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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노숙자 경험담
게시물ID : lovestory_485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OT
추천 : 21
조회수 : 10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26 21:06:01
 

 

어제 어떤분께서 노숙자에 대해 글을 올리셨더라구요.

댓글에 제가 겪었던 얘기를 적었고, 긴 글이었지만 읽고 힘내라고 격려 해주신분들, 제 글을 읽고 오히려 힘이 되었다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문은 삭제가 되어 찾을 수가 없지만 추천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부디 어려운 경기와 힘든 경제 생활에 힘을 내시라고 썼던 글을 추려서 다시 올려봅니다.

대략 4~5년 전 쯤에 20대 중반에 겪었던 일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군에 먼저 지원을 했습니다.

애초에 3급 현역을 판정 받아 군에 입대를 했지만, 대학교 1학년에 지나친 음주가무에 살이 급격히 불어 논산 입소대에서

4급 공익 판정을 받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 20대의 시작이 거기서 부터 꼬였는지 모릅니다. 21살에 공익을 들어가고

성남소재의 구청에서 불법 건축물 단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더러운 꼴을 많이 보았지만 짱공이 원채 공익을 싫어 하시니 자세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도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구요. 그냥 미필 아닌것에 감사합니다.

공익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겠다고 있는 돈 없는돈 다 끌어 모아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 나이 24살. 오로지 패기하나와 싹싹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금새 친해지고, 그런 성격 탓에 주변에 사람도 많이 생기고 자리가 잡히나 했습니다. 하지만 약 1년을 못가더군요.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고 그저 사람만 믿었던것이 잘못이었겠죠. 보기 좋게 도와주시던 분께 사기를 당하고 7천 만원의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당초 2천만원이 조금 안되었던 것이 금새 7천이 넘는 빚으로 제 어깨를 짖눌렀습니다. 도와주신다던 분께서 제 명의로 사채를 쓰셨고 이자에 이자가 더해지니 원금은 보이지 않고 엄청나게 불어버린 이자가 정말 사람을 죽이더라구요. 믿었던 분에게 당한 배신감과, 엄청난 빚, 그로인해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등을 돌리고, 차마 부모님께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낮에는 돈을 구하러 다니고 저녁엔 깡소주로...나중엔 깡소주 먹을 돈도 없어 슈퍼에서 파는 담는 술로 파는 댓병을 사서 먹게 되었습니다. 어린나이에 7천이 넘는 빚은 너무 감당하기 어렵더군요.

그날도 돈을 구하러 다니다 지쳐 공원에서 혼자 소주를 마셨습니다. 이래서 빚지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구나라고 생각 했습니다. 한참을 이리 궁리 저리 궁리 하다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 했습니다.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는 점점 사라지고, 이 모든 짐을 어떻게 해야 던져 버릴 수 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에 젖어 있다가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니 지갑과 가방 핸드폰까지 모두 사라져 버렸더라구요. 그다지 충격이었거나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핸드폰은 어차피 내일 모레 끊긴다고 독촉이 왔었고, 가방에 든건 사채없자들이 보낸 독촉장, 카드회사의 독촉장.. 지갑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이미 떠나 버린 여자의 사진만 있었구요..오히려 다 잊어버린것이 힘든 세상과 저를 단절 시켜주는거 같아 마음이 편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길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떠한 느낌도 생각도 모두 사라지고 멍~하니 앉아서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소유물은 남은 담배 반갑에 라이터가 전부 였습니다. 그 마저도 반나절이 지나고 나니까 사라지더군요. 꽁초를 주서 피기 시작 했습니다. 해가 지고 갈데는 없고. 다시 그 벤치에 누웠습니다. 다음날도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건 꽁초 줍는 일이었고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이틀이 지나고 나니 셋째날 아침엔 배가 고프더라구요. 노숙자들이 주섬주섬 한쪽으로 모이길래 따라갔습니다. 무료 급식소가 있더라구요. 배식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식판을 들고 섰습니다. 밥을 받으려고 서있는데 배식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이런데 오는거 아니라고 젊은 사람이 이런데 오면 큰일난다고 밥먹고 어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배가 고프고 3일만에 보는 밥에 저는 아무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로지 밥에만 온 신경이 모여있었고 입에서는 침이 흐를 정도로 고였습니다. 밥을 받아서 미친듯이 입에 우겨넣었습니다. 입안으로 밀어넣고 또 밀어넣고 금새 식판은 비워졌고 더 먹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배식을 받으러 갔습니다. 두번은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근데 아까 배식하면서 저에게 이런데 오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 오늘은 여유가 있으니 밥이랑 국, 김치를 더 주시더라구요. 눈치는 보였지만 밥을 먹는게 더 중요 했습니다. 한입 가득 밥을 우겨넣고 국물 한숟갈 떠먹고 또 밥을 우겨넣고..거의 다 먹어 갈때 쯤에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내가 왜 이러고 있는건지.. 걱정하실 부모님의 얼굴과 지금 이 꼴을 본다면 여자친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기새등등하던 내 모습은 어디 가고 이렇게 초라해 졌을까..

