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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 30부
게시물ID : humorbest_4811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짜킹카
추천 : 23
조회수 : 3338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6/04 09:21:24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6/03 19:13:51
30부

 


-그녀 이야기 -




희철오빠가 오늘은 이상하게도 평소와 다른 행동과 말투에 저녁까지 사주고 

집에 갈때는 웃어 보이며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저 오빠가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긴 한 모양이네..-


한편으로는 승훈이오빠에게 미안했다.


별 다른 접촉은 없었지만 희철오빠와 저녁을 같이 먹은 것만으로도 

오빠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라 섣불리 오빠에게 포항에 도착했는지 전화 조차 하기가 힘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저녁을 준비 중이였다.


"주야~ 밥 먹어야지?"

"아니..나 저녁 먹고 왔어~"


저녁을 먹었다는 말에 엄마가 나에게 웃어보이며 물었다.


"어제 하루 종일 보고 저녁도 그 사람이랑 저녁 먹은거니?"

"아니..다른 사람.."

"다른 사람 누구??"

"있어..엄마.."


누구와 밥 먹었는지 궁금해 하는 엄마의 물음에 대충 대답하고 내 방으로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 오빠가 포항에 도착 했다고 전화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중 휴대폰이 울렸고, 번호를 보니 기다리던 승훈오빠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반가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아무일도 없다는 듯 괜히 목소리에 힘을 주어 전화를 받았다.


"오빠~ 벌써 도착했어?"

"응~ 터미널에 내려서 택시타고 집에 가는중이야~"


괜히 오빠에게 미안해서 일부로 장난스레 말했다.


"나 버리고 가니깐 버스가 금방 가나보다~"

"에이~ 그건 아니다~ 마음은 대구에 있는데 몸만 포항가려니.."


오빠가 농담이지만 나를 생각하는 그런 말에 다 듣기가 미안해 중간에 말을 끊고 말했다.


"치~됐구요~ 배고플테니 집에 가서 갈비찜 꼭 챙겨 먹어~"


오빠랑 통화하면 여전히 기분이 좋아졌고, 유치하고 재미없는 농담이지만 

오빠입에서 나온 말이면 그 어떤 개그맨이 했던 유머보다 더 웃기고 재미있었다.


통화를 하던 중 오빠가 안부 삼아 나에게 물었다


"은주는 저녁 먹었어?"


아직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려다가 오빠에게 거짓말까지 하게 되면 

더욱 미안해 질것 같아 사실대로 말했다.


"응~ 아는 사람이 저녁을 사주더라구~"

"아는사람 누구?"


-역시 내가 상상했던데로 오빠가 묻네..-


"그냥 있어..아..는..사람.."


오빠에게 희철오빠랑 같이 저녁을 먹은것을 말하려니 죄지은 사람처럼 괜히 떨렸다.


오빠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지만 계속 통화 할수록 오빠에게 미안해지고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 날까 싶어 전화를 끊으려 말했다.


"그냥..대충 먹었어~ 오빠 나 방금 집에 들어 왔는데 씻어야 겠네.. 나중에 다시 통화해~"

"그래~"


오빠와 통화를 끝내고 또 다시 책상에 멍하니 앉아 양손을 이마에 대었다.




-오빠 미안해..오빠가 희철오빠에게 신경을 쓰는거 알면서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휴..-




정신을 차리려 세수를 하고 책상에 다시 앉아 이틀동안 못했던 공부를 하고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나를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전날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지 쉽게 이부자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집을 평소보다 일찍 나섰다.


오빠에게 전화를 하려다 너무 일찍인거 같아서 학원에서 전화를 하기로 하고 

혹시나 오빠가 전화를 할지 몰라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향했다.


-오늘도 학원 정문에서 희철오빠가 날 기다리려나?? 그건 너무 부담스러운데..-


버스에서 내려 학원에 다다랐을 무렵 정문쪽을 보니 차가 한 대가 서 있었다.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희철오빠의 차는 아니였고, 희철오빠도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그때 학원 정문에 주차 되어 있던 차에서 어디서 많이 본 여자가 내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약간 웨이브 들어간 머리, 비웃는 듯 한 표정하며, 얇은 쌍커플까지

지수언니가 학원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서 내린 것이다.


-아.. 지수언니가 내가 다니는 학원을 어떻게 알았지...??-


지수언니의 시선은 계속 나를 향해 있었고, 난 모른척 땅을 보며 지나려는데

지수언니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김은주~!'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지수언니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제 오빠랑 재미있게 놀았니?"


잠시 섰다가 지수언니의 말을 무시하고 옆을 지나치는데 다시 지수언니가 말했다.


