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금서는 마침내 여고에도 퍼지게 된다. ‘다음에 계속’이라는 말을 남긴 채 딱! 끝나버리는
1권 이후의 내용을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빨간책 2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고...
궁금해 하는 친구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2권의 내용을 쓰기로 결심하는 순덕과,
자신도 궁금한 나머지 이를 묵인하는 태남.
금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빨간책 소동’의 결말은?
kbs에서 긁어 온 줄거리가 있지만.. 요약하자면..(스포주의)
이동휘가 선생님으로 나오고, 전소민은 공부 잘하는 반장으로 나와요.
빨간책을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지만 동네 서점을 다 뒤져도 책을 찾을 수 없던 여학생들은 나무 아래서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다가 결국 다음 이야기를 책으로 써 내서 돌려 읽게 되죠. 초반에는 타자기로 쳐서 손으로 엮은 모습에서 점점 책 같은 모양을 하게 되고 돈 받고 대여까지 하는 쪽으로 발전하죠. 나중에 그 돈으로 돈이 없어 학교 그만두라고 집에서 구박받는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얼마 안가 학교 교장에게 들켜 집을 수색 당하고 숨겨진 빨간책 팬이었던 이동휘는 몰래 전소민을 돕고, 그 후로도 전소민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돕다가 결국 안기부에 끌려가고 교사 생활을 그만 두게 됩니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전소민은 이동휘를 만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이야기는 끝나게 됩니다.
초반에는 마냥 깨발랄한 여고생들의 일탈 같은 느낌이지만 뒤로 갈 수록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와요.
당시 상황들...
학생들이 체육 수업하러 나간 사이에 몰래 학생들 서랍, 가방을 뒤지는 교사.
야설의 주인공이 장군 부인이고(줄거리가 약간 인간중독 비슷함) 장군 몰래 부하와 바람나는 이야기가 현 대통령인 전대갈을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국가기관까지 나서서 창작자를 찾아내고 투옥시키는 코메디 같은 현실.
빨간책을 썼다는 의심이 간다는 이유로 집까지 들이닥쳐 집안 구석구석 뒤지고 다니는 교사와 경찰.
야설을 읽었다는 이유로 발랑 까졌다고 헤어져야 겠다는 남자친구와 손가락질하는 마을 사람들.
콘돔이 뭔지도 모르는 순진한 여고생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시대.. 어릴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면 최루탄 때문에 울면서 집에 들어가고 엄마는 문을 꼭 닫고 얼른 들어오라고 눈을 씻겨 줬었는데 그걸 눈앞에서 맞았던 사람은 어땠을지..
저런 시대를 산 사람들 중에 아직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사람들도 있긴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때가 때이니 만큼 그냥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장면들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잃지 않은 게 이 드라마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인물들도 다들 적재적소에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고요.
오늘 뉴스에서 검사 하는 짓을 보니 화염병이라도 던져야 되는 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들은 다시 80년대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너무 이성적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