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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딜레마
게시물ID : sisa_425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낑낑이
추천 : 14
조회수 : 4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8/01/25 11:15:20
삼성그룹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임에는 변함이 없다.

"참여정부"라는 단어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말도 빈말이 아니다. 국가운영에 있어서 민간 우수단체 혹은 개인을 국정에 참여케 하여 효과성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삼성경제연구소라던가, 전략본부 등이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설은 이제는 루머 이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2007년, 삼성전자는 매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하며 유쾌한 성적을 알렸지만 현재 삼성은 진흙탕 일변도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큰 두 축은 삼성그룹의 비자금 및 비리문제, 그리고 삼성중공업과 태안오염 문제이다.

지금부터 삼성과 관련된 국가적 딜레마를 하나하나 집어보고자 한다. 시게인의 문제인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도 있지만,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모르는 부분을 여러 인사들의 지적을 통해 재확인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1. 경영윤리 문제.

기업 경영에 있어서 윤리적 측면은 기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국내의 예만 든다 하더라도 대우그룹이 당시의 관행이었던 거대 단위의 분식회계를 지속하고 있다가 전략적 수사에 휘말려 공중분해 되었는가 하면, 2002년에는 SK 증권 역시 분식회계 및 주식꼼수 거래가 걸려 'SK 사태'를 야기하여 그것을 극복하는데 장장 5년이 걸렸다. 윤리적 문제의 파국은 자기업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그리고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용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여파는 가히 엄청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엔론'이라는 공룡급 에너지 기업이 희대의 사기극의 결과였다는 반전에 의해 역사에 기록될 폭탄을 날렸으니, 이는 얼마 전에 '뻔뻔한 딕앤제인'이라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로도 패러디 되었다. 

태안반도 오염사태는 온국민이 팔 걷고 나서서 닦아내기라도 하지, 비리기업의 파국은 그저 허공에서 네이팜탄 터지는 걸 바라만 보아야 하는 심각한 사태인 것이다.



2. 청와대와의 관계

전술했듯이, 참여정부와 삼성이 밀월관계였다는 사실은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중 정부시절 IMF를 돌파하기 위한 두 가지 수단으로 'IT 선진화'와 훗날 카드 대란을 초래한 '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산파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96년, 나는 16램 두개 꼽고 놀 때, 삼성은 이미 256램을 개발하고 있었고, 이것이 현재의 삼성전자를 Digital 강자로 만든 첫걸음이라고 본다. 게다가, 현재도 엄청 뿌려대지만, 선심성 포인트가 가공할만한 삼성카드 폭격... 솔직히 외환위기 당시 삼성이 구국에 한 팔 거든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닌가.

그리고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에서는 삼성에게 '지식 기반 지원'을 톡톡히 받아왔다는 가정 하에, 이번 삼성 특검을 수용하는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던 흔적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차기 정권과 삼성은 어떤가?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과 이명박 당선인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이다. 이들의 결속력은 국내 삼대 기이한 단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것이다! (고대 교우회, 해병 전우회, 전라도 향우회) 게다가 이학수 부회장은 고대 동문회와 이사회의 요직을 겸하고 있으며, 2MB와는 학교 발전 지원, 서울시 지원 등등에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삼성을 어디까지 커버쳐야 하느냐, 청와대의 딜레마는 향후 5년도 계속될 것이다.


3. 미술계의 딜레마

삼성이 비자금을 처분하는 방법으로써 해외 유명 그림들을 끌어모았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최근 압수 수색 과정에서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좀 어정쩡하다. 속 시원하게 리스트의 대부분이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소수 몇 점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고가의 해외 명화 리스트만도 여러 사람을 거쳐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는 것이고, 삼성그룹 안주인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또 그 리스트들을 압축할 수도 있다. 소위 '찍기'가 가능한 리스트라는 거다. 게다가 그 미술품들이 삼성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곧 '해당 비용=비자금'임을 입증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미술계의 딜레마는 무엇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도 '미술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언론 보도대로, 상속세와 양도세를 내지 않는 등 감면 혜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전시회 대여 등을 통해 이자 창출의 효과 등 무시 못할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엇이냐면, '거대 자금'이다. 훌륭한 작품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투자가 '안정적이다'는 심리적 효과를 창출해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이 대그룹 중심의 선도임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미술 투자에 힘입어, '르브르 전', '모네 전', '인상파 거장전', '앤디워홀 전', '장 드뷔페 전', 그리고 최근의 '칸딘스키 전'까지 굵직굵직한 전시회들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 사태 이후, 사람들은 미술품 투자를 하는 기업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예술경영에 앞장서던 SK도 숨죽이고 있다. 중앙일보 측도 엎드려서 죽은 척이다. 기껏 정부주도로 키워진 투자환경에 재가 뿌려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마 2008년 이후, '마님'들의 예술경영은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혹시 미술 펀드 드신 분들, 김빠지기 전에 얼른 거두시길 권유한다.



