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밤이었음. 주점에서 부어라 마셔라 신나게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우리는 부모님이 여행간 친구네 집으로 향했음. 십분정도 걸었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음. 미친듯이 내리기 시작한 비에 우리는 구멍가게 앞에서 고립되고 만거임. 돈도 없어서 택시를 탈수도 없고(5명이라 명수도 안맞음) 우산을 살수도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친구 한명이 결연한 표정으로 구멍가게에 들어갔음. "어머니, 비닐봉지 열 다섯장만 주십시오" "뭘 사야 비닐봉지를 주지! 못줘!" "에이 어머니 좀만 주십시오 ㅠㅠ" 사정하던 친구는 절묘한 협상력으로 까만 비닐봉지 열장을 얻어옴. 잠시 고민하다니 말을 뱉음. "한명당 세장씩이면 한봉에 옷을 넣고 한봉을 팬티대신에 끼우고 한봉을 얼굴에 씌우고 뛸라 했는데 안되겠다. 이중에 세명은 얼굴을 까야되겠다." 일단 옷을 벗고 한봉지씩 넣고 손에 쥐었음. 이제 가위바위보를 해서 불운의 세명과 행운의 두명이 갈리려는 순간이었음. "야, 근데 우리 얼굴만 안보이면 되는거 아냐?!" "......."
그러고 우리 동네에는 얼굴에 비닐봉지를 쓰고 한손에 이상한 검은 공을 든 미친놈 다섯명이 소나기가 내리는날 미친듯이 웃으면서 동네를 가로지른다는 소문이 생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