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40분 지나서야 확인전화 가해남성이 받아 “신고 안했다” 출동않고 ‘오인신고’ 종결처리 피해여성, 신고 들켜 보복당해 지난 4월 오원춘씨의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당시 112 신고 부실 대응으로 도마에 올랐던 경찰이 같은 지역에서 동거남에게 폭행당한 30대 여성의 신고를 받고도 ‘오인 신고’로 처리해 더 심각한 폭행을 당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 사건 이후 경찰은 112 신고 대처 강화를 공언했지만 헛 약속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경기도 수원 중부경찰서와 피해자 가족의 설명을 종합하면, ㅇ(31·여)씨는 지난 17일 새벽 0시30분께 수원 팔달구 지동 자신의 집에서 동거남 최아무개(34)씨로부터 폭행을 당하던 중 최씨가 잠시 화장실에 간 틈을 타 집 전화로 112에 피해상황을 신고했다. ㅇ씨는 최씨와 1년 가까이 사귀어오다 성격 차이 등을 이유로 헤어지자고 말했다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 접수 40분이 지나서야 ㅇ씨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상황 파악에 나섰다. 112 센터가 신고전화를 접수하면 가장 가까운 순찰차량에 즉시 신고내용을 전달하는 ‘112 대응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경찰은 남성인 최씨가 전화를 받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현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오인 신고’로 처리했다. 가정 폭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피해 여성의 신고전화에 대해 가해 남성의 해명만으로 사건을 덮어버린 것이다. ㅇ씨 가족의 설명을 들어보면, 최씨는 경찰의 확인 전화를 끊은 뒤 ㅇ씨를 더 심하게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ㅇ씨는 갈비뼈 두 대에 금이 가고 허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ㅇ씨는 최씨에게 “숨쉬기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최씨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ㅇ씨는 최씨의 눈치를 보며 닷새 동안이나 집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ㅇ씨는 최씨가 집을 비운 지난 21일에야 가족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ㅇ씨의 어머니 이아무개(63)씨의 항의를 받은 경찰은 뒤늦게 최씨를 불구속입건해 조사하고 ㅇ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ㅇ씨가 집에 늦게 들어와서 한 대 때렸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ㅇ씨의 집이 있는 지동은 오원춘씨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 중부경찰서 동부파출소 관할구역이다. 경찰은 “동부파출소의 순찰차량 2대 모두 다른 사건을 처리중이라 인근 행궁파출소의 순찰차 근무자가 112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다 실수가 빚어졌다”고 가족들에게 해명했다.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한 정황도 확인됐다. 동부파출소장과 순찰팀장 등은 지난 21일 직접 병원을 찾아 ㅇ씨에게 “선처해달라. 언론에 나가면 일파만파로 일이 커진다”고 말했다고 ㅇ씨의 가족들이 전했다. 어머니 이씨는 “딸이 경찰에게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 울먹이며 한마디만 하고 이내 말문을 닫았다”며 “처음부터 경찰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했다면 이 꼴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큰 사건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겨 너무 곤혹스럽다”며 “신고 처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감찰조사를 벌여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91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