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런 게지요
비가 방문할 때
한 아름 저승꽃을 피우는 소리가
온 세상 땅바닥에서
따그당 따그당 요란스레 울릴 때
소금기 밴 물방울이
여기저기 할 것 없이
둥골레 몽골레 메치고 맺힐 때
태양은 암연하고
흙은 진하고 과실은 무르고
음식은 쉬이 썩어 초파리가 들끓듯
사람 마음도 빛을 잃고 눅진해지고 짓물리고
해묵은 상처가 곪아 터지는 게지요
비가 오면 그런 게지요
한여름 사이로 성둥 뛰쳐든
그리움을 배달하는 물빛 우체부
곯은 눈물내와 흙발자국 쥐여주고 간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닮은
그것은 장맛비 문 두들기는 소리
이 비가 그치면
저어기 그리던 님이 오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