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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생사 # 03
게시물ID : cyphers_346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하모니
추천 : 5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3/11 01:12:50

 

生死

 

 

# 03. Roost unwelcome 

 

 

" 이제 그만 눈 좀 떠봐. 기계 아가씨…. " 

 

- 시니컬 블루프린터, 레이튼(Lleyton) 

 

 

  

 화들짝 눈을 뜨니 컴컴한 방안이였다. 디시카에서 헤멘 뒤 기절 한 듯 보였다. 아니, 허기의 공격에 완전히 넉다운이 된 것이라고 해야 옳을 듯 했다. 허기는 저격수처럼 치명적이게, 헐크처럼 요란하고 끈질기게 밀물같이 들이 밀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얼마나 정신을 놓고 있었는지 가늠 할 수 없었다. 내가 있던 방안은 습한 것으로 보아 어딘가의 지하로 보였다. 창문하나 보이지  않는 방안이 뭔가 낯설어 괴기스러웠다. 홀로 누운 풍경만 흐리게 먹먹했다. 허전하진 않았다. 허전함은 시간과 함께 무너진 터였다.

 

 

" 일어났어? 결정사 오빠? "



 어둡던 방 안에 불이 켜지고 난 환한 불 빛에 익숙하지 못한 내 눈을 잠시 가려야만 했다. 굼띄게 눈을 비비고 나서야 보이는건 낯선 여자 였다. 아니, 여자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는 소녀, 그래, 그 빌어먹을 엘리의 또래와 흡사했다. 그 어린, 아니, 어리다는 것은 세상의 잣대에 불과하다. 그녀는 괴이하고 어렸지만 분명히 여자였다.



"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있어. 만나서 반가워, 마프림 슈마인타그라고 해. "



 



나는 자신을 마프림이라고 소개하는 그녀보다 그녀 옆에 두둥실 떠 있는 기계장치에 눈이 갔다. 외형은 둥글둥글한 철구에 가죽 날개를 달아둔 조잡한 기계장치였지만 조그마한 전구들의 밝기를 조절해 자신의 표정을 드러낼 줄 아는 일종의 봇(Bot)으로 보였다. 그래, 그 모습은 마치 네비게이션 제피와 흡사했다. 


 

" 옆에 그건… 너도 인형사니? "


" 응, 맞아. 다시 한번 소개하지. 크리에이터(Creator) 마프림 슈마인타그. 메트로폴리스 제 5 구역을 담당하고 있어. 반가워. "


"…뭐? "



 어안이 벙벙했다. 그제서야  난 기계에 눈을 떼고 은빛 머리를 찰랑거리며 눈을 꿈뻑거리며 멀뚱히 나만 응시하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크리에이터'라면 '건파우더 프린세스' 페라미나 '마이스터' 옥스혼과 같이 메트로폴리스를 지배하는 일곱 명의 인형사들 중 하나였다.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는 실력자, 마이스터(Meister), 메탈하트(Metalheart), 그랜드엔지니어(GrandEngineer), 크리에이터(Creator), 건파우더 프린세스(Gunpowder princess), 왓치 마스터(Watch master), 시니컬 블루프린터(Cynical blueprinter)… 각지에 내노라하는 기계와 공학에 정통한 자들. 그 중 하나인 마이스터 옥스혼의 실력도 대단했다. 연합이 의뢰하고 눈 깜짝 할 사이에 키가 5m가 넘는 거대 경비 로봇을 만들어냈으니깐… 허나 이렇게나 어려보이는 꼬마가 진짜로…



" 방금 이렇게 어려보이는 꼬마가 설마… 라고 생각했지? "

 

" ……!! "



100%가 아니더라도 얼추 내 생각을 맞춘 그녀를 나는 놀란 황소 눈 마냥 꿈뻑히 쳐다보았다. 제길, 난 마음속으로 떠들어대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녀 곁에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계가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다행히도 그런건 없는 듯 했다. 그녀는 의외로 날카로운 직감을 가진 소녀가 아닌 천상 여자였다. 어리다고 얕 보면 안되었다. 내 곁에 모든 여자는 그랬다. 눈치가 빨랐고 내 속을 흝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 제길, 괜찮아. 화나진 않았지만 불쾌해. 이런 대우 익숙하지만 영 익숙해지질 않네. "



헷갈리는 말을 어물거리면서 입고 있는 후드티 주머니에 허니초콜렛과 흰 우유를 꺼내는 그녀의 모습은 보통 열 한살의 여자아이의 취향과 비슷해보였다. 그러나 오른쪽 눈에 달린 푸른색의 기계장치와 허리춤에 달린 툴 벨트에는 스패너와 팬치, 조그마한 해머와 기계용 오일로 보이는 노란색 액체가 담긴 수통이 보여 괴이하고 어색했다. 