"만나지 않겠다더니 은주 거짓말 잘하네~"


다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인 마냥 지수언니를 스쳐 걸어가는 중에 

뒤에서 지수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나도 어쩔수가 없어..그냥 들어가면 나도 그냥 가버릴꺼야..어디로 가는지는 상상에 맡길께~"


지수언니의 말에 걸음을 멈출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돌아 서서 지수언니에게 다가가서 따지듯 물었다.


"여기 어떻게 알고 찾아 왔어요!"

"전에 내가 말했잖아~ 니 번호, 너거 집 정도는 알아내기 쉽다고~ 이깟 학원 쯤이야~ 내가 모를줄 알았니?"


-진짜 어떻게 알았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집요한 언니다..-


여전히 차가운 웃음을 짓고는 지수언니가 말했다.


"믿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믿어 줄려고 했는데, 승훈오빠 안 만난다면서?"

"이제 만나지 않을꺼예요"

"웃기시네~! 너 같은 년은 거짓말을 원래 밥 먹듯이 하잖아~"


포항에서 오빠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지수 언니에게 말했다.


"이제 진짜 오빠 안만다니깐요~! 그러니깐 나좀 가만히 놔두세요!!"


이때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렸고 나의 시선도 지수언니의 시선도

내가 휴대폰을 쥐고 있는 오른손으로 향했다.



살짝 번호를 봤더니 승훈오빠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지수언니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누가 이렇게 아침부터 은주에게 전화를 다 했을까~ 전화 받어~"


누가 들어도 다 눈치 챌수 있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거짓말을 했다.


"학원의 동생이 전화가 왔는건데요.."

"휴대폰 한번 줘봐~"


지수언니가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빼앗으려 하자 뒷걸음을 한 발짝하며 물러섰다. 


"오빠전화 맞지?"

"아니라니깐요!!"  


전화벨소리가 끊겼고 또 다시 벨이 울렸다.



그리고 두번째 벨소리가 들리고 벨소리가 멈출때까지 지수언니랑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벨소리가 끊기자 지수 언니가 내게 말했다.


"한번 더 내가 속아주려는데 앞으로 오빠를 만나거나 통화를 했는것을 내게 들키면.."


지수언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 나를 힐끔 내려 보고서는 다시 말했다.


"오빠 부모님에게 말할꺼야..니가 몸 팔았다는거..과장을 많이해서~"


지수언니가 할 말을 다하고는 나를 다시 깔보는듯한 눈빛을 하고서는 주차 되어 있는 차로 걸어갔다.

그리고 차에 탈려는 지수언니에게 다가가서  그 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언니!"


지수언니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고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오빠가 가지고 싶으면서 여태껏 말을 왜 안했어요?"


나의 물음에 지수언니가 차갑게 살짝 웃고는 나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너보다 오빠를 더 많이 사랑하니깐~"


그 말에 난 멍하니 지수언니를 쳐다 보았고 지수 언니는 차에 타면서 다시 말했다.


"죽을만큼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지수언니가 탄 차가 저 멀리 사라질때까지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수언니와 헤어지고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중에도 지수언니가 했던 말이 귀에서 계속 맴돌았다. 


『한번 더 내가 속아주려는데.. 』

『오빠 부모님에게 말할꺼야..니가 몸 팔았다는거..과장을 많이해서』

『내가 너보다 오빠를 더 많이 사랑하니깐』


이런 생각을 하니 수업을 받아도 머리속에 전혀 수업의 내용이 들어오지 않던 중 

어느새 쉬는시간이 되었다.


옆에 앉은 동생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계속 나의 눈치를 보며 한마디 조차 건네지 않았고,

쉬는시간이 끝나갈 무렵 책상에 앉아 양손을 머리에 대고 가만히 있는 나의 등을 누가 톡톡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희철오빠가 커피를 한잔 뽑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아까 부터 봤는데 무슨 고민 있어?"

"아 희철이 오빠....아뇨 고민은요..무슨.."

"아니 그냥 기분이 안 좋은 듯해서.."


희철오빠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한참을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아침에 전에 봤던 여자와 서 있는거 봤어.."

"아...그러셨어요?"

"그 여자랑 무슨 관계길레 항상 너를 못 살게 구는 것 같이 보이지?" 

"그냥 제가 정말 싫어하는 여자예요.."

"아 그렇구나..난 그것도 모르고.."


희철오빠의 말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

"토요일날 너희 집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봤는데 나더러 누구냐고 묻길레.."


난 깜짝 놀라서 희철오빠를 계속 쳐다봤다.


"그래서요?"

"같이 학원 다니는 오빠라고 그랬지~"

"혹시 학원 위치를 묻던가요?"

"응...너 아는 사람 같아서 가르쳐 주긴 했는데...은주가 싫어하는 사람이구나..난 그것도 모르고.."


희철오빠의 말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조용한 교실에서 나도 몰래 소리를 질렀다.


"아!!!악!!!!!"


