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고 왔습니다. 이어서 가기전에
전편에 빼먹은거.
교복 : 중학생 시절 그때 유행으로 해외펜팔이라는걸 했습니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 국제민간교류와 국위선양을 위해서라는
아주 거창한 명분이었지만 실은 반은 강제로(공부좀 한다 싶으면 하라고 강요당한 경우도 많음), 반은 호기심과 약간의 흑심(?)을 품고
지금처럼 인터넷이 아니라 편지지에 빠이롯트 만년필이나 펜으로 잉크 찍어 영작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잡지 뒷장에는 늘 펜팔업체 광고가 있었고 여기에 돈을 보내면(우표로 사서 넣는거임. 예: 500원 = 10원짜리 우표 50장)
주소를 자기들이 골라 붙여주고, 잘 되면 상대에게서 답장이 날아오는거죠.
보통 보내면 한 석달있다 답장이 오거나 아예 없거나...
그런데 답장이 왔어요. 무려 호주에서... 엄청 이쁜 금발 언니가 말 타고 찍은 자기사진 넣어서 답장을 했더군요.
엄청 큰 집 배경으로 푸른 초원에서 말 타고 찍은 사진이라니... 헤벨레해서 반애들 다 사진 돌려보고 공주님? 이랬죠
그리고 답장할때 사진도 보내달래요. 나름 잘 나온 놈을 골라서 보냈죠.
다음 답장이 왔는데 대충 해석해 보니 너 prisoner 냐? 왜 머리는 빡빡깍고 검은 옷 입고 있냐 -_-
그럴법도 한게 머리빡빡 사진에다 배경엔 까마구 옷 입고 역시 빡빡인 애들이 우글우글 한 빨간벽돌 교사가 있으니
교도소와 수감자로 오해할 만도 하죠.
공주님 같이 이쁘다고 해 줬더니 너 수감자냐 하고 왔으니 빡쳐서 그 날부로 때려쳤죠. 그 저주탓인지 오랫동안 안생기더군요.
요새도 졸업식때 교복에 밀가루 풀고 달걀 범벅하던데, 그거 까만 옷 하얗게 칠해서 교복에 갖힌 시절을 쫑내는 의미라고 선배들이 그러더군요.
- 길어졌네요 각설하고 이어서 방과후편 계속 -
- 연애생활
머리를 깍고 폼안나는 옷을 입혀놔도 어디가나요, 더구나 한창 발정날 나이들이... 연애질은 삼엄한 감시속에서도 이어집니다.
주요 거점은 단연 제과점(도시: 부유층), 분식점(소도시, 중산층), 동네친구집 사랑방(농/산촌, 대체로 빈민)등 입니다.
이런곳에서 만나는 거죠. 더러 발랑까진 애들, 노는 횽 껌 좀 씹는 누나들은 중국집 뒷방에서 빼갈 놓고 만나기도 했지만
요새말로 일진들이나 이랬죠. 범생이들은 근접불가.
이것도 대 놓고 만난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예의 생활지도는 방과후, 휴일에도 계속됩니다.
자기학교 생활지도에 걸리면 그나마 좀 얻어맞거나 반성문정도로 끝나지만 합동생활지도 걸리면 아버지가 육성회장 쯤 되면
모를까 고난이 꽃 핍니다. 요주의인물로 찍히고 정체불명의 학생이 비슷한 사고를 쳤는데 누군지 모른다 하면 경찰들이
사건 터지고 동일전과범들 훑듯 일단 잡혀가서 줘 터지고 묻지마 취조부터 당합니다.
여중생이나 여고생이 남녀교제에 관련되어 뭔가 소문이 나고 그게 학교에 들어갔다? 고위권력자자제분이거나 지역유지 자녀가 아니면
부모님이 학교 문턱이 닳게 불려다니고 잘되야 전학입니다. 부모가 요즘처럼 가서 학교를 엎어놓으면? 비로 퇴학!
