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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생사 # 02
게시물ID : cyphers_342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하모니
추천 : 3
조회수 : 2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3/06 17:04:17



生死


# 02. Lack of survive



" 이봐. 그만 울라고, 내가 크면 너같은 사이퍼도 당당히 어깨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줄게! 내 손으로 반드시! "


- 철의 여인 레베카(Rebecca).



"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 기어이…. "



 결국 연락은 닿지 않았다. 완전히 끊겼다고 보는 것이 옳을 터 였다. 없는 번호라는 안내, 기어이 연합과의 질긴 가죽끈 같던 연대가 끝난 모양이였다. 배신인가 생각해보았지만 당치도 않다. 앤지가 부재중인 현재로선 한명, 한명 인재가 목마른 시점에 멀쩡히 살아있는 나를 버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불통, 예전에도 소식이 끊겨 애를 태운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영 예감이 좋지 않았다. 짧게만 느껴지던 8년동안의 생활. 과거라는 세월을 함께했던 그들과의 단절. 씁슬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하긴 탓할 일도 아니지. '



단념의 녹슨 칼날이 비죽비죽 튀어나온 나뭇가지 같은 의심의 곁가지를 쳐내자 그들을 이해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엘리 그녀의 상상현실화 능력으로 부터 살아남으려 버둥치고 있을테니 내 처지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 능력자 클론의 재등장과, 엘리의 등장. 계획된 일일까? '



분명 그럴 터 였다.  허나 기왕의 계획이라면 철저해야만 성공하는 법이였다. 그녀는 연합의 간부, 특히 나 루이스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을 것이다. 허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7년전의 나 처럼, 나의 실수로 인해 그녀를 살려보냈고 그녀의 실수로 나는 다시 살아남았다. 복수의 칼날을 갈 수 있었다. 그때 쓸데없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였다. 그녀의 능력은 무시무시하였지만 승기에 취해 마무리를 어설프게 하고야 말았다. 



" 후… 씨발…. "



만물을 얼려버리는 영구동토(泳久凍土)에 빈틈이 있을리 없었다. 주위의 수분을 급격히 동결시키는 힘. 그것을 빠져나갈리는 만무하였지만 그녀의 능력이라면 파훼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그녀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그녀가 쓰는 동화책은 현실이고 설화나 전설이 아닌 곧 눈앞의 현실이 된다. 



' 그래. 시간을 끌어 그들이 달아나게 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겠지. 그나마 놈들에게 붙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



연민을 가장한 포기가 저녁 굴뚝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렇다고 엘리 그녀를 찾아내는 일은 어려울 터 였다. 또 찾아내 붙잡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였다. 그녀에게 나란 존재는 뱀 앞의 개구리일 뿐이였다. 나에게 파훼법이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젠 조력자라고 있는것도 아니였고 유일한 히든카드인 나이오비 그녀가 떠올랐지만 난 금세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이미 엘리가 만든 괴물에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연합에 돌아갈 순 없어싸. 패전의 책임을 묻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들을 버텨낼 재주는 나에게 없었다. 모두 7년전의 사건으로 많이 변했다.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랬다. 그래. 모든게 변했다.



' 후… 그러면 이제 어쩐다나…? "



이젠 어디에 의지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장담할 수 없다면 믿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 만약 안타리우스 쪽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곧 놈들의 추격이 닥칠 것이 뻔했다.



' 젠장. '



분노 따위는 없었다. 당장의 생존이 급한 터에 서슬의 감정은 사치일 뿐 이였다. 놈들의 습격도 불안했지만 끼니 조차 채울 수 없는 결핍이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해결책은 급했고 해결할 길은 헛헛하며 흐릿한 신기루 같았다.



' 이 곳을 떠야할까? '



머릿속 생각이 혼잣말처럼 귓속에서 메아리로 울렸다. 짐승의 육감이 선택을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선택이 아닌 궁지의 포기와 같을 터 였지만 조바심은 나를 재촉하며 해결책을 욕구했다.



