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을 극도로 싫어하는 어떤 남자가 “나는 박근혜가 싫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여성 혐오인가? 아니다. 박근혜 혐오 또는 보수 정치인 혐오일 뿐이다. 어떤 남자가 여자 한 명을 싫어한다고 여성 혐오라고 부르는 것은 오바다.

 

어떤 여자 여성주의자(feminist)가 “나는 가부장적 남자가 싫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남성 혐오인가? 아니다. “가부장적 남자”로 분류되는 일부 남자들에 대한 혐오일 뿐이다. 설사 그 여성주의자가 속한 사회의 남자들 중 90%가 가부장적 남자라 하더라도 그 여성주의자가 남성 혐오에 빠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바다.

 

여성 혐오는 여성 자체에 대한 혐오 또는 여성 일반에 대한 혐오를 가리키는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어떤 남자가 한 명의 여자만 혐오하더라도 여성 혐오라고 부르겠다고 우긴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또는 어떤 남자가 일부 여자들만 혐오하더라도 여성 혐오라고 부르겠다고 우긴다면 역시 나는 할 말이 없다.

 

예컨대 어떤 남자가 자신의 자식을 죽인 어떤 여자를 혐오한다고 하자. 나 같으면 여성 혐오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원수에 대한 적개심이라고 부르겠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여성 혐오라고 부를 수 있다고 우긴다면 “정 원한다면 당신은 그런 식으로 여성 혐오라는 개념을 쓰십시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개념을 쓴다면 삭힌 홍어와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음식 혐오에 빠진 것이고, 민주당을 싫어하는 사람은 정당 혐오에 빠진 것이고, 부패한 정치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정치인 혐오에 빠진 것이다. 맥주를 매우 싫어하는 알코올 중독자를 두고 술 혐오에 빠졌다고 이야기해도 될 것이다.

 

 

 

어떤 일베 회원이 “나는 성괴녀와 김치녀가 싫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성괴녀 혐오 또는 김치녀 혐오일 뿐이다. 설사 그 사람이 성괴녀 또는 김치녀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온갖 욕설과 조롱을 퍼 붇는다고 해도 여성 혐오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것은 어떤 과격한 좌파가 박근혜를 닭근혜라고 놀린다고 해도 여성 혐오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을 쥐박이라고 조롱한다고 해도 남성 혐오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여자가 온갖 부류의 남성 강간범에 대해서 온갖 입에 담기 힘든 험악한 욕설을 퍼 붇는다고 해도 그것은 남성 혐오가 아니다. 강간범 혐오일 뿐이다.

 

보수적인 남자가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여자들을 두고 창녀라고 악담을 퍼 붇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여성 혐오에 빠진 것인가? 아니다. 그 사람은 순결한 여자를 좋아할 뿐이다.

 

 

 

많은 일베 회원들이 박근혜를 레이디 가카로 부르면서 따르고 있다. 그리고 김치녀는 싫어하지만 쓰시녀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일베 여신이라는 말도 있다. 여성에 대한 그들의 취향이 때로는 주류에서 많이 벗어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에 대한 취향이 다른 것이지 여성 자체 또는 여성 일반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