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28년째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므로 음슴체...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에 복학해서 다니고 있었을때 일임.
전역후 복학한 나에게 미칠듯한 양으로 쏟아져 오는 레포트와 조별발표수업, 그리고 개념이 넘치다 못해 안드로메다로까지 수출한, 같은 조원들은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헬게이트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음.
게다가 오늘은 아르바이트때문에 안되겠어요, 남친과 약속이 있어서, 기타 등등의 이유를 대며 주라는 자료는 안주고 인터넷에서 컨트롤c+컨트롤v로 복사한 4줄짜리 자료를 받은 나는 급기야 뇌가 그 기능을 상실해 실실 웃고 다니는 지경이 다다르게 되었음. 혼자 어떻게든 해보려고 각종 포션을 제조해서 마셔댔고, 친구들은 혼자 실실 웃으면서 ppt를 만드는 나를 보며 이른바 "약쟁이다!"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었음.
하지만 한 수업에서만큼은 그나마 편하게 넘길 수 있었는데 같은조의 똘똘한 여자후배 덕택이었음. 그녀는 상당히 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귀욤귀욤해서... 아무튼 사르르 녹았었음. 게다가 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해서 자료조사를 부탁하면 정말 '자료조사는 이런것이다!' 라는 표본을 보여줄 정도로 철저히 조사해 왔었음. 게다가 "오빠 피피티 만드시느라 수고많으세요" 라는 멘트를 날리면서 음료수까지 건네주니 삭막한 학교생활에 한줄기 빛이 비치는 듯 했음.
발표수업을 준비하면서 그 여후배와의 관계는 어느정도 진전되었고 그녀는 모르겠지만 본인은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음. 차츰 그녀와 같이 수업듣는게 익숙해지긴 했지만 용기가 부족해서인지... 그리고 뼈속까지 오유인인 나에게 고백이란 짜장면과 짬뽕중 하나만 고르라는 것만큼 어려운 난제였었음.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한학기, 약 4개월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음. 종강의 날은 나가오고, 학기가 끝났고 그렇게 그녀는 발표수업때 자기 번호라면서 알려준 핸드폰번호만을 남긴 채 떠나갔음. 그렇게 그녀는 내 기억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음.
약 1년후 친구들과 '어떻게 고기를 먹어야 잘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면서 고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때쯤... 1년간 김미영팀장 이외에는 울릴 기미를 보이지 않던 핸드폰이 울기 시작했음. 딴엔 스팸이겠지 라고 슬쩍 쳐다본 핸드폰에는 1년전 그 후배의 번호가 찍혀있었고 황급히 전화를 받았음.
(편의상 필자의 이름을 오무, 여후배의 이름을 여후 라고 칭하겠음)
"여보세요?"
"저 여후인데요 지금 어디계세요?"
"친구들하고 고기 먹고 있는데요"
"그러지 마시구....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와서 술한잔 하세요.."
이 소리를 들은 나는 갑자기 심장이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며 뛰기 시작했고 기억의 한편으로 담아두었던 그 여후배의 모습이 약물에 담근 인화지처럼 나타나고 있었음. 급 흥분해서 어디냐고 물어본 나는 친구들에게 드디어 26여년만에 여자사람과 썸을 타게 생겼다면서 고기와 친구들을 마다하고 밖으로 나갔음. 그리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밖에 나가서 통화를 이어갔었음.
어디냐고 물어본 나에게
"xx주점이에요 빨리 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은 나는 '다들? 나말고 또 누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 전화 잘못건거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그녀는 "오무과장님 아니세요?"라는 대답을 했었음.
'잠시동안의 침묵이 지나고 나는
"...... 저 과장 아닌데요?"라는 대답을 했고
오무과장님 아니세요? 여기 번호는 맞는데... 누구신데 과장님 핸드폰을 가지고 있냐면서 오히려 장난치지 말라고 했었음.
마음같아선 정말 거기에 가고 싶었지만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동명이인 인것 같다면서 번호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음.
잠시동안의 정적과 침묵이 흐른뒤 들려온 그 여후배의 말은 나를 그로기상태로 몰아넣었음.
"아 오무오빠 죄송해요 번호지우는걸 깜빡했어요 ㅋㅋㅋ"라면서 뚝 전화를 끊어버렸음.
전화를 받고 다시 들어온 고깃집에는 친구들이 왜 왔냐면서 궁금해했고, 나는 낚였다면서 그 사정을 소주를 비우면서 이야기했고 친구들은 미친듯이 웃어댔었음. 내 눈에 흐르는 땀과 함께... 그날 마시던 소주는 ...잊을수가 없음...
아.. 어떻게 마무리하지.. 암튼 Asky...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