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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생사 A.E 02
게시물ID : cyphers_34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하모니
추천 : 2
조회수 : 12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3/14 11:48:12

生死

 

# Additional Editon 02. Seven years ago, Lleyton

 

 

" 내 손을 잡아. 길을 잃은 아저씨를 위한 동화를 만들어줄게. "

 

- 몬스터 엘리(Ellie)

 

 

" ……. "

 

 

 눈 앞에 윌라드가 나타나자 복수심이 솟았다. 아니, 복수심은 아닌 듯 했다. 놈을 이겨야만 한다는 오기일까? 아니, 그것도 아니였다. 그저 기억속에 있는 불순함이 오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허(虛) 해도 권태를 잊을 목표가 필요한 것이리라. 엘리가 만들어낸 괴물들을 빠르게 섬멸하라는 임무의 헛된 외침이 귓가에 들렸다. 아쉽지만 실제로 상황은 내 복수심을 채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 난 모든 힘을 엘리가 만든 몬스터에게 다 쏟아부었고 이젠 목표도 보이지 않았다.

 

 

" 안녕하십니까. 영국의 카플란에서 만난 뒤론 오랜만이군요. "

 

" 그 주둥아리 지져버리기 전에 조용히 하시지. "

 

" 허허, 과격한 성격은 동료간 유대에 좋지 않습니다. "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서 있는 장소는 글림듀 언저리였다. 엘리가 만들어낸 괴물들을 상대하다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글림듀까지 와버린 듯 했다. 사실상 사람의 걸음으로 다다를 수 없는 거리였지만, 위기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였지만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 그 뒤에 있는 기계는… 완전 산산조각이 났군요. 저런, "

 

" 비웃을 생각마라. 찢어버리기 전에. "

 

" 그럴리가요. 오히려 전 당신을 돕고싶습니다만… "

 

 

무슨 개소리인가, 그가 나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자 솔직히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와 나는 물과 기름과 흡사했다. 절대로 섞이면 안되는 존재였다. 그 어떤 타협점도 보이지 않았던 그다. 뜻 밖이였다. 예감치 못한 상황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적으로 만났어도 다시 만나니 반갑군요.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얄미운 그의 목소리엔 웃음이 담겨져있었다. 덩달아 흔쾌하지 않게 반가웠다.

 

 

" 지랄 같군, 이번에도 반칙을 쓸 셈인가? "

 

 

짐짓 태연을 가장했지만 어딘가 거슬렸다. 짜증나는 놈,

 

 

" 반칙?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건 승부같은 것이 아닌, 게임일 뿐이였으니깐요. 게임에서 이긴다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지 않겠습니까? "

 

"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왜 반칙을 쓰지? "

 

" 당신도 이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면 나와 똑같이 할 것입니다. "

 

 

그렇지 않았다.

 

 

" 헛소리 그만 하고 다시 한번 일대일로 겨뤄보는 건 어때? 네 말대로 하이드와 헨리 밀러 처럼 말이야. "

 

" 쉽지 않을겁니다.  아니, 불가능하지요. 지금의 당신으로는 절 죽일 수 없습니다. "

 

 

당치도 않는 허세를 부려보지만 놈의 대꾸가 눅눅했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놈이였다. 놈에게 읽히는 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야망뿐, 윗 공기에 그리 목말라하는 그가 어째서 나에게 호의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 먼저 선빵날리면 되는거지. 불가능한게 어디있어? "

 

 

그게 승부의 법이자 바이킹의 법이였다. 특히 선수를 치는 전술은 나에게 기본이였다.

 

 

"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

 

 

의기양양한 투는 아니였지만 놈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있었다.

 

 

" 두고 보면 알겠지. 영원한 승자는 없는거야. 너도 언젠가 실수를 할 테고 너보다 좋은 실력을 가진 자도 있을테니깐. "

 

 

그것이 진실이였다. 아니, 적어도 진실처럼 느껴지는 말이였다. 세상에 영원한 승자, 실패 없는 완벽한 승리는 있을 수 없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패배를 경험하는 것이 정당했다.

 

 

" 그 이야긴 여기까지 하고, 어떻습니까? 그 기계, 아니, 아가씨를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에게 소중한 물건 아니던가요? "

 

" 물건이라고 하지마라, 죽여버린다. "

 

" 시간이 별로 없군요. 따라오시죠. "

 

 

그는 글림듀 언저리의 푸른 잔디밭을 지나 어두컴컴한 골목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상큼한 디자인의 집들은 사라지고 골목 안쪽엔 리무진이 하나 시동이 걸린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이 맞았다. 그 리무진이 기다리는 것은 윌라드였다.

