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늘 일끝나고 나오는데..
게시물ID : sewol_48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낙비
추천 : 8
조회수 : 31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19 05:05:28

오늘 수업 끝나고 나오는데 세월호 방송이 티비에서 나왔다
에어를 넣는다는 내용이었던 거 같은데,
가르치는 학생이 방송을 보더니
"에어는 무슨..참나.." 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걸 들으신 어머님께서,
" 어른들이 지금 죽이려고 저러겠니? 다 살리려고 하는거지.."
라고 하셨는데,
듣자마자 아이가
" 어른이 죽여놓고 선 뭘.." 이라고 한다.

갑자기 턱,
할 말이 없다.

사실 오늘까지도,
내가 가르치는 녀석들의 동기생들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하고 있다며
참 마음이 답답하고 기가 찰 노릇이라고
사람들을 붙들고 같이 분개하고 애도하고 기도했지만
정말로 깊은 마음 한 켠
정말로 내가 저들의 아픔을 공감하는가,
행여나 마치 드라마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새로고침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던 것 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은 일주일 내내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하는데,
나는 내 시간을 평상시처럼 보내면서 말로만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분개한 것은 아닌지.

그러다 오늘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내 부모라고 생각을 해보았다.
내 힘없는 노부모가 살려달라고 살겠다고 추위와 공포와 씨름 하는 생각.
상상만으로도 너무 겁이나고 눈물이 나고 다리가 후들대는 말그대로 '공포'
그것이 상상이아니라,
실제로 어느 가정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가슴이 비통하고 슬프고 죄스럽다.

어른이 죽였고,
어른이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가는 길 마저 추악하고 씨끄럽다.
어른이 그러고 있어서 더 부끄럽고 죄스럽다.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내 주변 어딘가에서이런일이 혹시라도 일어났을 때,
나만은 진정한 어른이 되어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아이들은 내 새끼손가락을 잡아줄까.
나 한사람이라도 너희들에게 만큼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한다면
내게 의지해줄까.
어른들 말을 따르라고, 시키는대로 하라고 가르쳤던 우리가 
그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음을.
미안하다 꼭 잊지않으마.. 라는 말로
사죄 할 수 있을까..
용서받을 수 있을까..

---------------------------------------------------------------------------------------------
단원고 학생들의 큰 일 때문에
가족중에 부모형제가, 실종되었음에도 위로 받지 못하는 피해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꼭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