" 배 안 고파? 아사 직전이였다면서. 오레오 하나 먹을래? " 


" 어, 음. 아니 됐어. 배 안고파. "

 

 

소녀는또 다시 회색 후드티의 깊은 주머니에 과자 봉지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괜한 오지랖이라 생각되었지만 배가 고픈건 기정사실이였다. 보름 동안 식수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물로 허기를 달래왔으니 입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배도, 손도, 모든 신진대사가 그 입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하였다. 칠칠 맞다고 생각될 지 몰랐지만 일단 고픈건 그쪽이니깐 어쩔 수 없었다. 허나 이런 호의가 의심스러울 뿐이였다.

 


" 거짓말은… 심장이 뛴다고 다 살아있는건 아니잖아? 이런 소소한 즐거움 정돈 있어야지. 자,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땅콩크림 맛으로 줄게. "


" 아, 고맙다…. "



괜한 생각이였다. 어차피 못 이기는 척 받을거면서.난 왠지 모르게 보이는 연령에 비해 어른스러운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든 듯 보였다.

 

 

" 근데, 여긴 어디지? 날 아나? "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체도 모르고 나를 방안에 들인 것일까?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다행이였다. 만약의 내 정체를 알고서 방안에 들인다는 것은 뭔가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 분명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였다.

 

 

" 너 자체야! 어때? 썩어 문드러진 포트레너드를 구할 성자가 되어보지 않을래? 그랑플람 처럼 말이야! "

 

 

흐릿해진 의식 속 마지막 목소리를 헤집어 기억해보려 애써봤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들어본 목소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나 자체라니? 무슨 뜻인지 몰라 영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뒷말의 의도가 듣기 좋은 사탕발림이였는지 실제로 혁명의 날을 고대하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공포가 더 컸다.

 

 

" 연상 퀴즈를 못 풀거 같은 두뇌네? 이곳은 크리에이터의 작업장이고, 세계지도의 지명으로 따지면 메트로폴리스 제 5 구역이야. 그리고 오빠야를 아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알지. 영국에서 태어난 꼬마들 중에 당신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 당신은 우상이고, 영웅이야. 그리고 7년 전 전설이 되었지. 이제 설명이 되었남? "

 

" 그런 방향으로 묻는게 아니야. "

 

 

날 안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반가운 일이 아니였다. 도망자는 끝내 길가의 잡초처럼 범상하지 않아야 했다. 소녀의 정체가 크리에이터란걸 알았지만  그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그녀 말대로 이 곳이 메트로폴리스 제 5 구역에 소녀 자신이 크리에이터라면 도망칠 수 도 없는 노릇이였다. 정보를 알아내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뜬금없었다.

 

 

" 오빠야, 오빠는 사후세계가 있다고 생각해? "

 

 

나풀거리는 머리카락이 오로라처럼 발랄했다. 메트로폴리스를 지배하는 일곱 명에 걸 맡지 않는 문제 제시였다. 보통 기계와 신은 공존할 수 없는 매체였다. 허나 예외는 있었다. 공학(工學)과 신학(神學)의 합은… 노인(Noen)의 안타리우스 뿐이였다. 맹목적인 신앙심을 미끼로 신도들에게 참혹한 인체 실험을 행한 믿기 힘든일이였다.

 

 

" 대답이 없네? 그럼 문제를 바꿔볼까? 그럼 기계에 영혼이 깃들 수 있다고 생각해? "

 

 

대꾸가 없자 이번엔 문제 자체를 바꿨다. 뭔가 오묘한 질문, 인형사의 극에 달한 자라고 해도 그것이 가능 할리는 없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신의 영역임이 틀림없다. 만들어진 영혼이라니, 당치도 않았다. 대꾸조차 하기 귀찮은 문제였다.