 

 

" 뭐 하십니까? 얼른 타시지 않고, "

 

" …제 정신이냐? "

 

 

나는 차를 타는 것에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리무진에 그려진 천칭마크, 선과 악을 재는 정의의 신 아스트라에아의 천칭, 안타리우스의 심볼이 보란 듯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였다.  

 

 

" 더러운 자식, 결국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칠 생각이였나? "

 

" 섭섭한 소리를, 안 타십니까? 그 아가씨는 당신에게 그 정도 밖에 안되는 것입니까? "

 

" 무슨 소리냐. "

 

 

윌라드는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날 응시하였다.

 

 

" 뭔가를 얻기위해선 자신의 손을 더럽혀야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당신의 능력이 강해진 이유 또한 세계대전에서의 고통이 당신을 각성시키신거 아니겠습니까? 저 또한 비슷합니다. 그저 이해타산의 이유로 그들과 협력하고 있을 뿐, 그들의 신념과는 아무쪼록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

 

" ……. "

 

 

잘 지어낸 사탕발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짜증이 솟았다. 예고 없는 그의 등장도 마치 잘 짜여진 작전과 같아 소름이 돋았다. 돈이나 명예 하나 없이 혈혈단신으로 연합에 투신하였으나 돌아오는 건 다혈질이라는 잣대. 허나 미련은 끈질겼다. 다혈질이라 욕해도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합에 몸 담갔었다. 윌라드를 보기 좋게 짓밟아주는 것, 허나 윌라드는 날 돕겠다고 손을 건넸고 뭇내 야속하게 느껴지는 호의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망설인다면 윌라드는 날 서슴없이 죽일 것이다. 황금빛의 낙뢰, 천상의 심판자. 두 얼굴의 사내 그는 윌라드 크루그먼이니깐.

 

난 그냥 아무 말 없이 리무진에 올라탔다. 더 이상 말을 하면 나의 속내만 드러나는 것만 같아서 기분나빴다. 안락한 차의 시트에 몸을 의지하자 피로한 내 몸뚱아리는 점점 깊은 잠의 구렁텅이로 침식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려 하지 않으려 안간 힘을 써보았지만 눈꺼풀은 무거웠다.

 

 

" ……. "

 

 

꿈을 꾸었다. 흔치 않은 일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꿈을 꾼 적이 없었다. 아니, 꿈을 꿀 틈이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어서 꿈을 꿀 순 없었다. 쫓기는 꿈 같은건 아니였다. 줄거리는 선명히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허름한 작업장 안에서 난 계속 누군가가 눈을 뜨기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였다. 내가 입고 있는 복장 또한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옆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소녀만 얼핏 기억되었다. 그래, 그녀였다. 복수 따위를 잊게 해준 나의 새로운 목표, 아름다운 메탈엔젤…

 

 

" 계속되는 전투로 피곤하셨나보군요. 일어나십시요. 도착했습니다. "

 

 

그래, 목표, 내일이 없는 자에게 꿈은 두려움의 징후일뿐이였다. 자신의 내일은 내가 만들면 되는 것이였다. 나의 땀으로 흠뻑 젖은 시트에 뒤척이다 알 수 없는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바로 시선이 가는 것은 창 밖이였다. 부스스한 희뿌연 시선으로 창 밖을 보니 하늘은 잿빛이였다. 여기저기 끼릭끼릭 거리며 움직이는 기계들로 가득했다. 난 이 곳을 알고 있었다. 기계와 향락의 도시 메트로폴리스였다.

 

 

' 아돌프가 사라진 마당에 이 곳에 그녀를 수리할 자가 이 곳에 있을까. '

 

 

짐칫 윌라드의 눈치를 살폈지만 의기양양한 그의 표정이 괜시리 얄미워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리무진이 멈춘 곳은 메트로폴리스 제 4 구역에 어느 한 조그마한 작업장이였다. 제 4 구역은 인형사의 정점에 오른 왓치마스터가 지배하고 있는 구역이였다.

 

 

" 이 곳에… 그녀를 구할 기술자가 있는거냐. "

 

" … 따라오시죠. "

 

 

그는 추적하게 내리는 비에 아랑 곳 않고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제길, 한 숨과 함께 절룩, 걸음을 내디디자 맨발에 닿는 빗물이 미끈거리며 거슬렸다. 작업장 군데군데 채 빠지지 않은 빗물이 가득하였다. 난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입에 물고 손에 라이터를 든 채 머리를 긁었다. 달콤한 연기가 눈물을 자아냈다. 눈을 비비며 후우, 하고 먼 풍광에 시선을 던졌다. 

 

작업장 안은 왓치마스터란 이름 답게 여러모양의 시계로 가득했다. 째깍 거리는 시계태엽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티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작업장 안에는 아쓱한 한기가 서려있었다. 비가 온 탓인지 한기가 더 서늘하게 느껴져 난 부르르 몸을 떨었다. 팔뚝을 비비며 종종 걸음을 쳤다. 작업장 안에는 나선형 계단이 보였다. 난간으로 아래를 살펴보았지만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뿐이였다.

