글들에서는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나쁜 행동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을 그런 글들이 오유에서 상당한 공감(추천)을 얻으며 베스트게시물에 간다는 사실입니다.(저는 오유인들은 디씨나 웃대와는 달리 좀더 이성적이고 표준적인 한국인상을 투영한다고 믿고 있습니다.)우리나라에는 조선족 뿐 아니라 적지않은 탈북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융화되어 살아가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상당부분 사실입니다. 말투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여유도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묘한 경계심을 드러내게 됩니다.

제가 아는 분이 탈북자분과 식사를 했는데 그 탈북자는 전골 종류 같은 가운데 놓고 다같이 나눠먹는 음식은 음식점에서 안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같이 나눠먹는 것은 왠지 자기 걸 뺏기는 것 같아서 싫다며 딱 된장찌게 1인분 이런 식으로 자기 몫을 무조건 챙기려고 한답니다. 물론 어렵게 살아온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런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들에 놀라셨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우리나라 기업에서 일을 하는데서도 드러납니다. 잔업수당 안주면 일 못하겠다고 하고 자기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경계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가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자라고 욕하는 조선족들과 상당 부분 비슷합니다.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와 쌀 지원해주는 것만 갖고도 남한에서 세금거둬다가 북한에 다 퍼주고 있다고 욕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입니다. 말로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통일'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고를 보다 유연하게 하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막연히 '통일을 하자'가 아니라 '우리는 통일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또 무엇을 잃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통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가치를 위해 현재 내 삶의 어느 정도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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