' 하지만 어떻게? 무슨 수로? '



달아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실행 할 수 있는 모든 계책은 무모해 가여웠다. 갈 곳도 갈 방법도 선뜻 나서지 않는 고립. 암담해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영하의 날씨의 한기가 몸 구석구석 퍼져들어와 판단력을 흐렸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막막한 벼랑앞이니 미련의 실오라기라도 붙잡아야 했지만 실오라기는 커녕 잡을 수 있는 손 조차 잘린 기분이였다. 피부에 엉겨 붙은 눈발 속 성에 처럼 머릿속이 흐려 섣부른 불안과 미련이 뒤엉켰다. 내 머릿속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 그래. 모든 것이 잘 될거야. 놈들 덕에 연락이 잠깐 끊긴것 뿐일거야. "



그들의 무소식은 주로 경찰이나 헬리오스와의 대립 탓이였다. 미행이 붙거나 아지트 부근에 잠복이 의심될 경우였다. 꽤나 끈질긴 놈들이였다. 경찰들이야 우리에게 끈질겨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월급쟁이들에 불과했다. 정의심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10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면 상사에게 해야 할 경례를 우리에게 하곤 꼬리를 흔들어대는 그런 존재였다. 허나 헬리오스까지 그런식인 것은 정말로 예상 밖이였다. 헬리오스라면 우리의 대응수준은 달라졌다. 이글이나 도일씨가 직접 나설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사실 실제로 헬리오스를 사칭하는 자들 인지도 몰랐다. 



' 이글은 꽤나 승질을 부리고 있겠군. '



연합의 동료 이글 홀든의 얼굴이 아련히 떠올랐다. 연합의 돌격대장인 그는 분명 짜증 섞인 말투로 장검을 휘두르며 헬리오스의 피래미를 회뜨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마 익숙해진 대처방법이니 그다지 걱정 할 일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아닌 나였다. 당장 먹고 살 방법은 없었다. 싸구려 핫도그 하나 살 수 없는 금전의 부족. 나약한 내 육체는 결코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머릿속과 달리 뱃속의 외침은 너무나 솔직했다. 당해낼 수 없는 무적의 존재인 허기를 향해 큰 소리로 사자후를 갈겨대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였다. 시간과 함께 나약한 여정을 걷다가 쇠퇴의 길을 걷는 것이 육체였고 그렇게 끝을 맺는 것이 육체였다.



' 젠장. '



이 한마디가 오늘 몇번째 내 입에서 튀어 나와는지 모르겠다. 수돗가에 앉아 식수인지 아닌지도 모를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지만 기대와 달리 허기가 지긴 커녕 뱃속의 아우성은 더욱 깊은 하모니를 만들고 있었다. 포트레너드의 겨울 칼바람이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식욕은 딱히 없었지만 위장의 아우성이 참기 힘들고 버겁고 거슬렸다. 오렌지빛의 가스등이 누렇게 번들거렸다. 눈 앞의 흐릿한 음식들이 헛헛거렸다. 아무래도 정신 반쯤 나간게 틀림 없는거 같다.



' 돈, 돈, 돈! 한 푼 없는 내가 어떻게 버티나…? "



주머니엔 동전 한 닢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하루 한 끼로 정해놓은 연명 조차 나에겐 없었다. 끝이 없는 나락같은 빈곤에다 돈벌이는 꿈도 꿀 수 없었다. 10년이 넘게 이어져 온 헬리오스와 연합의 대립은 이 도시를 실업과 가난이 흔한 우울한 도시로 만들어버렸다. 막노동이라도 잡으려는 디시카의 치열한 새벽 인력시장에도 내 몫은 없었다. 리버포드 시장통 허드렛일 조차 찾을 수 없는 헛걸음이 다반사였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였다.


도시를 덮어버린 불황의 그늘은 다 우리의 자업자득이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우리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들이였다.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하루살이들은 울음소리 조차 낼 수 없었다. 울 수 있는 힘은 사치였다. 가난에 찌든 숱한 대 다수는 절규 대신 포기를 선택하고 있었다. 생존이 위협받는 전쟁터로 변한 도시, 그래.  이곳은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지난 겨울에는 한파에 희생된 시체들이 여럿 이어지기도 했었다. 하나같이 절망스런 표정이였다.  넋두리조차 쏟아 낼 곳 조차 없는 그들의 처지가 나와 비슷해서 비감과 같은  감정이 솟구쳤다. 아마 아으로 펼쳐질 나날들은 참혹한 세월의 절망일 것이 분명했다.


