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멍게의 의미가 섬뜩하다
아내는 '멍게가 숨은 주인공'이라며, 아버지의 짤막한 대사를 빌려 이렇게 말했다.
"본디 동물이지만, 일단 어느 곳에 자리를 잡으면 자신의 뇌를 양분 삼아 사는 식물이 된다는 멍게가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거친 세상 헤쳐 나가는 '동물'이 되길 포기하고 일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영혼까지 파는 비루한 '식물'이 돼가는 모습.
우리네 삶이 멍게를 닮았다고 비꼰 거잖아요.
"영화 속엔 '멍게'가 여럿이다.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요구를 나 몰라라 하는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병원의 의사들,
자본의 충실한 개를 자처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고 액수를 올려가며 목숨 값 거래를 시도하는 인사팀장이 우선 그렇다.
생업을 내팽개친 채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기업과 정부에 맞서 싸우는 아버지를 '빨갱이'라며 수군덕거리는 이웃 주민들 역시 우리 사회 멍게다.
그런가 하면, 누나의 죽음을 돈으로 흥정하려는 회사에 취직해 그들의 마름 노릇을 하는 철딱서니 없는 동생의 모습에선,
국민 모두를 멍게로 만드는 거대 자본의 위력을 거듭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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