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남자한테 지는 게 싫었다 잘 보이고 싶다거나 이런 게 아니였다 나는 너와 동등하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
'여자취급'....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잘 안다
'너는 나보다 약하다'
사실이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초등학교 때 서로 힘겨루며 뛰어놀던 아이들은 어느새 내가 안간힘을 써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커버렸다 그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일부러 힘을 조절해서 봐주는 걸 느낄 때...그걸 처음 느꼈을 때의 굴욕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유난히 남자애들과 잘 어울렸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던 걸까... 나는 대학에 와서도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지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언제나 더치페이를 했다 어쩌다 얻어먹으면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갚았다 가끔은 의식하고 더 좋은 데에서 먹고 내가 계산했다
술을 서로 마시더라도 절대 빼지 않고 한 잔 한 잔 번갈아가면서 마셨다 오빠들이 이런 여자애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절대 여자라고 술을 빼지 않았고 절대 여자라고 기대거나 약한 모습 보이지 않았다 가끔 너무 마셔서 술을 뺄 때는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제정신일 때는 끝까지 버티려고 했다 술자리마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마셔서 그랬는지 거의 매 술자리마다 끝까지 남았다
집에 데려다주는 건 완전 질색했다 여자가 위험한만큼 남자도 위험한거라면서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서로 데려다주지 않고 매번 깔끔하게 헤어졌다
나는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믿었다
남자한테 빌붙는 년,,,,혐오한다
나는 당당하다 신체적인 면은 어쩔 수 없어도...다른 모든 면에서 나는 당당하다
. . .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게 1년이 거의 다 지나갔다
어느 날 술 먹고 산책을 하는데 같이 술 먹은 오빠가 그러더라
"너는 좀 더 여성스러울 필요가 있어. 무슨 여자애가 데려다준다 해도 안 된대, 사준다 하면 싫다하고. 그러면 남자애들이 좋아하겠냐? 좀 다른 여자애들처럼 싹싹하고 붙임성 있게 밥 사달라고 하고 그러면 안 되냐? 무슨 여자애가 이러냐?"
그 오빠가 보기 드물게 취한 날이긴 했지만...
솔직히 나는 충격받았다 아니 충격받은 정도가 아니였다 뭔가...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게 산산히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그 오빠는 계속 그런 말을 쏟아냈다. 자기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둥, 넌 여자애가 왜 그러냐는둥...
물론 내가 남자애게 잘 보이려고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충격받은 것은 나에게 내가 가장 혐오하던 그 것을 남자에게 빌붙는 년을 그걸 나에게 바라는 모습이였다
그것도 모.두.가.
물론 그 후로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이런 점을 매력으로 생각하기라도 했는지 대쉬도 받았고 나는 여전히 꽤 많은 여자애들, 그리고 남자애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된장녀, 보슬아치 논쟁이 올라올 때마다 생각한다
당신은 그러면 나같은 여자친구를 바라겠어?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 과 사람들이 이상한걸까?
,,,아니다 사실 다들 어느 정도는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싹싹하고 남자 비위 잘 맞춰주고 순종하고 '자신보다 약한'...'여자다운' 그런 여자를 바라고 있지는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