 

 

" 대답하기 싫으면 관둬, 하지만 나의 부탁은 들어줘야겠어. 내 오레오 땅콩크림 맛은 비싸거든, 배신하면 죽음이야. 숙녀를 배신하면 하늘에서 기름 비가 떨어진다고. "

 

" 역시 바라는 게  있어서 날 데려온거군. "

 

" …깔깔깔! "

 

 

소녀는 화들짝 웃기 시작했다. 웃음은 좀처럼 멈출 생각을 않았다. 소리는 멈출 생각은 없었고 나중에는 숨이 막힐 지경으로 컥컥대며 웃어재꼈다. 괜시리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제지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멈춰야할 지 알 수 없었다. 허나 다행이 멈칫, 스스로 멈췄다. 소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 착각 마. 감히 날 뭘로 보고… 예상 외로 무례한 사내로군? 레베카 언니하고 웨슬리 아저씨가 아니였으면 넌 죽은 목숨이였어. "

 

 

그리운 이름들이 언급되었다. 특히 레베카, 살아있었다. 안타리우스의 가면을 쓴 의문의 남성에게 무참히 파괴당한 줄만 알았던 그녀가 살아있었다. 공포의 소용돌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떠올라 괜시리 몸이 떨렸다. 공포때문인지 분노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한 의견으로는 선자임이 분명했다. 그의 강함은 공학의 절정이였고 사이퍼의 힘으로도 매꾸기 힘든 갭이였다.

 

그보다 소녀의 경고가 위협스러웠다. 실제로 그녀가 마음 먹는다면 나 정도의 사이퍼는 순식간에 불쑥 나타나는 전동톱에 분해될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소녀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 곳은 그녀의 작업장일테고 아나벨라 장 마리에의 마지막이 언도 된 장소. 메트로폴리스일테니깐,

 

 

" 미, 미안. 무례는 사과하지, 그런데, 부탁이란게 대체 뭐지? "

 

" 후후훗, "

 

 

소녀는 새침한 투를 가장하며 묘한 웃음을 자아내었다. 독기를 품은 듯한 눈동자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섰다. 흠칫, 괴기스러워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들이미는 시선이 마치 뱀의 사안(蛇眼)과 같아 움찔했다. 관자놀이 쪽에 느껴지던 통증이 지워졌다.

 

 

" 메트로폴리스 제 4 구역에는 미치광이가 하나 있어. 기계와 영혼의 합일(合一)을 염원하는… 간단해. 그의 미친 행보를 막아. 저항하면 죽여도 상관없어. 가능하다면 말이지. "

 

" 보이는 외모에 비해 가차 없군, "

 

"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오빠야? "

 

" …각설, 타겟의 이름은? "

 

" 호호! 얘기가 빨라서 좋네! 아마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걸? 레이… 레이튼, 그래! 레이튼 펠프스! "

 

" 뭐? "

 

 

순간 동명이인인가 생각해보았지만 소녀의 말을 천천히 더듬어보니 헛된 바램이란 것을 알아챘다. 레이튼, 7 년전의 사고로 행방불명 된 뇌신(雷神), 푸른 빛의 전광으로 적을 찢어 섬멸하던 그가 살아남아 있었다. 허나 의문으로 남은 것이 있었다. 뭐가 그를 이 곳 메트로폴리스로 인도하였는가? 어째서? 그에겐 기계 정비 기술이란 오토바이 하나 뿐이였다. 물론 그 쪽에선 신의 경지라 불려도 되었지만…

 

 

" 과거엔 뇌신으로 불렸다지? 연합의 큰 축이였다던데? 왤까? 그는 어째서 연합을 버리고 메트로폴리스로 은거하였을까? 그는 7년전의 일로 훈장을 받아도 모자람이 없는 전쟁영웅이나 다름 없었을텐데? "

 

 

단 하나의 키워드가 내 뇌리를 스쳤다. 기계와 영혼의 합일, 상실한 그를 메트로폴리스로 인도한 '무언가', 7년전의 사고…!

 

 

" 허… 바, 바보 같은…! "

 

" 바보라… 섭섭한 소리를, 그는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내였어. 가끔 반해버릴 것도 같다니깐! 게다가 이제 그도 어엿한 메트로폴리스의 '지배자'라고! 물론 그에겐 그럴 생각따위 할 여유도 없겠지만 말이야, 네가 생각하는 만큼 그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냐. 시니컬 블루프린터, 그래! 메트로폴리스 4 구역을 지배하는 안타리우스의 기술자, 시니컬 블루프린터! 그게 레이튼 펠프스의 세컨드 닉네임이라고! "

 

 

약간 흥분한 듯한 마프림의 말에 눈앞이 깜깜해져만 갔다. 칠흑같은 공포와 함께 닥쳐온 절망감, 살아남은 연합의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프림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그를 찾아내 설득해봐야만 했다. 허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천하장사보다 무거운 눈꺼풀이 내 눈을 짓이기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 그래, 푹 쉬어. 피곤할테지, 허나 알아둬. 시니컬 블루프린터는 너를 보는 순간 널 찢어버리려고 할거야. 그 사건때매 유일한 낙이였던 그의 연인은 처참히 부숴졌고 그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너희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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