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제 주위에 별일도 많아서, 무서움이라고는 거의 없던 저였지만...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경험 같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군 상호의 명칭 및 기타 정보가 유출 될 만한 것은 배제하겠습니다. 군 관계자 분께서 보셔서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더라도 저는 픽션이라고 말할 겁니다.)
전방 예비사단에서 근무 하였으며 해당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병장 초봉으로 11월쯤 되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한 날짜가 기억이…….;;;)
군 부대 내에 간부가 부족해서 2주에 한번 씩 병사가 당직사관을 섰습니다. 저희 중대는 병장 숫자가 부족해서 제가 거의 왕고쯤 되었고, 제 위에 있던 몇명있던 고참 분도 딴 부대에서 전출오신 분이라서 제가 서게 되었죠.
그 전날 저녁 이였습니다. 갑자기 잠이 깬 후 목이 말라서 물을 먹고, 감기 기운도 있어서 밖에서 사온 사제 감기약을 하나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 새끼... 전역하기 전에 XXXXX(뭔지 잘 안 들렸습니다.) 한번 해야 할 것 같은데...”
“내일 하자. 어차피 좋은 물건이 있으니깐...”
약간 가위 기운 같았는데...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앞이 보이는 그런 상태?) 두명이서 제 머리 맡에서 이야기 하고 있더군요.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였습니다.
저는 부대 내에서 나름 괜찮게 생활하고, 애들한테 잘 하고 있어서 그런 식으로 저에게 말할 사람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가... 특유의 그 목소리였습니다. 중성적인 목소리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생각으로 말했습니다. 다년간 (?)의 경험을 통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약간은 상대방에서 알아듣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뭐??? 무슨 말이야?’
그 말에 상대방이 시익 웃는 게 느껴 졌습니다. (당연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느낌 이였습니다.)
“내일 새벽 되 보면 알게 돼. 킥킥킥... 집에가서 어머니나 보고 오라구.”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보니 아침이더군요.
찜찜한 느낌을 지워버리지 못한 체 그날 저녁 당직 사관을 서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당직이라는 것은 그 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고 중대에 무슨 일이 있는 지 감시 및 관리하는 것을 말하며 당직사병(병장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부대 마다 명칭이 틀려서요.), 당직 사관(일반 적으로 소대장급의 간부가 섭니다.), 당직 사령(중대장급의 간부가 섭니다.) 이렇게 대대에서는 3종류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저희 대대는 간부의 수가 적어서 일시적으로 병이 사관을 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새벽 2시... 아무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느낌은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때문에 되게 조마조마 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제가 순찰 도는 시간이여서 다른 중대에서 당직 사병이 저희 중대로 왔습니다. 보통 당직 사관과 당직사병 2명이서 순찰을 돌게 됩니다.
철망쪽을 순찰하면서 패를 돌리다가 (그런게 있습니다.^^;) 탄약고쪽 운동장 패를 돌리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저에게 손짓을 하는 겁니다.
주변은 검은 저녁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 광이 보였습니다. 순간 보면 흰 소복을 입은 듯한 모습?????
어두운 밤... 불도 안 켜져 있는데 거기만 잘 보였을까요?
“저기 아저씨... 저거 보여요?”
저는 딴 중대 당직 사병에서 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뭐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요?”
저만 본 것 같았습니다. 그럼 분명히 귀신입니다.
손짓까지 하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났구나...' 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속을 스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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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약고 쪽 농구장
(누구?) (철망)
(나)(당직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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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가가니 갑자기 사라지더군요. 뭔가 이상했습니다.
난 미친 듯 그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왜 뛰어 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느낌 상 뭔가 일이 벌어졌고, 내가 빨리 가야 만 할 것 같은 그런 마음?
뒤에서는 갑자기 어디 가냐고 당직 사병이 저를 부르면서 뛰어오더군요.
그리고 탄약고 운동장으로 갔을 때 저와 당직 사병은 농구 골대 20~30m 앞에서 멈춰 버렸습니다.
탄약고 운동장은 가는 길에 나무가 좀 있어서 생각 외로 어둠이 지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찰로에는 포함되어있어서... 순찰을 제대로 돌면 발견 할 수 있었죠.
농구 골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네... 시체 였습니다.
검은색(곤색) 활동복을 입은 체 악취를 풍기고 있는 한 병사가 농구골대에 목매단 것을 처음으로 발견 한 것입니다.
동시에 제 귀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 중성적인 두 목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니 말대로 또 왔네. 이번에는 어디다가 매달지?’
‘크크크크크... 왼쪽 애는 우리가 못 매달아. 오른쪽 애로 하자.’
“아저씨... 빨리 도망가... 빨리 사람 좀 불러와.”
왜 반말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 있으면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일단 이 사람이라도 보내야 했습니다.
제가 들은 게 맞다면 이 사람도 죽을 수 있었고...
더구나 제 다리는 땅바닥에서 떨리지도 않고 그냥 자리에 붙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네 라는 소리와 함께 당직 사병은 뛰어가고 저는 그자리에서 시체를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시체를 내릴 생각도 못했죠.
평소보다 너무나도 잘 보였습니다.
농구 골대 위에 앉아 있는 군인 한명과... 시체 뒤에 매달려서 그 시체의 목을 조르고 있는 여자 귀신 한명이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여 있다는 게 제대로 된 말이겠죠?
시체의 바지에서는 알수 없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대대 내에 불이 다 켜지고, 당직 사령 및 몇 명이 뛰어 오더군요. 굳어있던 제 몸은 사라지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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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사의 개인 사정 및 기타적인 부분은 따로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고인에 대한 모독 인 것 같기도 하구요.
왠지 글을 쓰는 도중에 오싹해서라도 그만 줄여야 할 것 같군요.
아무튼 최초 발견자로 헌병대에서 조사 받고 대대장님에게 위로 포상휴가를 받았습니다.
정신적인 충격도 있었고, 며칠 간 꿈에서 나오는 그 모습과 귀에서 윙 하면서 울려 퍼지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 수여서 그 내용이 위에까지 들렸는 지 포상휴가를 주시면서 집에서 쉬었다가 오라고 하더군요.
집에 도착해서는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서 술만 미친듯이 먹었습니다. 잠을 자기위해서 눈만 감으면 그 광경이 떠올라서 말이죠.
휴가 끝나고 저녁쯤에 복귀하는 길에 현장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지만 그 쪽은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나를 보고 손짓하고 있을 까봐 소름이 바짝 돋았었죠.
복귀 후에 저를 알던 사람들은 뭐 본거 없냐고 물어 봤지만...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습니다.
절대 말하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다만 그쪽으로는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휴가 복귀 한 후 대대장님 면담 때에 말씀 드린게 전부 였습니다.
그리고 전역하기 며칠 전 쯤에 대대주임원사님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거기서 그것을 봤었고... 아직도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라고 말하니
원래 그 부근이 자살과 귀신 출몰이 끊이지 않는 곳 이였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소문이 있지만...
가장 최근에 죽은 사람으로는 10년 전쯤에 근무하던 한 간부와 바람피우던 다른 중대장의 부인이라고 하더군요.
아마 제가 본 게 그 두 사람일까요?
전역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가끔씩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때 죽은 병사가 손짓을 하고 있지 않을 까 무섭고 걱정되서 눈을 질끈 감아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