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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동안 짧지만 임팩트있는 내 인생살이ㅎㅎ
게시물ID : bestofbest_48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콜판다
추천 : 281
조회수 : 34100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04/02 21:02: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4/02 01:01:06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눈팅만 하다가 드디어 첫 글을 쓰게 되네요..^^

보잘것 없지만 저의 2~3년간 희노애락을 써볼까 합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으니 보기 힘드신 분들은 언능 뒤로가기를..^^;

일기 형식이니까 반말이니 양해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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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내나이 27

취업난에 운좋게 대학졸업장과 동시에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나름 규모가 큰 기업이라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고,

머지않아 여자친구도 생기게 되었다.

서로 사랑했었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허나.. 2009년 봄이 지나고.. 갑자기 체력이 약해졌다.

계단을 올라도 숨이 가쁘고.. 이상하게 자도자도 피곤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이라 잦은 회식과 1갑이상의 흡연, 불어난 체중,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날 그렇게 괴롭혔던 상사의 스트레스였던지,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힘들었다.

심지어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다시 원복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이후에 난 '부모님 밑에서 곱게 자란 나약한 젊은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근데 개의치 않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던 2009년 7월말..

머리가 너무 아팠다... 두통이 너무 심했다... 현기증이 너무 났다..

숨이 가빠왔다...그냥 누워서 24시간 내내 잤다..

어..? 왜그러지...???

혹시 살이 쪄서 혈압이 올라가서 그런가..?

개의치 않고 병원에 갔다..(내가 치질수술했던 조그마한 동네 종합병원)

늘 하듯이 피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게 한다..(도둑넘들..)

1시간동안 자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의사가 뛰어온다..

"저기.. 내과의사한테 급히 가보셔야 겠어요.."

"왜그러죠?"

"아무튼 가보세요.."

영문을 모르고 난 내과 전문의에게 갔다..

"저기... 혈액수치가..."

"네..?"

"혈소판이 3천밖에 안되요.(정상은 15만~45만) 당장 수혈하시고 골수검사 하셔야 하는데 우리병원은 못하는 곳이라..."

"제가 소견서 써드릴테니 xx병원으로 빨리 가세요."

한동안 멍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찾아간 큰병원 응급실..

정말 응급실은 뭐랄까...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앉을 좌석이 없어서 환자들은 병원 바닥에 매트릭스를 깔고 누워있었고..

나는 계속 멍.......................했다.... 내가 왜 여기 있는건가...

혹시나 다시 한 혈액검사 수치에 또 멍...........했다....

백혈구 800 절대호중구 80 헤모글로빈 7 혈소판 3천...
(정상치 백혈구 : 4천~1만, 헤모글로빈 13이상, 혈소판 : 15만~45만)

당장 수혈부터 하고 골수검사 하쟨다... 백혈병도 의심되고 악성 림프종도 의심된덴다..

골수검사할때 왜 사람이 비명 질렀는지 알겠더라...

난 통뼈라 더 안뚫린다 뼈가...

아무튼 검사결과 재생불량성빈혈이란다.. 그것도 초중증....

당장 골수이식이 필수인데 여동생은 또 유전자가 안맞아서 타인을 찾아야 한덴다...

근데 국내에도 없고 해외에 있단다...

아무리 빨라도 3~4개월때까진 수혈로 목숨을 버텨야 한덴다..

그때부터 무균실에 처박혔다...

그전까진 괜찮더니 입원하자마자 증상이 나타났다..

면역이 약하니까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리고, 온갖 항생제를 다 맞고..

그러다가 폐렴이 오고.. 패혈증이 왔다.

이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힘든건 정신적인 고통이었다..

프로포즈 언제하냐고 압박주던 여자친구가..

처음엔 면회 자주 오더니..

점점 택시비 핑계를 댄다...그러더니 자꾸 트집을 잡는다..

열이 39도를 넘어서 내 의지와 관계없는 신경질을 내게 됐는데..

그뒤로 며칠 안온다...

네이트온에 접속해 있길래 말걸었다..

"그럴꺼면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사실 무균실에서 한발자국도 못나가는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제발 다시 와라...날 좀 지켜줘.."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자 그녀는 "진심이야?" 라고 말했다..

"응.."이라고 말해버렸다... 그 때 내 체온은 정확히 39.7도였다..