잠시 눈시울이 울컥했다. 길진 않았다.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는 어깨 위엔 눈이라 불리우는 쓰레기들이 두껍게 앉아버렸다. 이미 어렸을때 숱하게 겪은 고통이였다. 며칠 굶는다고 스스로 나락에 떨어질 이유는 없었다. 놈들에게 잡혀 참혹을 겪는 것보다는 훨씬 평화롭고 사치스런 굶주림이였다. 불안과 두려움에 식은땀으로 쪽잠을 깼지만 적어도 아직은 안전하게, 숨통은 붙어있었다.


그 정도면 행복이였다. ……아니 행복이라니 당치도 않았다. 그 따위 감정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였다. 불안과 두려움 말고는 아무것도 실감나지 않았다. 절망스러운 삶이였다.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계속 흘러만 가는 시간이 절박하고 막막했다. 그래도 끈질긴 내 생명은 아직 내 목구녕에 들러 붙어 폐에 공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보통 버러지 신세가 된 숱한 생명들이 마지막 선택  앞에서 갈등의 고문을 겪는다. 아니, 그것은 선택이 아닌 달아날수도 대항 할 수도 없는 궁지까지 내몰린 것이였다. 결국 그들이 행하는 것은 자살과 범죄의 언도. 그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였다. TV를 통해 반복적으로 통보되고 있는 음표 없는 멜로디.


강물에 얼굴을 쳐밀고 화염에 재가 되는 죽음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얼굴 없는 자들은 수갑을 찬 채 따가운 시선들의 눈총의 먹이가 되곤 했다. 참담하고 가벼운 생명들의 몸부림은 보기힘들어 눈쌀이 찌푸려졌다. 마음 한켠이 쓰라려져 오는 것만 같았다. 뉴스 뿐만 아니였다. 드라마나 광고를 보아도 고통은 비슷했다. 화려하게 연출된 무대와 사치스럽게 편집된 인물들을 보노라면 욕지기가 불씨를 일으켜 금세 내 입속에 화염으로 변모하여 입밖으로 내 던져지기도 했다.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단순함 따위가 아니였다. 거짓으로 승리하고 기만으로 농락하는 세상이 역겨웠다.



" 당신은 그게 탈이야! 얼른 정신차리고 모두에게 인정 받아서 저들처럼 떵떵거리며 살면 되잖아요? 지금 우리가 남들 걱정하게 생겼남? 악착같이 버텨서 언젠가 졸부처럼 떵떵거리며 살아야죠! "



9년전, 브랜다란 이름을 가진 내 첫 사랑의 그녀는 TV속 세상을 멸시하던 내게 그렇게 타박했다. 그녀의 희망은 그렇게 살아있었다.



" 거짓이면 어떻고 기만이면 어때? 약삭빠른 사람이 이기는거야.. 정의가 어떻고 하는 잡소리는 실패한 사람의 푸념에 불과해. 승자는 그런 소리 할 필요 없다는 거 잘 알잖아? "



내 머릿속 트라비아의 말이 맞았다. 그녀들이 사는 세상은 분명 그것이 진실이였다. 그녀들의 세상에서 수단과 방법은 나중 문제였다. 우선 이겨야 누릴 수 있었고 강해야 거머 쥘 수 있는 것들은 한 두개가 아닌 전부였다. 모든 것이였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재기하는 것이 그녀들에게 가장 소중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만이 그동안 겪은 수모를 갚고 원수를 갚는 날카로운 단검이자 뾰족한 비수였다.