 

 

'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저 음흉한 놈의 계략일지도 몰라. '

 

 

 나선형 계단의 끝은 어느 기계장치로 막혀 있는 두꺼운 철문이였다. 윌라드는 능숙하게 그 기계장치를 쥐곤 전기충격을 가했다. 기계장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끼릭거렸고 당연하지만 탄 냄새가 순식간에 진동했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철커덩, 하고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렸다. 윌라드는 아무 말 않은 채 그저 철문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였다. 밖에서 부터 아무 말 없는 그가 영 못미더웠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 반갑습니다. 왓치마스터, "

 

" … 또 과격한 방법으로 문을 여셨더군요. "

 

" 실례를 용서해주십시요. "

 

 

윌라드의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한 허름한 공방(工房)이였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공구들을 모두 사용할 리 없었다. 여기저기서 시계 태엽소리가 났다. 자장가 같은 시계태엽 소리는 내 청각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었다.

 

 

" 허나, 뒤에 계신 손님은 처음 보는 분입니다만…? "

 

" 제 권유로 이 곳에 몸 담그게 된 레이튼 펠프스라고 합니다. "

 

" 호오…. "

 

" 그럼 둘이 이야기를 나누시죠. 저는 비즈니스 덕에 바빠서 말이죠. " 

 

 

윌라드는 급히 작업장을 나섰고 내 눈 앞엔 기계장치로 도배가 되어있는 몸을 가진 사내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니, 사내인지 아가씨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음색이였다. 어차피 그의 성(姓)따위는 상관없었다. 

 

 

" 반갑습니다. 왓치마스터 에미트(Emit) 녹시밀리안이라고 합니다. "

 

 

그는 의외로 나에게 호의적이였다. 나는 호의적인 감정보다 반감이 앞섰지만 그렇다고 건네온 손을 거절 할 수는 없었다.

 

 

" 바, 반갑소… 레이튼 펠프스라고 합니다. "

 

 

나는 바로 본론에 들어가야만 했다. 바로 등 뒤에 업고 있던 그녀를 그에게 내보였다.

 

 

" 이 기계, 고칠 수 있겠어?! "

 

" …호오 크크크, "

 

 

에미트는 흥미로운 듯한 목소리로 그녀를 군데군데 살펴보았다.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제 기술로는 불가능하군요. 크크, "

 

" 뭐라고?! "

 

 

대뜸 튀어나온 그의 말에 화가 났다. 그가 정말로 왓치마스터인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는 기계공학에선 신이라 불리우는 6명의 정점에 오른 자중에 하나가 아닌가?! 더군다나 왓치마스터는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것은 메트로폴리스 내의 그의 지배영역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는 유일하게 메트로폴리스 내의 구역을 두 개나 지배하고 있는 실력자였다.

 

 

" 허나, 나의 기술로도 안 된다면 그 실력자를 만들면 될 터, "

 

 

불길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 당신의 열정이라면 가능할 것 같소만. 어떻소, 딱 7년이면 되오. 7년. "

 

" …내가 당신 밑에서 일을 하라 그건가? "

 

" 밑에서라니… 어디까지나 동동한 입장에서 일을 하라 그겁니다. 얻고 싶은게 있다면 그에 따른 지불을 할 것, 다만 그녀는 좀 비싸보이는 군,  나는 돈을 받지 않소. 당신의 7년을 받지. "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가지 않았다. 나에게 급한 건 그녀의 소생이자 생환이였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연합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 알겠다, 7년이면 되겠어? "

 

" 7년이면 당신의 목표는 이루고도 남지. 내 보증하지. 7년이면 자네도 메트로폴리스 한 구역을 지배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될걸세. "

 

"만약… 거짓부렁이라면 그 두꺼운 철면피를 부셔줄테니깐 각오하고 있으라고. "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상관 없었다. 그녀만 살아난다면 내 수명을 모두 바쳐도 좋으리라, 그녀에겐 좀 더 긴 꿈을 선사해줘야했다. 내가 반드시 깨워줄게, 그러니 푹 쉬고 있으라고 기계 아가씨…!

 

 

.

.

.

.

.

.

