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도 나의 머리에 교착하여 불을 끄고 누웠을 때나 조용히 앉았을 때마다 가혹히 나의 신경을 엄습해 오는 것은, 해부된 개구리가 사지에 핀을 박고 칠성판 위에 자빠진 형상이다. 내가 중학교 2년 시대에 박물 실험실에서 수염 텁석부리 선생이 청개구리를 해부하여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장을 차례차례로 끌어내서 자는 아기 누이듯이 주정병에 채운 후에 옹위하고 서서 있는 생도들을 돌아다보며 대발견이나 한 듯이, "자 여러분, 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시오." 하고 뾰죽한 바늘 끝으로 여기저기를 콕콕 찌르는 대로 오장을 빼앗긴 개구리는 진저리를 치며 사지에 못박힌 채 벌떡벌떡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8년이나 된 그 인상이 요사이 새삼스럽게 생각이 나서 아무리 잊어 버리려고 애를 써도 아니 되었다. [출처]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전문|작성자 오아시스 개구리 만든 사람 : dave kal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