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호(42·사진) 심판은 지난해 값진 수확을 거뒀다. 지난 12월 12일 삼성-KDB생명의 경기에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심판진으론 처음으로 500경기 출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동아대 체육대학에 진학하면서 심판 자격증을 획득했고, 2000년부터 여자프로농구 심판으로 활동해왔다. 14명의 여자프로농구 심판진 가운데 경력으론 최고참이고, 지난 시즌까지 2차례 연속 WKBL 최우수심판으로 선정된 명판관이다.30일 WKBL에서 만난 류 심판은 “심판의 임무는 주인공인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이 없는 심판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베테랑으로 손꼽히지만, 과거 오심으로 1라운드 출장 정지 및 감봉의 중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류 심판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심판은 징계를 받는 데 그치지만 오심 때문에 선수, 팀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공부하는 심판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모교에서 ‘프로농구 미적체험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역 농구심판 ‘1호 박사’.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류 심판은 “심판으로 투입된 경기를 녹화해 퇴근한 뒤 살펴보고, 다음 날 아침 동료 심판들과 함께 또다시 분석한다”며 “철저한 ‘복습’이 실수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류 심판은 경북사대부고 1학년 때까지 배구선수였으나 키(181㎝)가 더 크지 않는 바람에 배구의 꿈을 접었다. 배구와 달리 농구는 격렬한 몸싸움이 펼쳐지고 공수의 전환이 빠르다. 그만큼 휘슬을 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류 심판은 “팬들의 질책, 선수나 팀의 항의를 받을 때는 ‘내가 정말 잘못 봤나’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며 “직업의 특성상 사랑받지는 못 하겠지만 원망도 받지 않는 심판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