4. 태안 오염 딜레마

삼성의 골칫거리는 역시 이름값이다. 르노자동차의 얍삽한 SM 시리즈 때문에 욕먹는 것이 바로 삼성인 것처럼. 삼성 중공업은 말 그대로 독립적인 기업이다. 그리고 현장 실무자의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국가적 수준의 재해를 일으킨 장본인 중 하나이다. 말하자면, 교통사고 쌍방과실이란 소리다. 덕분에 삼성 전체가 신나게 욕먹고 있다. 주민들은 삼성전자 제품을 함께 모아 불태우기도 한다. 한 집의 셋째 아들이 나가서 사고를 치고 나니, 사람들이 그 집 부모와 큰아들에게도 돌을 던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사고 당사자가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의 삼성의 대처다!

한편, 현재 사법계에서는 쌍방과실로 유한책임 쪽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최대 보상책임이 1,300억으로 판결이 나는 셈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마디로, 정부의 삼성 가오 살려주기이다. 그동안 너희들이 해온 것도 있고 하니, 법적인 책임은 여기까지만 묻겠다, 하지만 그 이상 너희들이 좀 더 손을 써서 실제 보상비용을 부담해달라. 그럼 너희 스타일도 좀 덜 구길 수 있지 않겠느냐. 이것이 얼마 전 정부측 인사가 삼성을 방문하여 권유한 내용인 것이다. 그런데 삼성은 버틴다. 왜냐... 삼성특검을 가지고 사법거래를 해보자는 속셈인 것이다. 이를테면, 빨간 줄 안 긋는 보석금으로 5:5 책임 나온 것, 8:5로 최대 수복금을 더 키워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지에 목숨거는 삼성그룹이 사원들만 천안에다 뺑뺑이 돌려가면서 신문광고 한장으로 버티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한편, 정부는 어떠한가. 중앙정부에서 사건 발생 초에 300억을 충남으로 내려보냈다. 돈 내려 간지 50일이 다 되어가는데, 약속한 돈은 커녕 행정업무만 서로 미루면서 뱅뱅 돌고 있다. 당장 지갑이 말라 자살 한 사람만도 3명이다. 연 5%로 가정하고 한달 반 이자만 1억 8750천만원이다. 내 생각에 이거 지방자치 단체의 비효율성만으로 좌시할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 감찰제를 강력하게 시행해서 그늘을 파 볼만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충남도지사와 태안군수의 목을 잘라 효시해야 할 사건이다. 국고에서 주민들 비상금 하라고 내려보낸 돈으로 장난질을 하고 있지 않나. 정식 보상금도 아니고 비상대책금 아닌가. 이래서야 구상권이고 뭐고 그들 잔지갑만 채울 뿐이다. 삼성에서 5천억을 내준들 뭐하겠는가. 이자놀음에 매진하고 있는 지자체가 다 먹을 판국이다.


5. 결론

삼성 딜레마는 현 시점에서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면모를 띠고 있지만, 본질은 딱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이다. 정부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지렛대로 대기업 중심 노선을 선택했고, 현재의 삼성은 비단 산업계의 1위 기업 그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가 정체성을 결정지을 정도의 Digital 문화를 선도하였으며, 국민 지출을 이끌어냈고, 국가 최고 의사결정 기관의 자문역까지 도맡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기업의 이익과 국가적 이익이 상반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삼성은 자기업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결정을 내려왔으며 그 누적의 결과가 현재의 특검 상황과 태안 오염 대처 상황이다. 

이는 정부의 대기업 의존식 발전이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가늠케 한다. 다시 말해, 삼성 사태는 국가적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신호인 것이다. 

아마도, 삼성에 대한 요란한 수사는 결국 적절한 수준에서 먼지털기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와 삼성 간의 빅딜이 끝나는 순간, 삼성이 기세좋게 태안 사태에 참전하여 온갖 장비를 동원, 오염을 처리하는 한 편, 지역 공동체에 삼성 제품을 뿌려 복지에 도움을 주고, 애니밴드 등을 동원하여 태안살리기 콘서트 따위를 열어서 레저 및 관광 지역으로의 복권에 일조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흐뭇하게 웃고 넘어가고.

모두가 웃고 새시대로 도약하면 과연 그만일까.

나는 다른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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