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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서 펑펑 울었어요
게시물ID : lovestory_486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racolo
추천 : 14
조회수 : 1103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2/11/29 19:23:10

가느다란 물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내리길 빌었는데 오늘도 역시 떨어지는건 아쉽게도 뚜욱 뚜욱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짙게 먹구름이 끼어있었고, 바람이 차게 불었습니다.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주차 된 차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보게 된 상점에 있는 곰돌이 인형은 유리에 한 꺼풀 가려진 세상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있는 여긴 비가 내리고, 바람이 차게 불지만, 그 가게 안은 포근한 조명에 따뜻한 히터가 틀어져 있으니 저 곰돌이 녀석은 내가 무슨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내 비참한 상황 때문에 졸지에 곰돌이 인형에게 조차 열등의식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 지는 순간입니다.

 

저녁에 내 눈을 어지럽히는 건 휘양 찬란하게 켜진 조명들이 아니라 나에게 실연이라는 아픔을 안겨준 그 이 일 것입니다. 그 이가 너무나 밉지만,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납니다. 혼자 걸어가는 길에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니 더 서러워져서 눈물을 삼키려 하지만, 그럴수록 터질 듯이 쏟아지는 눈물은 나를 점점 더 못생긴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가 빨리 오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날 보고 괜찮냐고 물어봐주었으면 하는 작은 관심입니다. 그것보다 더 기다리는 것은 미안하다며 뒤에서 나를 감싸 안아줄 그대입니다.

 

지금 내 앞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있는 사람이, 눈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당신이길 빌면서 눈물을 닦습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들려왔지만, 아쉽게도 내가 기다리던 그 이의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네..?”

 

“아뇨,, 울고 계시길래, 무슨 일인가 걱정이 되서,,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물어봐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줬단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라왔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아니 알곤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감정이 들었다.

 

이 남자에게 기대고 싶었다. 내 모든걸 털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 남자를 절대 못 잡을 것만 같았다. 내 가슴 속 감성은 어서 이 남자에게 다 털어놓으라고 울음보를 터치려 했고, 내 머릿속 이성은 지금 여기서 너의 모든 것을 다 털어놓으면 절대 이 남자를 잡을 수 없어라며 힘겹게 뛰어왔던 심장에 못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는 이성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그 남자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저,, 울지 마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요,,”

 

한번 울기 시작하니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내 스스로를 제어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울기 시작하니 어느새 이성이란 것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울고는 있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요’라는 남자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크게 울고 말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울고 있는 것도 민망했지만, 처음보는 남자 앞에서 이렇게 서럽게 울어대는 내가 정말 싫었다.

남자는 이러면 안되겠다며 나를 부축해 어디론가 데려갔다.

 

멀리 가지는 않았다. 버스 정류장 옆 화단에 나는 주저 앉았고, 남자는 내 옆에 어정쩡하게 앉아 자꾸 울지 말라며 보채고 있었다. 그러다 자기도 포기했는지 내 옆에 쭈구리고 앉아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오래된 연인이 서로 싸우다 지쳐 여자가 울고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을 것이다.

 

정신없이 계속 울다 이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조금 들자 민망한 마음에 억지로 눈물을 짜내고 있었다.

 

“이제 다 우셨어요?”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물어보았다.

 

“네,,”

 

나는 그런 걸 해맑게 웃으면서 물어보는 남자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왠지 고마웠다. 울고있는 순간 내 옆에 누군가 앉아서 나를 기다려주었다는 사실이 나름 기뻤다.

 

“여기 계속 앉아 계실꺼에요? 우리 추운데 따뜻한데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잔 하실래요?”

 

“저 때문에 버스도 못타셨는데, 제가 한잔 사드릴께요...”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정신이 없어 모기소리마냥 기어들어가 마지막 말은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뭐 버스는 놓치면 다음 버스 타면 되는거고, 저 때문에 울음 터진거 같은데 그냥 제가 사드릴께요!”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손을 뻗어 주었다.

 

우리는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주문 받아드리겠습니다. 손님~”

 

“핫초코 두 잔 주세요.”

 

난 메뉴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주문을 하였다. 나에겐 뭘 마실꺼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핫초코 두 잔을 시켜버린 것이다.

 

“진동 벨 울리면 가지러오세요.”

 

“네~, 원래 이런 날에 달달한거 마셔줘야 되는거에요”

 

막무가내로 핫초코를 시키더니 이런말을 하면서 실실 웃는다.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웃음이 싫지만은 않았다. 조금은 귀여웠다. 하얀 얼굴에 깔끔한 피부, 눈꼬리는 살짝 처졌지만 눈은 크고 맑았다. 코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오똑하였고, 입은 조그마했다. 그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핫초코가 어쩌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남자를 쳐다보느라 뭐라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장 푹신한 소파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핫초코에 푹신한 소파라... 어쩌면 지금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건지도 모르겠군,,, 으휴...’

 

머릿속에는 이미 이성이란 놈이 들어왔는지 그 남자에 대해서 조목 조목 따져보고 있었다. 남자가 뒤돌아 가는 찰나의 순간에 옷차림, 헤어스타일, 목소리, 얼굴, 말하는 모습까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나쁜사람처럼 느껴졌다. 순진한 애기를 데리고 지금 무슨 일을 하는건지 나에게 짜증이나서 머릿속에서 쥐가 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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