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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소장님이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게시물ID : sisa_4834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패러디
추천 : 27
조회수 : 898회
댓글수 : 52개
등록시간 : 2014/01/22 1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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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소장님 페이스북 글
https://www.facebook.com/sun.daein/posts/581016898651095

어제 안철수의원 관련 제가 쓴 글에 대해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 글을 특정 정파의 입장에서 쓴 게 아닙니다. 지금 제 정치적 입장을 굳이 말하자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없다’에 가깝습니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시대착오적인 집권정부와 여당은 분명히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야권의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지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안철수의원의 특정 발언을 비판했다고 해서 현재 민주당 등 다른 야당을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양도세 중과 폐지나 취득세 감면, 수직증축리모델링 같은 부동산 기득권세력이 원하는 것들은 모두 내어주면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전월세상한제 하나 관철하지 못하는 정당,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인 20~40대의 대다수가 세입자로 살고 있는데도 그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인 민주당을 흔쾌히 지지하기란 어렵습니다. 여권의 힘에 밀려서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라고요? 정부여당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그것 하나 못 챙기는 것은 실력 부족이나 의지 박약일 뿐입니다. 민주당의 전월세대책위원장이라는 분이 방송에 나와서 “수직증축리모델링은 우리 당이 새누리당보다 먼저 추진한 거다”라고 떠들기 바쁜데 그런 정당을 어떻게 흔쾌히 지지할 수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저는 한 때 안철수의원의 등장을 반겼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재벌독식구조와 크게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 가계부채, 일자리 불안과 심각한 양극화 등으로 서민경제가 붕괴된 상태에서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나라에서 시대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하는 정치를 선도해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그의 ‘새 정치’가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바랐고, 지금도 어찌 보면 바라는 입장입니다. 단순히 그가 정치적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이 아닙니다. 꼭 그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존 정치세력이 대변해주지 못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받아 안아주고, 시대에 걸맞은 정치권의 변화를 누군가는 이끌어내줬으면 하는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거듭된 정치적 패배 속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성찰하지 못하고 환골탈태하지 못하는 민주당에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미래를 향한 비전과 전략, 정책 측면에서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안철수의원 쪽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 이야기할 부분이 많지만, 일례만 들겠습니다. 저라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치’를 내세운다면 젊은 세대의 참신한 인재들이 ‘생활정치의 전사’로 나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윤여준과 같은 정치권의 노회한 인사들이나 기존 정치권 인사들을 영입하는 노력도 일정하게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노력으로 참신한 젊은 인재들을 발굴해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포진시킬 것 같습니다. 손수조나 이준석을 그렇게 포진시킨 박근혜의 코스프레를 따라하라는 게 아닙니다. 안의원은 진심으로 젊은 좋은 인재들을 발굴해 생활정치의 무대인 지방정치의 판도부터 바꾸는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지역의 토호들이 활개치는 지방정치판을 젊은 생활정치의 전사들이 들어가 바꾸는 모습을 본다면 사람들은 ‘안철수가 중앙정치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가질 겁니다. 

전국을 돌며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청년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던 분이 왜 그 때 생각을 정치의 장에서 실현하려는 구체적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기존 정치의 문법을 깨겠다고 하는 분이 왜 기존 정당에서 한참동안 몸담았던 분들을 영입하고 세를 불리는 일에만 신경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시대를 바꿀 비전과 전략을 내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액션은 취하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기존 정치의 문법을 답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번역한 <다윗과 골리앗>의 책 띠지에는 “지금 우리에겐 오만한 골리앗을 쓰러뜨릴 다윗의 지혜가 필요하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지금 안의원이 하고 계시는 건 ‘오만한 골리앗을 쓰러뜨릴 다윗의 지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안철수의원은 한국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좋은 기회와 많은 국민들의 기대라는 자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읽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대선이 끝난 다음에 그에게 이메일로 “향후에 정치를 계속 하실 거면 어정쩡한 중도세력의 모임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인재들을 모으고 그 세력의 구심점이 돼주기를 바란다”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대선 이후 그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여전히 후자보다는 전자쪽에 가까운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눈치 채신 분들 계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대선 이후로 현재의 집권여당을 비판하는 것 외에 안철수의원 세력을 포함해 모든 야권에 대해서는 가급적 발언을 삼갔습니다. 발언만 삼간 게 아니라 정치권의 어떤 인사들과도 만나는 것을 되도록 꺼렸습니다. 심지어 국회 청문회에 전문가로서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요청도 뿌리쳤습니다. 대선 이후 많은 분들께 말씀드린 대로 “10년 후 삼성경제연구소를 능가하는 독립적인 씽크탱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실현하는데 전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게 저라는 사람이 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지난 대선 때의 경험을 통해 똑같은 말을 해도 정치적 색칠이 조금이라도 칠해지면 ‘사심 없는 전문가적 평가’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섞인 발언’으로 곡해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대선 이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 짧은 그 글을 쓰고 나서도 ‘괜히 썼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삭제할까 했는데,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반응을 보였기에 지울 수도 없더군요. 이미 저 혼자만의 글이 아닌 상태가 되었기에. 다만 이 한 가지는 믿어주십시오. 어제 쓴 글은 추호의 정치적 의도도 없었고, 더 나아가 어떤 정파적 입장에서 쓴 글이 아닙니다. 그냥 진정한 의미에서 ‘새 정치’를 바라는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정말 기댈 정치세력이 없는 현실이 답답한 가운데 어제 안의원의 발언이 눈에 들어와 쓴 글입니다. 더 이상 확대해석은 하지 마시고 그렇게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정말 무너진 민생경제를 제대로 일으켜 세우고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그런 정치세력이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기존의 야당이 환골탈태해서든 또는 안철수의원 세력이 진정한 새 정치를 해서든 말입니다. 이 나라의 상태가 너무 위태로워 보이고, 서민들의 삶이 너무나 고단해 보여서 그렇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발언은 다시 가급적 자제하고 경제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저자로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많이 성원해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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