- 극장
당연히 출입금지가 기본입니다. 그렇다고 안간건 아니지만 어쨌든 걸리면 역시 화장실 청소 1주일 정도는 보증받습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다? 기본받고 마댓자루 다섯개에 레이스로 반성문 100장 정도겠네요.
교무실 학생주임 옆에 무릅꿇고 앉아서 반성문 쓰다가 오가는 모든 선생님께 알밤, 군밤, 딱밤 맞는것은 양념이고요.
유일하게 합법적인 극장출입은 단체관람입니다. 전교생이 줄 맞춰서 시내를 가로질러 극장으로 가서
"성웅 이순신" "로보트 태권 V" 뭐 이런걸 보게 됩니다.
- 야간 생활지도
봄이 깊어 밤에도 노골노골 야들야들한 공기가 뺨을 간지르고 꽃향기가 풍길 때 쯤엔 (대략 오월 무렵) 특별교외생활지도 라는게 뜹니다.
주로 야간에 청춘남녀가 데이트 할만한 장소들을 터는 이벤트죠.
공원. 유원지(도시지역) 강둑(시골지역) 같은 곳이 이벤트 지역이고 이 지역에서 노니는 학생들은 랜덤 출현하는 이뮨보스몹에게 걸리면
그 즉시 음경이 되는 겁니다.
아주 시골마을의 경우 동네애들이 주로 모이는 동네 사랑방이 털려서 온 동네 애들이 1주일 동안 방과후에 운동장 오리걸음을 하는 바람에
모두들 절름거려서 동네 어른들이 애들에게 무슨 나쁜병이 도는 줄 알고 걱정했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 시골지역 거주시 보너스 퀘 :
* 새마을 운동 중 "마을꽃길가꾸기" 를 위하여 등하교길에 잔디씨, 코스모스씨를 채집하여 1인당 편지봉투 하나씩 채워 내야 하는
퀘스트 (반복퀘) : 보상 - 안 낼경우 대뿌리로 손등 10대씩 맞는 체벌 면제
* 쥐를 잡자 (반복퀘) : 해마다 쥐잡는 날 다음에는 잡아 죽인 쥐 꼬리를 잘라 다섯개씩 제출해야 하는 퀘스트
(오징어 다리 따위로 슬쩍 퀘템을 바꿔치기하다 걸리면 안낸사람과 마찬가지로 많이 맞음)
* 농번기 노력동원 퀘스트 : 바쁜 농사일을 돕자는 취지로 인근 고등학교(대개 농고)와 연합하여 고교생1인은 반장, 중학생 10인은 똘마니가 되어
대략 하루에 두어마지기 (두마지기는 400평)이상의 보리밭을 낫으로 베어야 함. 봄엔 보리, 가을엔 벼.
보상 : 냉수와 간장에 말은 국수 한사발. 인솔교사 묵인하에 막걸리 한사발(고교생의 경우)
* 졸업식 퀘 :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식은 보통 눈물바다가 됨. 이유는 진학률이 낮아 중고등학교 모두 30% 정도 이상씩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가지 않고 취업을 했던 탓에 학교 못가는 친구들은 서러워서, 학교가는 친구들은 미안하고 안됐어서 눈물바다가 됐음.
이때 학교를 가지 않고 취업한 친구들은 서울 구로공단과 부산 신발공장등에 주로 취직했음
월급 2-3만원 내외 (그나마 시다 시절엔 국물도 없고), 야간 중학교 야간 고등학교 보내주긴 하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잘도 공부하겠습니다.
물론 이통에도 검정고시 합격자가 더러 나와서 그럴땐 신문에 대서특필 ! 주경야독이니 뭐니 하면서 졸 띄웠음.
그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고 칭찬할 만 하지만, 그딴 기사로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근로학생들은 게으름뱅이 돌머리로 만들어 버림.
쩝. 그만 할께요. 쓰다보니 참 한심해집니다. 이 21세기에 곰팡내 나는 그때 그시절이 왜 나와야 하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