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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수가 늘어도 랭크가 안올라가는 사람들에게
게시물ID : lol_482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롱다리청년
추천 : 1
조회수 : 63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4/26 02:45:48
- 무명시절이 7~8년이나 갔다. 뭐가 문제였나.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 간단하고 쉬운 문제다. 노력을 안 했다. 그리고 늘 남 탓만 했다. 내가 못하는데 내 탓은 안 하고 '내 그릇을 너무 몰라주는 거 아냐. 내가 이 정도는 아니잖아' 이런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단역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창피한 마음에 얼굴 감추기에 급급했다. 어느 날 폭탄 맞은 역할이 주어졌다. 그럼 폭탄 머리를 하고, 검댕이 분장을 하고, 옷도 최대한 처절하게 찢어서 잠깐이라도 그 배역에 올인해야 하는데 그땐 어떻게 하면 얼굴이, 머리가 좀 더 깨끗하게 나올까만 신경 썼다.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뭘 하면 재밌을까 고민하긴커녕 왜 자꾸 이런 역할에만 쓰지? 저 PD는 왜 날 싫어하지? 왜 나를 알아주지 않지…. 매일 잠자기 전에 이렇게 남 탓만 했다."

 그는 "그게 나의 20대였다"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차라리 놀 거면 확실하게 놀던가, 기타를 치거나 춤을 추거나 뭐라도 열정적으로 했다면 후회가 없을 텐데. 나의 20대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 멍하니 보낸 시간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허송세월하며 보낸 것,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목표도 없이 그렇게 남 탓만 하고, 남 욕만 하며 보낸 시간이."

 - 기나긴 무명의 터널을 마침내 빠져나온 건가.

 "웃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싶었는데 너무 초반에 깨지고, 초라해지고, 자존심이 무너지고,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다. 뭐가 문제일까, 내가 뭘 착각하고 살아왔던 걸까, 나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해댔다. 정말 많이 울었고, 많이 반성했다. 문제는 역시 나만 생각했던 거였다. 콩트는 공동작업이었다. 야구팀도 각자 포지션에서 맡겨진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게 중요하지 않나. 모두가 4번타자가 된다고 이기는 건 아니잖나. 근데 나는 팀이야 이기든 말든 일단 내가 튀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웃기면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웃으면 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편협한 생각에 일절 반응을 안 했다. 내 머릿속엔 오로지 주인공뿐이었다."

 그 무렵 한 선배가 그에게 물었다. "세원이형이 왜 바닥을 구르면서 웃는 줄 아니?" "그야 재밌으니까, 웃는 스타일이 다르니까…." "그게 아냐. 천하의 세원이형이 그렇게 웃으면 시청자도 더 재밌어 하고 얘기하는 사람도 더 신나지 않겠어." 맞는 말이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동안 뭐가 잘못됐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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