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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나이트메어 문 (2)
게시물ID : pony_361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2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3/09 21:08:57

그러자 고개를 가로 흔들며 말했다.

 

"줄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하구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비녀를 손수 그녀의 발굽에 올려주었다. 마르센은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머니 왜 그런 말을 하세요!"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어쩜 좋겠니. 우리 딸, 이렇게나 고운데... 시집 갈 밑천도 못 주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마르센의 잘록한 등을 쓰다듬으며 달래었다.

 

마르센이 시장을 다녀왔을 땐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 장터에는 이미 많은 포니들이 자신의 물건을 내다 팔기 위해 나왔지만 좀처럼 그걸 사주는 포니는 없었다. 모두들 이젠 물건을 파는 일 보단 먹을 것을 하나라도 더 찾는 일이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왔을 때 불은 꺼져 있었다. 마르센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차마 믿을 수 없는 결말이 눈 앞에 와있을 것이란 것을 여자 특유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지만, 그 감각을 그대로 수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너무나도 괴롭고 처참한 것이라서 순간 눈물조차 말라버릴 정도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마르센의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서 너무나도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움푹 꺼진 눈이 오늘따라 더욱 검게 보였다.

 

"어머니... 저 다녀왔어요."

 

아무것도 팔지 못한 보따리를 떨어뜨리는 소리가 적막한 집안에 유독 크게 번졌다.

 

"어머니.. 저 왔다고요."

 

터덜터덜 걸어가서 그녀의 발굽을 꼭 쥐었다. 너무나도 차가워진 그 발을 볼로 부비며 마르센은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아직 사랑한다고도 못했는데...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그렇게 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나마 살기 위해 꼭 필요했던 물건들도 죄다 팔아야 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마르센과 가족들이 살았던 집 한채와 어머니께서 물려준 비녀 하나 뿐이었다. 

장례식 날, 마르센은 큰 돈을 주고 사과와 배를 사왔다. 그다지 싱싱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를 위해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선물이었다.

장례식은 조촐했다. 그녀의 마지막을 보러 온 포니들은 불과 다섯이었다. 모두 집 근처에 살면서 무척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지만 쫄쫄 굶은 모습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걸어다니는 송장과도 같다고 마르센은 생각했다. 그들은 차마 울 힘조차 없는 것인지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시체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에선 어떠한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이 공허한 현실을 그대로 수용할 뿐. 그 이상의 감정이나 애도 따위는 사치일 뿐이었다. 마르센 또한 그들이 어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이웃들이 먹을 것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났거나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포니들은 모두 그것들을 마르센과 함께했다. 마르센 역시 다른 포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차마 눈물이 나오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였던 조촐한 시체가 땅 속 깊은 곳에 떨어졌다. 그것을 삽으로 다시 묻으려고 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가방에 들어있던 사과와 배를 어머니 위로 던졌다.

 

"배고프실텐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옆의 포니를 힐끔 보니 시신 위에 떨어진 과일을 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선물임에도 군침을 흘릴 정도로 이 포니들은 먹을 것이 절박했다. 그것은 곧, 상식을 뛰어 넘는 행동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뒤에서 장례식을 보고 있던 포니 한 마리가 불쑥 어머니가 묻힌 구덩으 속으로 들어갔다. 마르센이 차마 말릴 세도 없이 그 포니는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과일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그만해!"

 

소리치며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자, 어머니를 묻어달라고 부탁했던 포니 두 마리도 그 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마르센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닌, 사과와 배의 찌꺼기라도 하나 건져볼 속셈이어서였다. 마르센은 움푹 엎드려서 개처럼 사과와 배를 씹지도 않고 삼키는 그 포니를 마구 때리며 말렸지만 힘이 없어서 좀처럼 쎄개 때릴 수가 없었다. 몇 번을 그렇게 말려보다가 이윽코 포기하고 엉엉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음식들이 사라지는 것은 차마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장례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장례식을 보러 온 포니들도,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선물을 훔친 포니도, 어머니를 묻어주기로 했던 포니도 이젠 없었다. 오직 마르센 혼자 굴 속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 미안해요."

 

어떤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선을 만들며 내려왔다.

 

 

어머니를 매장하는 일은 저녁까지도 계속되었다. 온몸은 땀으로 젖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쉬지 않고 끝까지 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셀레스티아 공주와 루나 공주를 상징하는 태양과 달의 표식을 무덤 위에 박고 나서야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벌러덩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가장 크게 떠있는 것은 보름달이었다. 마르센은 달이 좋았다. 해는 우러러보면 눈이 아파서 오래 보고 있을 수가 없지만 달은 계속 바라보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 영롱한 빛은 어떤 마력이 깃든 것처럼 마르센을 신비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었다. 마치 가슴이 붕 떠있는 것처럼 벅차오르는- 신비한 감각이었다. 문득 어머니와 함께 벌러덩 누워서 달을 함께 봤던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

 

삽을 메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집에 불이 켜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도둑이라도 든 것인가 싶어서 빠르게 달렸다. 집에 도착해서 문을 왈칵 여니, 앞에 나타나 있는 포니를 보고 눈이 홉 떠졌다.

 

"당신이 마르센인가?"

 

세금 징수원이었다. 잘 먹어서 살이 뒤룩뒤룩 찐 경호원 두 명은 그녀의 집을 헤집으며 돈이 되는 것을 찾고 있었다.

 

"세금은 저번에도 냈잖아요!"

 

그러자 징수원은 잘록하게 자라난 수염을 발굽으로 잡아 빼며 마르센을 힐끔 쳐다보았다.

 

"헤헴, 재산세를 내야지. 어머니의 장례를 치뤘다면서. 영지의 토지를 사용했으니 그에 따른 세금을 내라는 영주님의 명령이시다."

 

그러자 마르센은 너무나도 기가막히고 황당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집안을 헤집은 경호원들은 나지막히 이렇게 외쳤다.

 

"돈 되는 물건은 없습니다."

"여기에도 없습니다."

 

마르센은 저 말을 듣고 자신에게 꽤 비싼 물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어머니가 물려주신 비녀였다. 그것을 메고 있던 가방에 넣어두었다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절대로 이것만은 빼앗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징수원은 야릇하게 미소지으며 마르센에게 말했다.

 

"가방에는 뭐가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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