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를 작성한 송응철 기자는 1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농협 측에서 이번 보도와 관련해 소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서 일단 기사를 내린 뒤 (기사 재게재 여부는) 월요일에 다시 얘기를 나눠보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기자는 "기사를 완전히 내렸다기 보다는 유보한 상태"라며 "제가 가진 자료와 농협의 자료를 서로 비교해보고 추후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기자가 작성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금세탁 관련 기사는 내주 월요일 발매되는 <주간한국> 2510호에 게재됐으며, 이미 인쇄까지 마쳤다. 시중에는 내주 월요일인 13일 배포된다.
이에 앞서 <주간한국>은 한국아이닷컴 인터넷판을 통해 11일 오전 이같은 내용의 단독기사를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부로부터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만 달러(5억3천만원)를 받았는데 농협은행이 이 수표를 매입하는 대가로 이 전 대통령 계좌에 5억 원 이상의 현금을 송금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이 전 대통령이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고 상금을 챙기기 위해 농협 '윗선'과 함께 이런 수법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한겨레> 등 언론들도 이 기사 내용을 인용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해당 기사에는 오전에만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공간에서는 이 보도 영향으로 이 전 대통령의 탈법행위를 성토하는 여론이 급증했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표 매입은 농협뿐 아니라 어느 은행이든 할 수 있는 것이고 관련 서류만 증빙하면 가능하다"면서 "지워졌다고 보도된 이 대통령 거래 기록들도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주간한국> 편집국장 "오보는 아니라는 게 우리 입장...후속 취재중"
박종진 <주간한국> 편집국장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1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오보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후속기사는 취재기자가 더 취재해서 보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국장은 "11일 오전 인터넷판 보도의 파장이 커지자 농협 측에서 소명자료를 제시했다"며 "팩트(사실)의 정확성을 위해 농협이 제시한 바를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어 내주 월요일(13일) 농협 측과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간한국> 보도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수표매입 과정의 불법성, 둘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계좌거래 관련 전산기록 삭제 부분이다.
첫째 '수표매입' 관련, 박 국장은 "우리 기자가 취재한 바로는 수표매입을 사전에 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는 것이었는데 농협 측은 절차만 제대로 거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맞서 사실관계를 좀더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외국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를 국내 은행에서 바꾸는 방법은 이 전 대통령이 이용한 '추심전 매입'과 '추심후 지급' 두 가지다. 추심후 지급은 고객에게 받은 수표를 외국으로 다시 보내서 국내 은행으로 송금하게 한 후 송금된 금액을 환전해서 고객에게 지급한다. 이 과정에는 15일 정도가 소요된다. 추심전 매입을 신청한 고객들은 이런 과정 없이 바로 돈을 지급받기 때문에 추심후 지급에 걸리는 기간 동안 연이율 1%대에 해당하는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농협도 이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협 내부 규정 중 외국환·국제금융업무방법서에 따르면 신청자의 신용이 확실할 경우 수표의 추심전 매입이 가능하다. 농협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통령 만큼 신용이 확실한 상대가 어디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건(50만 달러)처럼 규모가 큰 추심전 매입의 경우 신청을 받으면 (농협)본부 심사부서에서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있는데 이번 건 역시 관련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모가 작은 추심전 매입의 경우 심사부서를 거치지 않고 지점장 전결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심전 매입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둘째 '전산기록 삭제'다. 박 국장은 "우리 기자는 농협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계좌 전산기록이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농협 측은 데이터상 관련 기록이 모두 남아 있다며 이것이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이라 시스템상 간접적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개인의 계좌거래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상 합법적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개인의 동의 없이 계좌거래 내용을 확인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관련된 자료를 언론사에 바로 건네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협측의 주장이라는 설명도 박 국장은 곁들였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하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MB측이 이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박 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론을 듣고 싶었지만 직접 연결이 안 돼 듣지 못했다"며 "이번 보도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