 

 

 

" 대단하군, 이 정도로 쫓아올 줄은 몰랐는데…. "

 

 

 

 지옥과 같던 왓치마스터와의 7년이 끝났다. 그의 마귀같은 메커니즘과 괴상한 성격은 제대로 받아 줄 자신도 없었다. 허나, 실력은 확실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왓치마스터였다. 시간의 지배자였다. 신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자였다. 무엇보다 소름돋는 건 끝까지 자신의 목표를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목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 이 작업장을 자네에게 주지. 이 기계를 수리하기에 연장은 부족함이 없을거야. "

 

 

그의 말대로였다. 그의 연장은 모두 하나 같이 대단한 물건들뿐이였다. 나는 그가 시간을 조정한 것을 목격했다. 얄팍한 속임수나 조작이 아니였다. 실제로 그는 시간을 조정했다. 그 몸뚱아리에도 비슷한 짓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몸에 흘러가는 시간을 멈추게 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까지 해서 그가 이루려는 것이 뭘까. 궁금했지만 나에겐 더 급한게 있었다. 그녀의 소생, 자신감이 생겼다.

 

 

" 크크, 당신에게 시간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

 

" ……. "

 

 

그의 인사를 받아 줄 시간조차 아까웠다. 아쉽지만 난 그와 달리 시간을 조정 할 힘이 없다. 1분 1초도 더 이상 헛 되이 쓰면 안되었다. 7년의 지불, 이제 그의 값어치를 할 차례다. 나는 조용히 허리춤에 걸려있는 21mm 스패너를 꺼내들었다. 

 

 

" 끼릭… 끼리릭… "

 

 

그녀는 분해하면 분해할 수록 놀라웠다. 기계공학의 무지(無知)하였을 땐 몰랐지만 그녀는 정말 메커니즘의 결정체였다. 신의 영역이였다. 지금까지 아돌프가 살아있었더라면 메트로폴리스를 구역이 아닌, 통째로 다스릴 정도의 실력자였다. 여섯명의 지배자는 쨉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녀에겐 나에게도 아직 알 수 없는 비밀이 많았다. 허나 그 비밀 또한 내가 해쳐나가야 할 시련. 반드시 고쳐주겠어. 난 그렇게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 흐하하… 하하하하! 됐어! 완성이다. 하하하! "

 

 

몇 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녀의 형태를 완벽히 복구하는데에 성공했다. 부서지거나 잃어버린 부품은 내 솜씨로 다시 만드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사실 나 또한 이 정도의 실력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다. 기껏해야 오토바이나 고치던 나였건만, 그 안에 숨어있던 잠재, 그것을 끄집어낸 왓치마스터의 실력은 더욱 놀라워 감탄을 금치못했다. 나는 전원을 그녀에게 주입하기로 했다. 이 스위치만 누르면 그녀는 눈을 뜰것이다. 다시 내 손을 잡고 내 볼에 입맞춤 해줄 것이다. 감격에 겨웠다.

 

 

" 부우우웅… 웅웅… "

 

 

여기까지 오는데에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치직… 콰가각… "

 

" ……!! "

 

 

불길한 소리가 났다. 회로가 타는 소리였다. 그럴리 없었다. 회로는 완벽했다. 그녀는 지금쯤 눈을 떠야했다. 말도 안되는 쇼트. 저항 값이라면 충분했다. 오차는 없었다.

 

 

" 씨바알!! 어째서?! 왜 작동되지 않는거냐! 으아아아아! "

 

 

결국 작동되지 않았다. 적절한 전원을 찾지 못한 전류는 그대로 접지된 땅으로 흘러갔다.

 

 

" 이제 그만 눈 좀 떠봐, 기계 아가씨… "

 

" 우흐흐, 헤헤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

 

 

어딘가에 들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나는 빠르게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엘리…. "

 

" 7년간의 개고생이 결국 보답받지 못하였구나, 가엾은 제페토… 끄하하, 웃음을 참을 수 없네! "

 

 

엘리, 그녀의 비웃음에 반박할 수 없었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오류였다. 부족한게 무엇일까,

 

 

" 끄히히, 시무룩 해 있지 마. 당신은 그런 표정 안 어울려. "

 

" 네 년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거지, 그 입 한번 더 지껄이면 찢어버리겠어. 당장 꺼져! "

 

 

나의 위협에 그녀는 주춤하는 기색 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여유로운 표정,

 

 

" 아쉽네. 당신이 만든 기계의 오류, 내가 고쳐줄 수 있어. 아저씨의 잃어버린 길,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데? 그래, 당신을 위한 동화. 그래, 피노키오 같이 행복한 결말의 동화! "

 

 

오류? 잃어버린 길? 그런 건 없었다. 내 설계는 완벽했다. 그렇지만…

 

 

" 자 , 내 손을 잡아. 길을 잃은 아저씨를 위한 동화를 만들어줄게. "

 

" …… 정말이냐. "

 

" 물론이지! 헤헷, "

 

 

난 황망히 그녀가 건넨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설령 잘못된 선택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길, 그 선택, 모두 내가 결정하고 내가 따른 것이기에.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지옥이라도 상관없다. 힘이 필요했다. 지식이 필요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겠어? 트릭시…

 

 

 

# Additional Editon 02. Seven years ago, Lleyton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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