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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결혼하는 그에게
게시물ID : humorbest_4860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굿럭
추천 : 122
조회수 : 20053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6/18 01:12:4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6/18 00:07:32


결혼 축하드려요

8월 5일이라.. 저는 아마 그 때 인도에 있겠네요.
다음주에 출국해요. 3달동안 인도, 파키스탄, 네팔 이렇게 여행하다 올 생각입니다.
참 재미있게 살죠? 그 이후에도 바로 외국에서 계속 공부 할 것 같습니다. 
고작 길어봤자 3년 남짓일텐데도 서울이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매일 지나는 길목 길목이 이제는 기억으로 남을 생각을 하니 유심히 보게 됩니다.
서울의 봄은 이랬었지, 여름은 이랬었지, 가을은 이랬고, 겨울은 이랬었지 라면서 기억을 더듬다보면
지난 겨울의 유난히 마음이 추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 만큼이나 그대도 참 추웠을 겁니다.
그녀를 향한 그리움과, 또 나에대한 미안함이 공존했을 그 겨울이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았을 겁니다.
물론 저에대한 미안함은 티끌같았겠지만요. 그래도 저에대한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으로 남길 바랍니다.
이다음에... 한 30년쯤 지나, 아들딸들 시집장가보내고 아내와 덩그러니 남았는데 작은 투닥거림으로
바람이나 쐬러 산책나갔을때 20대때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아, 그런애 하나가 참 나를 많이 좋아했었지' 라며
한번쯤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기억이길 바랍니다. 

이제 한동안 420번 버스가 지나는 그 거리와 멀어질 것 같습니다. 
항상 그 거리를 지날 때 마다 그대를 떠올렸습니다. 
그 거리를 지나는 차들의 번호판도 주의깊게 보곤 했습니다.
혹시라도 그대의 차가 지나지는 않을까하면서 말입니다.
솔직히 영화같은 장면을 생각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 알아채지못한채 지나치는 그 흔한 장면을요.
그런 장면을 볼 때 마다 어찌나 답답한지.. 그러지 않으려고 유심히 번호판을 보곤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설령 그대의 차를 보더라도 나는 아무일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나는 나의 주변 어딘가에서 그대가 잘 지내길 바라고, 또 그대와 내가 우연히라도 볼 수 있는 인연이길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그것만으로도 참 큰 위안이 됐을 겁니다.
그대는 잘 지내는 것 이상으로 행복해 보입니다. 이제야 그대가 포기 됩니다.
참 많이 좋아했던 그대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가도 씁쓸해집니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동안 수많이 상상한 탓일 겁니다. 언젠간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 돼 그대와 내가 한번 더 연이 닿기를 수없이 상상했습니다. 아마 그 이유로 씁쓸한 걸 겁니다. 그대를 향한 욕심과 그리움과 아쉬움을 '인연이면 다시만나겠지'라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아 온 날들의 부스러기가 남아서일겁니다. 

그대가 결혼을 합니다. 그대가 그렇게 수없이 그리워하던 그녀와 결혼을 합니다.
저는 수없이 상상하던 순간순간들과 그대를 혹여나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하고 싶던 말들이 이제는 혼자서 훌훌 날려버려야 하겠지요. 그대와 함께한 시간보다 그대를 그리워하던 시간이 훨씬 더 깁니다. 
간혹 그대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조차 아쉬울 때도 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당신에게 무뎌져 간 것이겠죠.
그 무뎌짐조차 아쉬움인걸 그대가 알까요?
아마 이 마음을 당신은 평생 모를겁니다.
솔직히 이 마음을 담은 글을 그대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마지막 인사가 되어야 나도 이 아쉬움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겠지요.
마지막인사가 '미안하다, 고맙다'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저는 어디에선가 잘 지내겠습니다.

다시한번 결혼 축하합니다. 

p.s. 만약 한국에 있었더라면 말이라도 웨딩비디오라도 만들어 드린다고 할텐데.. 
물론 한국에 없으니까 해본 소리에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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