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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나라 보고 왔어요.
게시물ID : sewol_48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쫄깃한코끼리
추천 : 11
조회수 : 4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18 23: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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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홀로 나쁜나라 보고 왔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옆 필름포럼에서 보고 왔어요. 그리고 술도 한 잔 했어요.

3시 40분 영화였는데,
3시 35분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쓸쓸한 마음, 희생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 부모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들더라구요.
팔찌만 차고 다녔지.. 막상 다른 분들도 잊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처음과 같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요.

다행히 영화 시작되기 전 세 분(대학생으로 추정) 더 들어오셨어요.
그래도 아직 잊지 않은 친구들이 있구나. 고맙다.. 했네요.

딱 하나 때문에 이 글을 씁니다.
초반부에 희생 학생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방금 친구들이랑 한 잔 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요.

가슴에 묻으라 하고, 가슴에 묻고 싶은데..
여기 이 가슴이 너무 아파서 거기에 아이를 묻을 수가 없대요.
얼마나, 얼마나 괴롭고 힘드실까요..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더 급한 일이 있다는 핑계로 작년과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삭발식 이후 한 어머님께서 마이크 잡고 말씀 하셨어요.
지금 희생학생 부모님들께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지켜보는 우리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그래서 우리를 위해서라도 그만두지 않으실 거라고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언제 우리의 일이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다시는 우리에게,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 안돼요.

남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입니다.
마음이 아픈 분들에게 위로는 하지 못할망정 소금을 뿌리는 일은 하지 말아요 우리...

눈물을 참 많이 흘린 날입니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나대요.
기쁨의 눈물을, 아이들과 희생되신 다른 분들. 
그리고 아직 세월호에 남아있는 9명을 위한 사죄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때까지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제발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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