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대 숙소서 숨진 채 발견된 공군 대위, 유가족이 타살 의혹 제기
지난 1일 부대 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모(29·공사 57기) 대위에 대해 유가족이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초 자살로 추정한 군은 유족들이 장례 절차를 거부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최 대위의 외삼촌 김모(47)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 대위의 정수리에 1㎝ 정도의 상처가 나 있었고 양쪽 귀 뒤로 피가 흘러간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대위는 지난 1일 경남 진주시 공군교육사령부 내 독신자 숙소에서 방문 경첩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이 실시한 현장감식에서 5평 남짓한 방바닥에는 피를 닦은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 방 한쪽에 넘어져 있던 선풍기와 창문의 블라인드, 떨어져 나간 옷장 문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화장실 변기에는 피를 닦은 휴지와 핏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군은 최 대위의 사인을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외아들인 최 대위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베란다에는 추석선물용 홍삼 세트 2박스가 놓여 있었다. 김씨는 "최 대위의 사망 현장은 자살이라기보다는 몸싸움이 있었던 현장으로 보였다"며 "가족에게 줄 추석 선물까지 사두고 갑자기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독신자 숙소는 한 층에 20여개의 방이 있는 4층짜리 건물이며 최 대위는 1층에서 생활했다. 방과 복도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최 대위는 지난달 29일(금요일) 오후 부산 집에 내려가겠다며 휴가를 냈지만 집에 가지 않았다. 주말 동안 숙소를 비운 뒤 31일(일요일) 숙소 근처 빵집에서 9개의 빵과 우유, 커피음료를 산 뒤 정오쯤 숙소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감식 당시 빵은 하나만 발견됐다. 숙소 세탁기에서는 최 대위가 평소 사용하던 이불이 발견됐다. 김씨는 "이불 빨래를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는데 왜 목을 맸겠느냐"며 "하루 사이에 빵을 8개나 먹은 점에 비춰보면 다른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 대위는 평소 대인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토론, 동아리 등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했고 최근엔 서울을 오가며 중국어를 배우곤 했다. 독신이라 명절 같은 날 당직을 자처할 만큼 동료들을 먼저 배려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군은 최 대위의 사인을 질식사로 보고 있다. 다만 자살·타살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의 부검을 의뢰했다. 약물 검사 등에 2주 정도의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최 대위 소유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정밀 감식에도 착수했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최 대위의 정수리 부분에 상처가 있던 것이 맞고 그 상처에서 난 피를 닦아 버린 흔적은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부대 관계자를 비롯해 함께 근무했던 동료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군부대 내에서 군 간부에 대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