그때 돌아가야 했지만 알수 없는 두려움에 다시 길에 앉았습니다. 해가 지고 다시 박스를 주워 그나마 좀 덜 더러운곳에 누웠습니다. 잠은 오지 않고 내가 왜이러고 있는지, 가슴속에 원망만 가득차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박스를 툭 차면서 "내 자리니까 비켜" 그러시더라구요. 벌떡 일어나 옆으로 비켰습니다. 다시 누우려는데 방금 그 아저씨가 젊은 사람이 왜 이런데 있어? 라고 물으시더라구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젊은 사람이 이런데 오는거 아니야 하시며 먹던 소주 반병을 저에게 주시더라구요. 말없이 고개만 꾸벅하고 받아서 마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저씨와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 밤새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기한게 노숙자 분들은 옷속에서랑 가방속에서 소주병이 계속 나오더라구요. 해가 뜨시 시작할때까지 그 아저씨와 소주를 마시고 다음날 부터 그 아저씨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게 그 아저씨를 따라 다니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그아저씨와 다녔습니다.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가끔 폐지나 빈병등을 주워다 팔고 그돈으로 또 소주를 사먹고..

어느날 잠시 들린 건물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울속에는 제가 아닌 그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그전 까지만 해도 난 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 했습니다. 냄새나고 더럽고 술냄새에 쩔어서 소리만 고래고래지는..

그런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한거 같습니다. 하지만 거울속에 비친 저는 영낙없는 그 노숙자였습니다.

얼굴엔 검은 땟국물과 먼지가 뒤범벅이고 머리는 떡져있고 꼬질꼬질한 옷에 원 색도 보이지 않는 운동화, 손톱 사이사이 가득한 검은때들....그리고 그때 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내몸에서 나는 악취..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니라고...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일 만이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저씨께 돌아가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고...

그러자 아저씨는 잘 생각 했다면서 가방을 뒤적뒤적 거리시면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돌돌 말린 만원짜리 4장과 천원짜리 6장을

제 손에 꼭 쥐어 주시면서 집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이거면 택시타고 갈 수 있을거라고, 다시는 이런데 오지 말라고 제손에 그 돈을 쥐어 주셨습니다. 생각 났을때 어서 가라며 제 등을 떠미셨습니다.

아저씨께 꼭 이돈 갚겠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가 돈을 다시 벌게 되면 이돈 먼저 갚아 드릴테니 아저씨 성함이라도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이미 당신의 이름조차 잊고 사신지 오래라 자신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다른데 멀리 가지마시고 꼭 이근처에 계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만 남긴채로 떠나왔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이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우리집이 어디였고 어떻게 가는지...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린 제 모습 만큼이나 정신도 이미 무너져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이 20살이 넘은 사람이 집전화도 집이 어딘지도 기억 못한다고 하면 바보 아니면 뭔가 모자른 사람이겠지만 그때 당시 제상태가 그정도로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까맣게 기억이 나질 않는건지..

그래도 어떻게든 가야 겠다는 생각에 근처 지구대를 찾아 갔습니다. 집에 가고 싶은데 집이 어딘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경찰관들이 미친사람 취급을 하더라구요..이런이런 사정으로 이렇게 됐는데 정말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이름과 생년 월일로 어렵지 않게 찾아 주시더군요. 그때 제가 있던 곳이 종로 근처였고 사는 집은 성남이었습니다.