옆에 간호사가 열 재고 있다가.. 내 모니터 화면을 보고...

노트북 빨리 덮으라 했다....그리곤 말없이 내 이마에 얼음주머니를 계속 대 주었다..

이게 끝이었다.

너무 순식간이라 눈물도 안나왔다.

그뒤론 연락이 안왔다.

그녀와 함께 지냈던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 꿈만 같았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던 신대방삼거리 칼국수집에서 같이 국수먹으며 행복했던 기억도 났다..

분노가 치밀었다.

마음같아선 몇시간만 밖에 나가서 그녀를 만나서 뭐라고 한마디라고 해주고 싶었다.

정말 이렇게 돌아설 수 있는거냐고.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내 주위를 둘러봤다.

그동안 잊고있었다.

내 주위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 말이다..

무균실은 하루 2시간(오후2~3시, 저녁7~8시) 면회가 허용된다.

그시간을 위해 어머니는 휴게실에서 날 기다렸다... 

그 추운날 휴게실에서 숙식을 하셨다....

컨디션이 좋아 폴대를 끌고다니면 창밖으로 어머님이 활짝 웃으시며 너무 좋아했다.

"우리 아들!! 씩씩하네!!"

"아들!! 뭐 먹고싶어? 엄마가 다 사다줄께"

사실 무균실이라 음식도 제한이 있어서 멸균식만 허용되지만...

어머니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그나마 먹을만한 멸균식품을 사다 주셨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멸균식은 못먹는다..

아무튼 내가 입원하는 동안 헌신하셨던 어머니...

시간만 나시면 병원에 오셔서 날 지켜주셨던 아버지..

그리고 나와 유전자가 맞지 않는다며 며칠밤낮을 울던 내 여동생...

정말 이럴땐 잘 아팠다.

왜 몰랐을까. 가족의 사랑을.

그딴 기집애 하나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 순 없지.

살아야겠다.

악착같이 살아서 보란듯이 다 나아서 그년한테 복수하고 말꺼야.

이를 악물었다.

사람의 정신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3개월이 한계였는데 3개월을 넘겼다..

골수 기증자를 찾았다.

일본이었다. 나와 혈액형도 같고 유전자가 100% 일치한덴다..

기증도 해준단다!!!!

그렇게 4개월을 버티고 난 이식을 했다...

요즘엔 골수기증을 헌혈처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본에서는 예전 방법대로 뼈를 뚫어서 골수를 뽑아올린다.

1.8리터가 내 몸으로 들어왔다..

난 천사를 만났다....

이젠 축구응원도 일본해야지.. 라고 다짐까지 했었다.(허나 지금은 무조건 한국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6개월간의 병동생활을 마치고 기적적으로 퇴웠했다..

그 이후로 지속적인 외래와 수많은 약들을 먹지만..

회사에도 복직했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생겼다.

그리고 정말정말 유치한 행동도 하나 했는데..

전에 사귀던 날 버리고 갔던 여자친구 홈피에 가서 글을 썼다.

"너때문에 이 악물고 버티게 해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름 내 투병생활의 보상금이랄까..

난 아직 성인군자가 아닌가보다.ㅎㅎ

뭐 아무렴 어때! 이젠 하루하루 소중히 행복하게 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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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으신 분들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이건 제 투병생활을 간략하게 압축해서 쓴거랍니다.

덕분에 이식생활은 아주 간추려서 썼네요..ㅎㅎ 에피소드 많은데^^

사실 투병생활에 관한 책을 낼까 했는데, 제 글제주론 힘들꺼 같아서-ㅅ-

그래서 회사도 제조업입니다..ㅋㅋ

아래 사진은 제가 기증받은 골수, 그리고 제가 이식실에 있었던 사진(이쁘게 봐주세요..ㅠㅠ 펌하지 마셔요)
그리고.............오유님들한테 테러당할 제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올린건... 오유하시는 분들중에 투병생활 하시는분들이 있으실텐데..

희망을 가지시고 끝까지 이겨내면 좋은 결과가 있을꺼라 믿습니다!

그리고 골수기증 많이 해주세요^^ 헌혈도 많이 해주시고요~(전 수혈만 4500만원어치 했다는..ㅋㅋ)

다들 오유님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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