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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이 넘어 고백을 하고 차이니 마음이 왜이리 허탈한가요
게시물ID : gomin_487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들꽃중년
추천 : 3
조회수 : 38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11/27 15:36:59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아이가 있습니다. 벌써 서로 알고 지낸 지 오년이 넘은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작은 호감은 가지고 있었으나 나이 차이도 좀 나고(11살 차이), 그리고 성격 상 그리 대놓고 내색하는 것도 아니라

늘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그렇게 같이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로 다니고 그러곤 했었죠.

 

모임이 있을 땐 서로 시간이 좀 일찍 마치는 업종이라 미리 근처 서점에서 만나 책도 고르고 뭐 그런 소소한 시간을 보내곤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몇 년 지내오는 사이에 저는 몇 번의 연애를 하게 되었고, 또 그러한 이야기를 그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린 가끔 틈틈히 시간이 나면 그렇게 서점도 들렀다 가끔씩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하는 정도 였어요.

 

저는 컬쳐코드를 상당히 중요시 하는 편인데 이 아이와의 싱크로율은 물론 제 생각이지만 80% 이상이 된다고 느끼고 있어요.

어느날 순대국 한그릇 동동주에 같이 먹고 집에 가는데 제가 바래다 주게 되었습니다. 서로 약간 취한 상태이긴 했지만 아무튼

전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하여 좀 쉬라고 했어요.. 괜찮다는 걸 억지로 말이죠... 네... 좀 억지로..

그리고 그 아이의 집앞께에서 나도 모르게 가만히 양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선 그 아이의 눈을 보다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버렸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아이가 어느 정도 날 피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틈틈히 연락하고 갑자기 먹고 살기 바빠진 제 처지 때문에

서로 만날 시간도 없었으며 그 와중에 저는 또 다른 여자에게 그냥 빠져 들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땐 좀 그랬던 시기였어요.

아무튼 그 아이도 저를 보며 오빠 정신 차리라고 그 여자는 오빠에게 마음도 없는데 왜그리 펄러덕 거리냐고 하곤 했지요

결국 다른 여자에게 빠졌던 시간이 또 지나가고 살아가던 어느 날 제가 다리를 다쳐 입원을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던 그 병실에 처음

병문안을 그 아이가 왔어요 책 몇권 챙겨서 말이죠.

 

그리고 또 그렇게 지내오다 어느 봄날 그 아이와 작은 피크닉을 떠났습니다. 둘이... 제가 이거 저거 음식 장만을 해서 같이 읽을

만화책도 좀 챙겨들고 그렇게.. 

모두에 말하였듯 처음부터 호감은 있었지만 늘.. 참 편하고 좋은 동생이긴 하였는데 그 무렵 부터 자꾸 여자로 느껴지던 순간이었어요.. 

농담삼아 ... 아 내가 한살만 젊었어도 너에게 대쉬 하는건데.. ㅋㅋㅋ

라면 그 아이 또한... 아.. 오빠가 한 다섯살만 젊었어도 참 고민해볼 텐데.. 라며.. 봄날의 피크닉을 보내고 또 그렇게

가끔 문자로 연락을 하다가 어설픈 고백 아닌 고백을 문자로.. 장난스럽게 보내봤는데

첫눈 오면 KTX 선로 위에서 만나자.. 라고 말이죠.. 흠 눈치를 챈건지 답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도 나이도 있고 쓰린 현실도 알기에

아.. 이제 됐다 싶어서 그 아이의 전화번호를 지워버렸죠.

 

그러고 가을이 와 지난 제 생일날 모두의 기억속에 사라져 그저 홀로 지내고 있는 저에게 문자 한통이 왔어요 생일 축하 한다고.

저장된 이름이 아닌 번호로 전송된 문자로 말이에요. 낯이 익긴 했지만 확신할 수 없어.. 누구신지 모르지만 외로운 저에 슬픈 생일

축하해 줘 감사합니다.. 라고 보냈더니 잠시 후 ... 뭐냐며.. 자기도 벌써 까먹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저 전화기를 새로 바꿔 저장되지 않았다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렇게 또 한달여가 지나고.. 어느날 또 불쑥 꿈속에 나온 그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참 견디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그저 한마디

보고 싶어.. 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왠 뜬금없는 소리냐며 장난 인줄 알고 답이 왔어요.. 시간 되면 언제 한번 보러 오겠다고.