교실에 있던 수강생들은 다 나를 쳐다 보았고, 옆에 앉은 동생도 희철오빠도 많이 놀란 듯 손에 커피를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정적 후 희철오빠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큰 실수 한거야??"

"좀!!! 제발!!! 아무말도 하지 말고 나 좀 내버려 둘래요!!!"


희철오빠는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알았는지 교실에서 나갔고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있으니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나면서도 아침에 지수언니가 했던 말이 또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너보다 오빠를 더 많이 사랑하니깐』


-정말 내가 지수언니보다 승훈이 오빠를 더 사랑하긴 하는걸까??-

-오빠를 만나는게 예상은 했었지만..이렇게.. 이렇게 힘들 줄은 진짜 몰랐어..-


어느덧 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되었다.



옆에 앉은 동생이 내 분위기가 오늘 좋지 않은 걸 알고서는 살짝 눈치만 보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혼자서 교실을 나섰고, 나는 그냥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졌고 누구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아마도 승훈이 오빠겠지...-


그리고 마음을 살짝 진정시키고 번호를 확인 했더니 예상이 틀리지 않고 역시나 승훈이 오빠였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나왔다.


"오빠..."


오빠가 반갑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은주야 밥 먹었어?"


괜찮다는 듯 보이려 목소리에 힘을 주어도 여전히 스스로 느낄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응..지금 먹으러 가려는 길.."

"무슨 일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오빠 이제 오빠 목소리도 함부로 들을수 없게 될지도 몰라...-

-당분간 진짜 당분간만 오빠 목소리 듣고 싶어도 참아 볼래..-

-그러면 내가 오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될 것 같기도 하거든..-



"오빠 이유는 묻지말고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내가 전화하기 전에는 통화하지 말자.."


오빠의 호흡이 가빠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냥 묻지 말아주라..."



 



-남자 이야기-


 



은주가 토요일에는 당분간 보지 말자고 했다가 이제는 전화마저 하지 말라는 말에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에서 여태껏 느껴지 못했던 쓰림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 아프다는 거구나..- 


얼떨결에 은주와 전화를 끊었지만 휴대폰을 아직까지 귀에 대고 멍하니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은주에게 전화를 했다.


또 다시 은주의 힘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내가 말했잖아..내가 전화 할 때 까지 전화하지 말자고.."

"이유가 뭔데.."

"오빠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길게 만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주라.."

"사랑한다면서!! 왜 그래야 하는데..너 무슨일 있지??"


그리고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은주가 말했다.


"나 그랬잖아..오빠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그리고 오빠도 그랬잖아..나 믿는다며?"


은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

"그리고 지켜준다며..날 지켜줄꺼면 잠시만 그렇게 하자..오빠.."




그리고 정말 힘겹게 은주에게 말했다.




"그래 은주 믿어..믿으니깐 지금처럼 오래 아프게는 하지마.."




전화기 너머에서 은주의 흐느낌이 들려왔고 흐느낌을 듣는것 조차 가슴이 쓰려 전화를 끊었다.




-지수가 뭔일을 저질렀나?? 아님 희철이라는 사람과 무슨 일이 있는건가??-


머리속은 복잡해지고 한숨만 계속 나왔다.


그렇게 은주랑 연락이 끊기고 11일이 지났다.


한번씩 창식이랑 지수에게서 전화가 올 뿐 

여전히 그때까지 은주에게 한 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고, 단 한 통의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은주랑 연락이 끊기고 매일 같이 술을 마셨기에 시간 가는 것도 잊고 지내다가 

아침에 일어나 달력을 보니 벌써 금요일이였다.


-은주는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늘 먼저 확인하는 부재중 전화는 여전히 은주의 번호는 찍혀 있지 않았다.


-11일동안 목소리조차 못 들었더니 나 정말 힘들다..은주야..-


쓰린 속을 부여잡고 세수하고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그 동안 타고 다니지 않았던 내 차를 타고 조수석에 앉았던 은주를 떠올리려

출근을 하던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설마 은주일까??-


운전중이라 확인은 못했기에 차를 도로가에 세워 놓고 번호를 확인하니 은주의 번호였다.

은주의 번호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은주를 처음 만났을때처럼 심장이 크게 쿵쾅거렸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더니 밝게 들리지만 힘이 없는 목소리로 은주가 나를 불렀다.


"오빠~"

"응.. 은주야.."


막상 은주를 부르고 나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몰랐다.

그때 은주가 말했다.


"잘 지냈어?"

"응.."

"나 오늘 알았어.."


다짜고짜 오늘 알았다기에 궁금해서 물어봤다.


"뭐를??"

"나 지수언니가 오빠를 사랑하는거 보다 내가 더 오빠를 사랑한다는거.."


은주의 밝지만 다 쓰러져 가는 목소리에 걱정스레 물었다.


