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media.daum.net/m/entertain/newsview/20140215082004658?newsid=20140215082004658&RIGHT_REPLY=R23 차라리 '우리들만의 잔치'라고 한다면 속 시원하겠다.
2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가제/감독 서세원/제작 애국프로덕션)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유명세를 탄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시나리오 감수를 맡은 건국대 사학과 명예교수인 이주영 박사, 그리고 작품의 총 감독을 맡은 코미디언 출신 목사 서세원이 참석했다.
시작부터 '아멘'과 '할렐루야'가 난무한 현장이었다. 흡사 탑골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장내는 '어르신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취재진을 제외하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설마 했지만 역시나 였고 행사의 목적은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 제작을 알리는 심포지엄에서 정치색 강한 자리로 돌변했다.
여러 인사들이 마이크를 잡았지만 이들의 발언은 단 하나였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 고(故) 이승만 박사의 인생이 왜곡됐다는 것과, 때문에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며 영화계를 들썩이게 한 '변호인(감독 양우석)을 뛰어 넘는 작품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 3,000만 명이 그리 쉬운 숫자였는지 이전엔 미처 몰랐다.
그 흥의 중심에는 서세원이 있었다. 이미 자리한 모든 사람들은 서세원 편이었다. 어르신들은 이승만 영화 제작 요청을 받아들인 서세원을 신봉하고 있었고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박수까지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방송 경력만 수 십년. 노련하고 똑똑한 서세원은 (자리한 사람들의) 민심을 읽을 줄 알았다. '될 것이다'도 아닌 '된다'라는 긍정 마인드가 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었다.
캐스팅은 커녕 시나리오조차 나오지 않은 작품이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로 확정했다"가 사실상 이 날 행사가 진행된 이유의 전부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덧붙여졌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작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캐스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을 비롯해 감독 서세원의 포부는 상당히 크다. 당초 '건국대통령 이승만' 감독직을 고사했었다는 서세원은 이승만 대통령과 관련된 24권의 책을 일은 후 "내가 대한민국에 죄를 짓고 살았다. 대한민국을 모르고 혜택받고 살았다. 내 인생을 걸고 이 영화를 만들겠다. 대한민국 좌파들에게 쫓겨나도 좋고 끝나도 좋다"며 감독직을 다시 받아들였다.
서세원에 앞서 수 십명의 감독이 이 작품을 거절했다. 이와 관련 전광훈 목사는 "감독을 알아보던 중 우리나라 영화 제작, 영화 예술계에 있는 분들 90% 이상이 좌파라는 것을 알게됐다. 그 누구도 이 감독 직을 수락해주는 분이 없었다. 20명 가까이 만나 사정했지만 '나 한국에 못살게 하려고 하냐. 영화 감독 그만 두게 하려고 하냐'며 차도 안 마시고 도망갔다"고 밝혔다.
90%가 거절했다면 분명 거절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건국대통령 이승만' 측은 그 이유보다 10%라는 자부심에 초점을 맞췄다. '변호인'을 깎아내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한 영화라고 낙인 찍는가 하면 1,000만 명의 관객이 영화에 속아 눈물을 흘렸다고 직설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들의 눈에 '변호인'은 확실히 눈엣가시였다.
물론 서세원은 "우린 이제 이념을 버리고 모두 하나가 될 때가 됐다. 조국을 사랑하는 열정이 식지 않게, 이 영화를 통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회개할 일이 있다면 회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제 더 이상 이승만 나쁜놈, '변호인' 나쁜놈 그런 말 하지 말자. 이 영화가 끝나면 김구 선생님을 비롯해 고(故)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고 싶다. 좌익 우익 따지지 말자. 부끄럽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 "할리우드에 가 유명 배우들을 만난 후 무릎꿇고 사정해서라도 출연을 성사시키겠다. 비싼 출연료? 새치 혀로, 짧은 영어로 깎고 오겠다. 이승만 영화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에 일류 배우들로 포진하려고 한다"며 잘 만들어서 해외 영화제를 휩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1,000만 '변호인'을 넘어 3,000만 명이 넘는 작품을 한 번 만들어 보자. 그래야 역사에 남고 기억에 남는다"고 현실성이 없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심포지엄은 3년 전 열린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 제작보고회와 꼭 닮아 있었다.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 측은 고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러브스토리를 그리겠다며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주연배우 한은정 감우성을 필두로 걸그룹 축하무대까지 전하며 스케일 큰 제작보고회를 치렀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화 제작은 감감 무소식, 출연을 확정지은 배우들은 하차 수순을 밟았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측이 끝까지 경계하고 배아파한 '변호인'과 굳이 비교하자면 '변호인' 측은 개봉 전까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언급을 오히려 꺼려했다. 자칫 영화가 정치적으로 비춰질까 우려했던 것.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만 알려졌을 뿐 결과물이 나오기 직전까지 모든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졌다. 개봉 후에도 관객들은 '누구'를 다뤘다는 것 보다 영화가 전한 메시지에 더욱 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그게 '변호인' 1,000만 돌파의 결정적 이유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영화 역시 조용히 작품을 탄생시킨 후 자랑을 했더라면 그나마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어떠한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르신들을 선동하는 모습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이 영화의 '총감독'을 맡은, 조금이나마 얼굴이 더 알려진 서세원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서세원이 장황하게 떠든 만큼 '건국대통령 이승만'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