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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 좋은글보고 나누고싶네요!
게시물ID : lovestory_48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하핫!
추천 : 2
조회수 : 71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26 08:42:06
지난 주일에는 식구들과 시간이 안 맞아 혼자 저녁7시 미사에 갔다. 그런데 신부님이 그날의 성경 구절을 "나눔"의 메세지와 연관시켜 강론하시다가 갑자기 무엇이든 좋으니 옆 사람과 나누어 보라고 하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가방이나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서로 나눌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 봉헌금만 가지고 달랑 맨몸으로 갔단 나는 당황했다. (중략) 목에 맨 스카프? 백 퍼센트 실크이니 아마 2,3만원은 할걸. 귀고리로 말하자면 금 아닌가, 금. 한 돈쯤 된다 쳐도 5만 원은 할 것이다. 목걸이는 아마 그보다 더 비싸겠지? 대충6,7만원?
평상시, 숫자라면 백치에 가깝도록 무능한 나의 두뇌가 "못 줄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놀랍게도 섬광처럼 빠른 속도로 내가 지닌 물건들의 가격을 계산하고 있었다. 내 새기손가락에 끼워진 실빈지, 이것은 얼마안하지만 학생들이 해준 선물이다. 못 주지, 암, 못주고말고. 럼 재킷? 낡긴 했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고 이맘때쯤이면 교복터럼 입는 옷이니 그것도 줄 수 없다. 그럼 거기에 꽂힌 브로치? 하지만 세트로 된 것이라 하나를 줘버리면 나머지는 짝짝이가 될 터라 그것도 못주겠고.......
 옆에 앉으신 할머니는 이미 무언가를 내게 내밀고 있었다. 어쩌나, 어쩔꺼나. 그런데 무심히ㅣ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아, 다행히, 너무나도 다행히 며칠전 음식점에서 입가심으로 준 박하사탕 하나가 잡혔다. 원래 박하사탕을 싫어하기 때문에 먹지 않고, 그나마 버리는 수고가아까워 그냥 넣어 두었던 물건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나는 내게 필요없는물건, 아니 오히려 주어 버려서 속 시원한 물건을 발견하게 해 주신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며 사탕을 할머니께 내밀었다. 할머니도 무엇인가를 내 손에 쥐어 주었는데, 그것은 아주 조그맣고 에쁜 병에 든 "구심" 이라는   .심 장. 약이었다.




                 -장영희, "못 줄 이유"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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