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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게시물ID : poop_48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명
추천 : 0
조회수 : 1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23 10:48:36
 
왠만한건 다 있으므로 음슴체 안씀. 아, 맞다. 집이 음슴.
 
때는 약 열흘 전..
 
미국 출장이 있어 일요일 아침부터 (젠장맞을..) 짐을 꾸려 집을 나서고 있었음.
 
아침 10시 반 비행기라 8시 반 정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공항까지 1시간 반정도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서
 
늦어도 7시정도에는 공항버스를 타야 했음.
 
그날은 왠지 운수가 좋았음.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 데 정류장에서 천원짜리를 주웠고, 매일 그지같이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날따라 내 대형용량 캐리어를 지켜주려는지 멎어 있었음.
 
마을버스에서 내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중 사건이 시작되었음.
 
불길한 징조는 뱃속에서 시작되었음. 집에서는 머뭇거리며 나오기를 주저하던 그녀석이 한시간 반동안 나올 수 없다는 걸 깨닫자마자 미친듯이
 
대장의 융털을 잡아당기며 노크를 하기 시작했음.
 
설상가상으로 캐리어를 지켜주던 하늘마저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눈물을 흘리며 웃기 시작했음. (왜 공항버스 정류장엔 지붕이 없을까)
 
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음.
 
주변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안보였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 있었음.
 
불현듯 아침비행기로 인도출장을 가야하는 데 느지막히 사무실에 출근해 멋쩍게 웃으며 "늦잠을 자서..." 라며 인사하던 오대리가 떠올랐음.
 
그게 2년 전 일인데 아직도 해외출장때마다 이사님은 그때의 일을 회상하시곤 함.
 
그럴 순 없었음. 차라리 늦잠이 낫지... 똥때문에 해외출장을 미룰 순 없었음.
 
바로 그때 길건너 주유소가 눈에 들어왔음. 지금이라면 캐리어를 업고 뛰어서 2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음.
 
주유소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고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뛰기 시작했음.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음.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구석에 주차시키고 화장실 문을 잠그고 바지를 내리는 동작을 한호흡에 끝내고 황홀한 시간을 맛보고 있었음.
 
그순간만큼은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거나 위생상태가 별로라거나 하는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았음.
 
남자는 일생에 3번 눈물흘린다는데 난 그 중 한번을 이 때 흘려도 아깝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음.
 
일을 마치고... 이제서야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 휴지의 부재가 눈에 띄었음.
 
하지만 나는 걱정이 없었음. 이미 나와 같은 상황을 거쳤을 수많은 선배님들의 솔루션을 몇가지 알고 있었기 때문임.
 
캐리어를 열고, 10켤레 넘게 챙겨둔 양말 중 한켤레를 골라, 뒷처리를 하는데... 오우, 이거 질감이 굉장히 좋음. 신세계임. 왜 사람들이 휴지를
 
안쓰고 양말을 쓰는지 알 것 같았음. 역시 아기들은 천기저귀를 써야함.
 
이제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공항버스를 탔는지 놓쳤는지 여부가 남아있는데...
 
이부분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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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똥게는 익명이 안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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