"은주야~~ 너 지금  괜찮어?"


나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힘없는 웃음소리가 들리며 은주가 다시 말했다.


"죽을만큼 사랑해 오빠.."


이 말을 듣고 말로 만 듣던 숨을 쉴수가 없었다라는 것을 방금 잠시나마 경험했다. 



그리고 은주가 다시 말했다.


"이제 확인이 됐으니 전화는 내가 자주 할께...그래도 오빠..오빠는 나에게 전화하면 안돼..알았지?"


은주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대구에 있는 은주가 지금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겠지만 

 

전화기를 귀에 대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옆에서 나를 봤는 것처럼 은주가 말했다.


"그럼 됐어 오빠..나 학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애 또 전화 할께.."

"그래...전화.. 기다..릴...께"


전화가 끊기고 멍하니 있다보니 조수석에 은주가 앉아 있는 착각이 들었다. 



바닷가에 갔을때 수평선 너머를 보던 머리칼 흩날리던 은주의 옆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그녀 이야기 -





오빠에게 당분간 연락도 하지말자라는 말을 하고서는 책상에 앉아 펑펑 울었다.

방금 통화를 하고서도 중독이 된듯 오빠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 

몇 일이나 오빠의 목소리 조차 듣지 않고 견딜지 나 스스로도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아무생각 없이 아무일이 없다는 듯 학원을 다녔다.

입맛도 없고 배도 고프지가 않아 4일에 한번 꼴로 끼니만 때우다가 

오빠 생각이 날 때마다 공부만 했다. 


오빠랑 연락을 한지 않은지 7일만에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저울에 올랐더니 

몸무게가 3키로나 빠졌다.


갈수록 수척해가는 내 얼굴을 보던 엄마는 무슨일이 있냐며 자꾸 물었고, 나는 힘없이 

웃어보이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 행동했다.



일주일이 지나니 밥을 먹어도 토악질이 나왔고, 온 몸에 힘이 없어도 머리에 떠오르는건

오빠의 자상한 미소와 달콤한 목소리만 귓가에 들렸다.


학원을 다니면서 짧은 시간에 굉장히 수척해진 내 모습을 보고 

희철오빠도 친했던 동생조차도 나에게 말을 건내지 않아 공부만 계속하기에는 정말 좋았다.


그러던중에 간밤에 오빠의 꿈을 꾸었다.


놀이 공원에서 같이 꽃구경 하고 사진도 찍고 바이킹을 타던 정말 이쁜 꿈이였다.


꿈결에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계속 오빠와 있고 싶어 모른척을 했다.



한참을 잤더니 그누구도 나를 깨우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 아닌 이상한 곳에서 눈이 뜨였다.



힌색 가운을 입은 남자도 보이고 엄마도 보였다.

그리고 한 쪽 팔에는 링거액이 흘러 내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여기 어디야??"


엄마의 눈에 눈물이 한웅큼 달려 있었고 나를 혼내듯 말했다.


"너 자꾸 엄마 속상하게 할래!!  이것아!!"

"그러니깐 여기가 어디야??"

"병원이야...병원.. 너 영양실조란다.."


엄마 옆에 이쁘장하게 생긴 간호사가 있어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무슨 요일이예요?"


살짝 미소를 보이던 간호가사 말했다.


"오늘 금요일이예요~"


-금요일....수요일날 저녁에 잠들었는데...오늘이 금요일이구나..-

-그럼 목요일은 하루동안 오빠랑 꿈에서나마 데이트를 했던거였네..."


그리고 의사로 보이는 남자와 엄마가 무슨 이야기 하려고 밖으로 나갈때 

머리 곁에 보이는 휴대폰을 들고 한 손으로 링거액이 걸려있는 걸이를 

끌며 병원 계단쪽으로 걸어 나갔다.



다리에 힘이 없어 계단쪽에 배치되어 있는 보호자용 좌석에 앉아서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꿈에서 그렇게 달콤하게 들리던 오빠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눈물부터 나오려 했다.


"오빠~"

"응 은주야.."

 


그리고 오빠에게 밝게 말하려는데 온 몸에 기운이 없어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다.



"잘 지냈어?"

"응.."


-오빠의 목소리가 잘 지내지 못한 목소리인데..여전히 오빠는 거짓말 못하는구나..-


그리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오빠에게 말했다.


"나 오늘 알았어.."

"뭐를??"

"나 지수언니가 오빠를 사랑하는거 보다 내가 더 오빠를 사랑한다는거.."


-나 오빠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거 오늘 알았어..-


"은주야~~ 너 지금  괜찮어?"


내가 병원에 있다는 걸 오빠가 알면 당장이라도 뛰어 올 것 같아 살짝 웃어 보이고 

그 동안 오빠에게 자신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죽을만큼 사랑해 오빠.."

 

 

30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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