그런데 참 기다리기도 뭐해서 제가 즐겁게 읽었던 책 두권과 함께 작은 쪽지 하나를 써서 택배로 발송을 했답니다. 그런데 그날

저에게 문자가 온거에요.. 오빠 뭐해요? 아는 친구랑 같이 있는데 시간되면 같이 보자고..  그래서 내가 참 묘한 타이밍이구나 라고

답을 보낸 후 만났는데.. 하하.. 오해를 하는 겁니다. 내가 마치 곧 결혼을 앞두고 중대발표를 하려는거 아니냐고..

아 그 와중에 내가 어떻게... 어.. 너에게 작은 고백의 글을 적어 보냈는데 아마 내일 쯤 받지 않을까? 라고 말을 할 수 있겠나요.

 

술이 거나하게 취하고 그 아이를 바래다 주러 가는데 그만... 말해 버렸습니다. 손을 덥석 잡고.. 나 너 좋아한다고.

참 말하고 싶었다고..  황당해 하던 그 커다란 눈망울이 어설프게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 술에서 깨어 술김에 그런말 해서 미안하다.. 술 깨고 정식으로 해보고 싶다.. 비록 차이더라도. 부탁인데 그렇게 한번 새롭게 만나자

라고 했더니 이 주 후에 보자고 하더군요.

 

그 시간을 기다리기 아쉬워 장문의 편지를 한통 썼습니다. 깨알같은 정성은 아니지만 홀리듯 그냥 마음에 있는 소리를 담아 적어 갔는데

뭐... 말하자면 그거죠.. 너를 좋아한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맨정신의 상태로 널 보고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상처줘도 괜찮다. 마음은 아프겠지만 견딜 수 있다. 라고..

 

그리고 그 이주 동안 기다리는데 참 이거 그런 고통이 없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이주가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길래 어제 문자를 보냈어요

아.. 이번주 패스?

한참후에 답이 왔어요.. 오빠.. 그 편지 어제서야 봤어요.. 그만큼 그거 읽는 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더군요. 여러 생각해봤지만 다 부질없는

것 같고 당분간은 오빠 못 만나러 갈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어색함이 사라지면 그 때 보러 갈께요 그 때까지 건강하세요.. 라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참 멍... 해 지더군요.

그래서... 내가 지금 좀 바쁘고 멍한 상태라 이따 통화 한번 하면 안될까? 라고 보냈더니

아뇨 지금은 제가 준비가 안되어있어요 ㅜㅜ 나중에.. 라며 짧은 답이 왔어요.

아.. 그런게 아니었는데 알았다.. 쓸데 없는 부담을 줘서 미안하고 이렇게 잘려서 씁쓸하다.. 이제 나에게 다음이 어디있고 또 너를 어떻게

본단 말이냐.. 가슴 한켠이 많이 답답하다.. 라고 보냈습니다.

 

머리는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다 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마음이 아직도 많이 허전해 솔직히 오늘은 일어서 있을 기운도 없더군요

기운이라기 보다 그저 멍한 상태의 현기증에 온몸이 나른하게 무력해져 있는 상태 입니다. 참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나에게 다음이 어디있으며 또 다시 너를 어떻게 본단 말이냐.... 라는 글을 제가 다시 쓰고 읽는 동안에 눈물이 나려 하네요.

 

나이 마흔이 넘어 참 드라이 하게 살면서 세상사 오욕칠정 따위 비웃으며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참 이거 연정앞에선 나이 따위

허물과도 같다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다시금 깨치게 됩니다. 대략의 이야기를 아는 녀석들은 이제 그만 찌질거리라고 하는데...

쌓인 세월 만큼 새겨져 쌓여온 마음 속의 가볍지 않은 짐은 쉽게 떨쳐지려 하지 않습니다.

 

어떻해야 하나요 이젠... 그저 이렇게 며칠을 좀 허무하게 지내다 보면 마음이 털어지려는지..

아직도 제 마음은 그래요.. 아... 이제 할만큼 했다 이런 거절을 당했으니 난 아닌거야.. 라는 마음 50%

아.. 아냐 어색함이 가시기를 조금 더 기다렸다 쿨해진 척 다시 연락을 해볼까? 라는 비굴한 마음 50%

 

너무도 답답하고 허탈한 마음에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던 이 마음의 넋두리를 이렇게 여기에 횡설수설 뿌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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