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그려진 포니>
화면에 포니가 속살거려
타블렛은 친구의 것,
존못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장 그림을 그려 볼까,
여기저기 널려진
벡터 그림들을 받어
A4 용지를 끼고
포니들을 그리러 간다.
해야하는 과제 생각들
하나 둘 죄다 지워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그리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포니가 이렇게 쉽게 그려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타블렛은 친구의 것
화면에 포니가 속살거리는데,
팔로 그림을 슬쩍 가리고,
친구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최후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