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 사도세자의 광증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조는 광증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는군요.
형인 경종을 사사했다는 음모에 시달려 정권이 취약한 상태에서 즉위한 영조이기에, 이인좌의 난과 같은 큰 반란에 시달린 영조이기에, 물론 그의 편집증적인 완벽함 추구는 일견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그 덕분에 강력한 왕권을 구축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미친 사람에게 시달리는, 그것도 이성적으로 보이게 포장된 '숨겨진 광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드러내고 미치는 수밖에 없겠지요. 사도세자처럼...
많은 생각이 드네요... 임오화변은 도저히 영조에게 쉴드를 쳐줄수가 없기에...
부모란 어떠한 존재일까요? 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법은 하나라고 봐요. 무엇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 이거겠죠.
그 어떤 합당한 이유의 선택을 해도 전부 다 마음에 안 든다,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부모.
무엇을 해도 마음에 안드는 것을 너를 위한 일이라는 것으로 포장하는 것 또한 이성 속에 숨겨진 광증이겠죠.
철저히 자유를 억압하는 사이, 자식은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의존적인 성격이 되고, 결국 자신이 만족을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미쳐버리는 것이 순리이겠죠.
자식이 미치기 이전, 부모는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송강호 씨의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라는 대사처럼, 저에게 이 영화는 역사 영화가 아닌 가족 영화로 다가왔습니다.
악의 윤회란 것은 결국 내가 겪었던 시련을 후세대에게 대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시련 속에서 컸기에 나의 후 세대 또한 같은 시련을 겪고 주변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지녀야 한다는 극한의 생존 투쟁.
그저 자유롭고 싶은 사람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평이합니다. 대작까지는 아니지만 연기자의 연기력이 압도적입니다. 평생을 억누른 삶을 살았던 혜경궁 홍씨의 문근영씨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고, 유아인씨나 송강호씨는 뭐 말할 것도 없이 극한의 연기를 보여주네요. 유아인씨는 베테랑에 이어서 광인계의 아이콘(?)으로 등극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가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네요... 그리고 음악이 저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별로였습니다...
'아버지'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결국 '나'를 위해 죽었던 사도세자... 그는 죽는 순간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