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또래' 원조교제족…노예교제 확산
'또래 원조교제 혹은 노예교제?'고교 2년생인 김모군(17)은 요즘 저녁시간대를 이용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용돈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가 '취업전선'에 나서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여자친구의 휴대전화 사용료를 대신 내주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 또 다른 김모군(17). 얼마전 여자친구를 사귄 이후부터 늘 주머니 사정이 빡빡하다. 데이트 비용은 물론이고, 여자친구의 마음을 붙잡아두기 위한 선물도 간간이 사야 하기 때문에 용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께 용돈 인상을 건의해 봤지만 오히려 감시의 눈길만 늘었다.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빨리 나타나기만 바랄 뿐이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교제의 조건으로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명 '또래 원조교제'가 확산되고 있다. 데이트 때는 으레 남자 쪽에서 돈을 많이 쓰기 마련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요즘의 '또래 원조교제'는 차원이 다르다.
청소년들의 생활비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휴대전화 비용을 대신 내주거나 옷·액세서리 등 여자 친구의 '사치품'을 정기적으로 선물하는 것이 교제의 첫째 조건. 불평등관계를 맺고 여자친구를 위해 일방적으로 헌신한다는 점에서 '노예교제'라고 부를 만도 하다.
이런 '불평등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첫째 조건은 여성 쪽의 수려한 외모. 이 때문에 '또래 원조교제'는 여자 쪽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하나의 척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자친구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키·얼굴·몸매가 선택의 기준이었지만 요즘에는 돈이 빠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덕분'인지, 아직까지 여고생이 남고생 쪽의 생계(?) 일부를 책임지는 유형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목동 모 여고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최모 교사(33)는 "원조교제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아무튼 그런 식의 만남을 갖는 아이들이 한반에 5∼6명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무한소비와 물질만능 풍조가 낳은 부작용이 아니겠는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진호
[email protected]기자 ⓒ[굿데이 01/30 11:05]
남녀 성비 불균형이 이런식으로 나타나는건가......솔로부대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