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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꿈
게시물ID : readers_48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이킨사이다
추천 : 1
조회수 : 2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07:56:00

'뭐해'

친구에게 온 카톡.

'어디서 볼까'

생뚱맞은 답장을 한다.

'도착하면 전화할게. 맞다. 너 전화 정지지? 집으로 전화한다.'

'그려'


'뭐해'라는 2글자의 문장으로 술약속이 잡혔다.

25년의 불알친구 사이에서 '뭐해' 는 술일뿐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뒤


"야이 ㅅㅂ놈아, 재석이 새끼도 부모님 이혼하고 하는 일 안되서 불쌍하지만 너 새끼는 능력이 된다는 새끼가

 일년넘게 쳐 놀고만 있고 뭐하는거냐? 재석이는 불쌍하기라도 하지. 너는 ㅄ아 쓰레기같이 쳐박혀 살래?"


어김없이 술자리에서 주혁이한테 욕을 먹었다.

욕 할만하다. 욕먹는건 싫지만 이 술자리가 좋다.


생각해보니 1년을 넘게 놀았다. 내 나이 28세 전직 야구선수이자, 요리사였고 한때는 인디밴드의 베이시스트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짧은 28년, 꿈을 쫒았던 3가지 직업

지금도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쫒는 나를 보면 친구들은 물론 친척들도 혀를 찬다.

허리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돈이 안되어 음악을 그만두고 돈을 벌려고 요리를 했었지만

항상 꿈꿔왔던것은 20%도 이룬게 아무것도 없었다.


"야이 ㅅㅂ놈아 대답을 하라고, 언제까지 쳐놀면서 내가 사주는 술만 쳐마시면서 뒤룩뒤룩 살만 쪄갈꺼냐고 이 개새끼야!"


주혁이가 하는 말은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야 귓구녕에 ㅈ박았냐? 아님 듣고 한 귀로 흘리냐?"


무어라고 대답을 해야하는데...


"주혁아 너 좀 취한거같다. 우리끼리만 있는것도 아니고 다른 손님도 있는데 목소리 좀 낮추자."

"그니까 대답을 하라고 새끼야, 뭐가 문제여서 니가 이러고 노냐고"


머릿속에 있는 답안이 쉽게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대답을 하려고 한다. 근 1년간 한번도 말하지 않은 얘기를


"주혁아...ㅅㅂ. 나 솔직히 ㅈㄴ 힘들다? 영화를 하고 싶은데 그것도 돈 안될거 뻔히 생각하고 꿈꿧는데

 장남이니까...집이 힘드니까... 분명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했을때는 돈 생각하지말고 여지껏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꿈들 

 생각하면서 이거는 꼭 잡고 힘들어도 해야지 하면서 시작했는데 그 페이라는게 돈이라는게 가난이라는게 너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나마 일정 월급이라도 받는 방송쪽 생각해서 지원하려고 해도 ㅅㅂ 그놈의 사상이 뭔지, 꼴에 정의는 지키고 싶다고 

 정부에 휘둘리는 방송국은 절대 안가겠다는 ㅈ같은 생각은 왜 마음에서 지워지질 않냐... 

 근데 이제는 겁난다. 아무것도 못할까봐...1년새에 맨날 소주 2병3병씩 까면서 20kg이상 쪄있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면

 누가 나를 뽑을까 하는 생각은 기본으로 든다."


주혁이가 내 말을 한마디도 끊지 않고 다 듣고 있다.

방금 전까지는 나에게 신랄하게 욕을 했는데..

너무 고맙다..


"나 요즘에 오죽하면 다 때려치우고 주방이나 다시 들어갈까 한다..."

"야이 ㅄ새끼야 너 그거 싫데며 다시는 칼잡기 싫데며"

"요즘 내 심정이 그렇다..."


한잔 두잔 세병 네병 쌓여간다.


"너랑은 다시는 술 안쳐마실란다."


그래봤자 일주일뒤면 연락할 놈이..





집인가...?

머리가 아프다.

포장마차에서의 기억이 다인것같다.

창밖이 어둡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12월 12일 19시 32분
7% 남은 내 스마트폰에서 밤새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다.

임재범 -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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