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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챔프 안쓰신다는 분 글보고 쓴 롤문학
게시물ID : lol_193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git
추천 : 10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3/09 15:39:47

검은 구덩이가 바루스의 몸을 삼키듯 덮쳐왔다. 

바루스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럴 힘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잘 단련된 근육도, 용맹하게 앞을 내려다보던 눈빛도, 활대를 잡아 비틀던 오른손도, 이제는 죽은 것과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바루스는 검은 구덩이에 파묻혀. 내쉬어지지도 않는 숨을 간신히 내쉬었고, 다시 들이쉬어지지 않던 숨을 간신히 들이쉬었다. 몇분이나 지난걸까. 아니, 어쩌면 몇십년의 세월이 흘렀을지도 모른다고 바루스는 생각했다. 보랏빛 물이 온몸을 타고 흐른 뒤론, 그 어떠한 감각도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것 처럼.

"──…─…"

언제나처럼 구덩이는 사람의 말이 아닌 것으로 말을 걸어 왔다. 그래도 바루스는 무의식적으로 그 소리의 원형을 알아 들을수 있었다. 바루스의 생각이 맞다면, 구덩이는 지금 바루스에게 '후회를 하고 있는가' 라고 물었다. 

바루스는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목의 근육들을 비틀듯 움직여 어떻게든 고개를 저었다.의사가 담긴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그런 부정이었다. 구덩이의 검고…. 끈적이는, 더러운 기운은 계속해서 쉴새없이 바루스의 몸 위를 증식해 갔다.

"언젠가는 일어나야 할 일이었어."

바루스는 구덩이에게 굳이 사람의 말으로 대답해 줄 필요 없이, 그저 생각만으로 구덩이에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쾌락이라고도, 고통이라고도 단정짓기 힘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 오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

이번에도 바루스의 생각이 맞다면 구덩이는 '이렇게 까지 해서 무얼 얻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바루스는 자신의 추측에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움직이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대답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저 시간을 조금 잃게 되겠지. 어쩌면 꽤나 자신 있었던 허벅지 근육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바루스는 자신의 다리를 뒤덮는 검은 기운들과, 흉측한 가죽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덩이의 기운은 바루스의 생각보다 악하지 않았다. 구덩이는 바루스에게 진심어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하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지만 미약하게나마 바루스는 구덩이에게서 홀로이 보초를 서러 떠나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아내와, 아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온 몸이 타는 듯이 아파 왔다.

잠식이 끝난 것일까? 바루스의 몸을 칭칭 감던 검은 기운은 허릿춤에서 멈추어버렸다.

"어째서 모조리 먹어치우지 않는거지?"

"─…. ─……───…"

기괴한 울음이었지만 바루스에게는 '더 먹어치울 필요는 없을 것 같군.'이라고 들렸다. 그것이 신성한 올빼미 문신의 힘을 뚫어내지 못한 팔라스의 구덩이가 둘러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구덩이의 말대로인지 바루스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전자이기를 바라는 수뿐이었다.

"이제 무얼 할거지?"

"내 기억은 마구 보지 말아줘."

난데 없이 튀어나온 아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듯 울려댔다. 가뜩이나 큰 어지러움을 느끼던 바루스는 더 큰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몸이 아픈것 보다는…. 가슴 속 무언가가 너무나 쓰렸다. 아파왔다.

"이제 무얼 할거에요?"

너무나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바루스는 그대로 엎어지듯 쓰러져 슬피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들으면 짐승의 울부짖음 같기도,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곡이기도 한…. 그런 소리였다. 아마 후자가 맞으리라.

이미 바루스는 팔라스의 구덩이 밖으로 나와있었다. 그 작은 신전안에는 처량한 곡소리만이 공허함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바루스는 자신이 구덩이 밖으로 풀려나왔다는 것을…. 변이가 다 되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인지 할수 없었다. 인지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무얼 할거냐니까요, 아빠?"

다시금 명랑하면서도, 결코 맹하지 않은 기분좋은 목소리가 머리안을 뛰어다니 듯 울려대었다. 그러나 곡소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격화 되기만 했다. 

────…──…─…

─…─……

───…─…─


─────────

숨넘어 갈듯 울려대던 곡소리가 별안간에 툭, 끊어졌다. 이윽고 바루스의 오른팔에서는 새싹처럼 검은 활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활대는 점점 커지더니 왠만한 대궁보다도 큰 크기가 되었다. 전혀 물질적이지 못한, 검은 액체들과 기운들만이 바루스의 오른팔에서 돋아난 활을 이루는 듯 했다.

이내 바루스는 튕기듯 일어섰다.

"아들아,…여보. 너희가 아팠던 만큼 내가 모조리 되갚아 줄게…. 이 세상 모든 불한당과 잡버러지들에게 이 화살을 쳐박아줄게…. 너희가 당했던 고통의 몇천만배는── 더 아픈 화살을…… 꽂아줄게."

대답은 구덩이에게 하는 말이 아닌 듯 했다. 이윽고 검은 물을 받아들이듯 매만지고는─

"이건 알아둬, 녹서스의 개들아──
 지금 이 휘파람 소리는───"

새카만, 검보랏빛이…

"바람 소리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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