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38528.html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6월 말이 2013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드라인이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거부중이다. 정부가 협상의 한 축인 공익위원들을 노동계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자칫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위험성을 감수하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의 ‘장외투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을 ‘중립지대’에 옮겨놓지 않고는 최소한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노동계와 재계가 평행선을 달릴 때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쥔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재계 요구에 가까운 결론을 내리곤 했다. 지난해에 2012년도의 최저임금 4580원을 결정할 때도 표결에는 공익위원들과 재계 쪽의 사용자위원들만 참여했다.
노동계의 불참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의 6차 전원회의까지 공전을 되풀이했다. 그렇다고 재계가 조급해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동계가 예년처럼 ‘정액급여의 50%’를 기준 삼아 2012년보다 22.3% 인상된 5600원으로 뜻을 모은 것과 달리, 재계는 아직 협상카드조차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2012년도 0%, 2011년도 0%, 2010년도 -5.0% 등을 제안한 선례로 미루어 최저임금 동결을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곤 경제도 어려운데 두자릿수 인상률이라니,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200만명이나 되는데 저임금 노동자가 더 양산된다느니 하는 낡은 레퍼토리를 읊어댈 게 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형편없이 낮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지난해의 단신근로자 월평균 생계비는 141만748원이다. 올해의 최저임금으로만 번다고 치면 308시간을 일해야 하는 금액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휴일조차 없이 한 달 내내 하루에 10시간을 일해야 손에 쥘 수 있다. 최저임금만으로 월평균 생계비를 충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우리 수준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
외국과 견줘도 초라할 뿐이다. 알기 쉽게 최저임금으로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는지 따져보자. 최저임금의 구매력 수준을 간접 비교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월 빅맥지수를 발표할 때 제시한 가격을 보니, 한국에선 4580원으로 빅맥(개당 3700원)을 1.2개 구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콜라 한 잔과 감자튀김이 곁들여진 빅맥세트(5200원)는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에선 최저임금 7.25달러로 빅맥(개당 4.20달러) 1.7개를, 일본에선 731엔으로 빅맥(개당 320엔) 2.3개를 살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엔 9.22유로로 빅맥(개당 3.49유로) 2.6개를 살 수 있다.
최저임금 협상은 노동계의 생존 싸움이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최저임금법 제1조) 게 목적이라지만, 노동계로선 ‘최소한의 생존’이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시간당 4580원의 임금으로 생활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들먹이는 건 낯간지러운 일이다. 한 시간을 일했으면 다른 나라처럼 최소한 콜라, 감자튀김과 함께 빅맥 한 개는 사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최저임금 협상을 개인적으로 ‘빅맥세트 전쟁’이라 부르며 지켜보는 이유다.
정재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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