내 머릿속 그녀들에게 대꾸할 말은 없었다. 내 생각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비루해도 살아남는 거은 복수심 뿐.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권력과 부의 비수로 세상의 심장을 꿰뚫고 싶었다. 그러나 세월은 복수의 날을 무디게 할  만큼 길고 깊었다. 느리게 걷는 시간에 무감각해져갔고 나의 바람은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었다. 오히려 나는 의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겪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허나 더 이상 복수의 꿈을 꿀 수 없었다. 세상이 쌓아놓은 벽은 너무나 높았고 단단했다. 나 혼자선 가능한게 없었다.



" 도저히, 도저히 안되겠어. 일단 먹어야 해. "  



배고픔 끝에 내 것 같지 않은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뱉은 것은 내 입이였지만 만든 것은 내 머릿속이 아닌 듯 했다. 덩그러니 침침한 벽에 기대 앉은 낯선 사내의 퀭한 표정이 그려졌다. 마치 천장에 숨은 내  시선이 누군가를 몰래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는 상대 없는 목소리가 어딘가 낯설어 괴이했다.



" 그냥 앉아서 굶어 죽을 순 없잖아. 안 그래? 브랜다… "



혼잣말의 기괴스러움 따위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누군가 듣고 실성한 사람 취급을 한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였다. 배고픔 앞에선 타의 시선쯤은 가벼이 무시할 수 있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 절망 속에서 생각한다는 행위는 말 그대로 사치스러워 눈물겨웠다. 머릿속에서가 아닌 몸뚱이가 급한 비루함, 그녀 말대로 살아남아야 훗날을 기약할 것이 아니겠는가? 



" 젠장할, 또 눈이 내리는군.. "



고개를 들자 후두둑 눈이 떨어졌다. 막 시작된 낙설인 듯 보였다. 짙은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내 시야는 온통 잿빛이였다. 멀찌감찌 둘러보아도 선명한 것은 없었다. 강 건너 글림듀의 고층빌딩의 골격은 물론, 디시카의 게딱지 같은 판자촌들도 흐릿한 실루엣이였다.


금세 눈발은 거세졌다. 제대로 쏟아낼 모양이였다. 다리에 힘이 풀려갔다. 금방이라도 고꾸라져 넘아질 것 같았지만 계속 전진했다. 목적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대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의 눈발이 자꾸만 내 시야를 가려댔다. 결국 내 다리는 힘을 잃고 내 머리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 …!! "



눈 덕인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좋은 징조는 아니였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까매지자 죽음이 눈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살아남아야만 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발은 말을 듣지 않았다. 뭐든 움직이려고 해봤지만 몸은 반응이 없었다. 점점 추락해져가는 의식속에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 루이스, 코드명 ICE 전(前) 연합의 최정예요원. 현재 잠정사망. 맞지? "



낯익은 여성의 목소리가 불현듯 들려왔다. 위인지 옆인지, 어디서 들려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힘을 다해 흐릿해진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 누가… 사망… 이란거야. 이렇게… 살아… 있는데…. "


" 야야, 여전히 썰렁한 놈이구나. 곧 너도 이제 바닥에 널부러진 쓰레기들 처럼 되어버릴텐데? "


" 젠장…! 젠장…! 너… 정체가… 뭐야….  안타리우스… 냐…? "


" 에구구, 미안미안! 내가 심했네? 오래간만의 재회인데 괜한 오해까지 받다니. "


여자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호의적인 목소리. 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


" 너 그 자체야! 어때? 썩어 문드러진 포트레너드를 구할 성자가 되어보지 않을래? 그랑플람처럼 말이야! "


" 정신나간… 소릴… 입에…  뭐라도… 쳐… 넣어준 뒤에… 말하지…? "


" 흐히히. 그럼 동의한걸로 보고 열 부터 일 까지 천천히 세어볼래? 꽤 편해질거야. "


" ……."



나는 열 조차 세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아득하고 편안한 느낌이 죽음의 기로 앞에서 느껴졌다. 포기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다만 아쉬운 건 트라비아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것 뿐이지만, 죽음앞에서 그런건 사사로운 감정처럼 느껴져 흐릿한 의식속 미소를 자아내게 하였다. 나는 흐릿한 의식속 그대로 연합과 함께했던 옛시절을 떠올렸다. 죽음의 순간에서 여태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하던데, 그 말은 사실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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