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36일을 맞이하는 1월 11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생일입니다.
신승희 학생입니다.
승희는 연년생 언니가 있는 두 자매의 동생입니다. 연년생이라 승희는 언니하고 사이가 좋아서, 밤에 잘 때도 같이 자고, 언니 고민도 다 들어주고, 언니를 감싸주는 속 깊고 성숙한 동생이었습니다.
승희는 어른스럽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아이였습니다. 엄마가 맛있는 것을 해 주시면 그냥 먹지 않고 반드시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라고 감사하고, 아빠가 용돈을 주셔도 "고마워요, 잘 쓸게요"라고 꼭 말씀드렸습니다. 직장 다니시는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힘들지? 내가 다 해 줄게" 하며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김치 담글 때 옆에서 간도 봐 드리고, 맛있다고 나중에 비법을 알려 달라고 애교도 부렸습니다. 시골에 내려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사랑해요" 하며 꼭 안아드리는 아이였습니다.
승희는 자기 앞가림을 잘 하고 어렸을 때부터 걱정끼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공부도 도서관 가서 자기가 혼자 열심히 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성격이라 성적도 좋았습니다. 원래 승희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대학에 가면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꿈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승희가 뭘 하든 다 잘 할 거라고 생각해서 격려해 주셨습니다.
승희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안산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승희는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받은 장학금이라며 무척 기뻐하고 아주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그 장학금으로 승희는 수학여행 떠나기 바로 전 주말인 4월 12일에 엄마 아빠 결혼 20주년 여행을 보내드렸습니다. 장학증서의 날짜는 4월 14일, 그러나 장학증서가 집에 전달된 것은 5월이었습니다. 승희는 그토록 좋아했던 장학증서를 손에 쥐어보지도 못하고 떠났습니다.
승희는 수학여행을 떠날 때 무척 기대하며 들떠 있었습니다. 장기자랑을 하려고 친구들과 춤 연습을 하고 의상도 맞추었습니다. 의상은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여행 떠나는 당일까지 택배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엄마랑 같이 시장에 가서 급한 대로 비슷한 의상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승희는 그렇게 급하게 임시변통으로 구입한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좀 기분이 상해 있었습니다.
승희가 여행을 떠나고 나서 부모님은 거실에 남겨진 승희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승희는 편지를 쓰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편지를 써서 "수학여행 (장기자랑) 때문에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해요"라고 부모님께 사과했습니다. 당시 고3이었던 언니를 염려해서 잘 부탁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4월 16일 오전 9시에 승희는 엄마한테 전화했습니다. 배가 제주도로 가는 길이다, 도착하면 꼭 전화해라, 그런 평범한 대화였습니다. 그러나 9시 50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우리가 탄 배가 사고가 났어, 배 이름이 세월호야, 인터넷에 검색해봐." 어머니는 처음에 장난인 줄 알고 믿지 않으셨지만 검색을 하니 배가 침몰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승희에게 다시 전화해서 배 밖으로 나오라고 하셨지만 승희는 "가만히 있으래, 구조대가 온대"라고 말하며 "아빠 걱정하지 마, 구조될 거야"라고 오히려 아빠를 안심시켰습니다.
승희는 4월 22일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승희 핸드폰에는 단원고에서 가까운 올림픽기념관에서 그토록 기대했던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친구들과 연습하는 동영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승희도, 승희 친구들도 돌아오지 못했고, 올림픽 기념관은 첫 번째 합동분향소가 되었습니다.
승희 언니는 이제 승희가 없으니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승희를 따라서 가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다가도 엄마아빠가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방에서 승희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운다고 합니다. 부모님께 든든한 막내였고 언니한테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동생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승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24시간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가족대기실에 계시는 부모님들께서 수시로 분향소에 가 보시기 때문에 #1111 로 생일 축하 문자 보내주시면 승희 가족분들게서 보실 수 있습니다.
어제 1월 10일은 세월호를 타고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62분 희생자들을 위한 겨울방학식이었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