경찰관께서 돈은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순간 없다고 대답해 버렸습니다. 아저씨가 주신돈이 있는데 그건 돈이 아니라 마치 소중한 뭔가를 받았기에 그건 훼손하면 안된다고 생각 했던거 같습니다. 경찰관께서 성남으로 가는 방법이랑 제손에 2만원을 쥐어 주시며 가면서 밥이라도 먹고 목욕이라도 하고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뒤쪽에 계시던 경찰께서 잠깐만...이라고 저를 다시 잡으시더라구요. 저한테 실종신고가 떨어져 있다고...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집에 들어가질 않으니 부모님께서 실종신고를 하신거 같았습니다. 잠시 앉아 있으라고 하시고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저희집 근처 관할 경찰서 같았습니다. 그렇게 대략 3시간 정도 지나고 난후 지구대 문이 열리고 어머니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처음엔 저를 보시고도 못알아 보시더라구요. 어머니 모습을 보고나니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엄마~ 라고 불러야 했는데 입안에서만 맴돌뿐 나오질 않더라구요. 어머니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그제서야 저를 알아보신 어머니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시고 저는 그앞에 무릎을 꿇고 둘이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지 꼴로 나타난 아들에 놀라신 어머님과 그런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뒤따라 오신 아버지도 말없이 눈물만 훔치셨구요. 조서같으거랑 부모님께서 인계받아 가신다는 확인 서류 같은것에 사인을 하시고 지구대를 나섰습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아버지께 심하게 꾸중을 들었습니다. 젊은놈이 그러고 살면 안된다고..아무리 어려워도 그런식으로 선택하는건 아니라고..아버지 성격상 보자마자 귓방망이 부터 올려부쳐도 이상할게 없는 성격이신데 그날은 말로만 하시더라구요. 열흘이 좀 더되는 시간만에 집에 오니 저희집 개도 저를 못알아 보더라구요. 입고 있던 옷은 신발까지 모조리 싸서 버리고 샤워를 하는데, 몸에서 땟국물과 먼지들이 씻겨나가고 나니 제 얼굴이 보이더라구요. 검은 때에 가려져 있었는데 씻고 나니 수염도 많이 자랐더라구요. 그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때가 범벅이었습니다. 한번 죽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자. 비록 빚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꼭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도와 주시고 다행이 일이 잘 풀려서 작년 말에 그 빚을 모두 갚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야간대학을 다시 다니고

건축을 전공하여 현재는 건축물 친환경 쪽 일을 하고 있구요. 예쁜 여자친구도 만나고 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때 종로에 아저씨를 찾아 갔습니다. 매일 저녁 퇴근하면 아저씨랑 다니던 근처를 찾아 다녔습니다. 4일째 되던날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깨끗한 만원짜리5장을 아저씨게 드렸습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저씨는 됐다고 니 인생을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울때 또 다시 무너지게 된다면 이 돈을 보고 그때를 생각해서 이겨내라고..

그 말씀을 하시면서 돈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식사라도 하자고 아저씨를 끌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소고기를 굽고 아저씨와 소주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였습니다. 그전까진 듣지 못했던 아저씨의 얘기를 듣게 되었고 아저씨도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 되신다음 퇴직금을 사기당하고 와이프와 이혼을 하셨다고. 딸이 둘이 있는데 지금은 친척집에서 지내고 있을거라고..대기업 축에 속하는 회사의 부장님이 셨는데 하루아침에 자신도 이렇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회사 건설 회사였고, 저도 그쪽으로 거래처나 아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던 때라 소개를 부탁하여 현재는 어느 건설현장 소장님으로 계십니다. 두딸과 함께 잘 살고 계시구요..요새도 가끔 아저씨와 만나 소주한잔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아저씨께서 주신 돌돌말린 만원짜리와 천원짜리는 아직도 제 지갑속에 있습니다. 힘들때 마다 그걸 보며 다시 힘을 내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분명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경험이고 지금은 왠만한 좌절에는 쉽게 무릎을 굽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시고 꼭 이겨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돈이 없고 일이 되지 않더라도 희망은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느곳 어느때에 그 희망이 현실이 되어 돌아올지는 모릅니다.

모두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꼭 희망을 가지고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를 남기시길 바라면 긴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은 여러분입니다. 꼭 힘내시길 바랍니다!!!





출처: 짱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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