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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문학] 나만 들을 수 있는 그녀 -3-
게시물ID : humorbest_488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erhbani
추천 : 16
조회수 : 4322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6/24 15:51: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6/24 02:32:38
어썬이 나가고 난 후, 노인은 다시 안경을 썼다. 적막한 대의회실은 노인이 휘갈기는 깃털펜 소리만이 차지하고 있었다. 전쟁학회 본부는 고위 소환사들의 자부심에 의해 과학적 기술은 단 한번도 유입된 적이 없었다. 공중에 떠 있는 위글의 랜턴만이 노인이 서류를 보는데 필요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에 따라 대의회실 한 쪽 구석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그곳에서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아이가 카쉬냅의 빈 자릴 메울 수 있을까요?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는 노인에게 가까워졌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선대 소환사들도 우리를 보며 같은 걱정을 했겠지. 쓸데 없는 고민이네. 답은 시간이 알려줄테니." "그렇군요. 제가 처음 승격했을 때의 당신의 생각을 알게 되서 기쁘네요." 노인은 깃털펜을 내려놓은 채 한숨을 쉬었다. "어떤가. 카쉬냅을 살해한 자의 단서는 찾아냈는가?" "전혀요. 자살이 아니라는 점밖에 알아낸게 없을 정도로 미스테리에요." "그는 매우 유능했어." "열 명이나 되는 영웅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그를 영입하려 애썼죠." "남에게 주느니 차라리 배제하겠다는 의미였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녹서스에서 한 짓일까요?" 갑자기 공중에 떠 있던 위글의 랜턴이 휘청거렸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지만 바닥에는 여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흔들리는 빛에 따라 노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환사 살해죄는 리그 규칙을 통 틀어서 가장 무거운 중죄네. 규칙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소규모 전투를 벌이는 그들의 잔머리가 이를 모를리 없어." "카쉬냅은 국가의 분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는 오로지 마법연구와 후진양성에만 관심이 있는 인재였는데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범인의 목적을 알 수가 없는 거겠지. 그래서 앞 일을 대비해 정식 소환사를 새로 뽑는 것 아니겠나. 곧 있으면 다음 번 견습 소환사가 올 시간이라네." "어머나. 이번엔 어떤 아이가 들어올까요? 저는 좀 더 귀여운 아이가 왔으면 좋겠어요." "나이를 생각하시게." "당신은 연세를 생각하실 때죠. 후훗. 그래서 이번엔 정식 소환사를 몇 명이나 뽑나요?" "카쉬냅. 그의 자릴 채워야 하니 열 명일세." 그 직후 노크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견습 소환사가 도착한 것이다. 위글의 랜턴 근처에 있던 여성의 그림자는 구두굽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노인이 말했다. "들어 오게." -------- 나는 멘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옆에선 멘델이 시끄럽게 나불댔지만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내용이 자신의 리더쉽이 분대에 끼친 영향과, 그에 대해 시샘은 나지만 군자의 마음으로 나를 축하해주겠다는 내용이라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멘델은 여기 저기 전화를 걸며 오늘 밤 축하 파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단골 주점에는 그라가스의 맥주 열 통을 예약해놓았다. 주점 주인은 내 소식에 기뻐하며 우리집 현관에 마오카이가 키운 대박기원 화환을 배달시켜 놓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에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일부터 정식 소환사가 된다는 생각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주어진 길을 따라 전진하는 미니언들과 달리 영웅들은 캄캄한 전장의 안개 속으로,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수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그런 곳으로 영웅을 보낼 수 있을까? 정해진 길을 걷기만 했던 내가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나는 심란해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 주파수는 클래식 채널로 맞춰져 있었다. 우연찮게도, 아침에 들었던 곡의 후렴부분이 이어져 나오고 있었다. 두번 연속 듣게 되자니 곡명이 매우 궁금했다. 나는 토사물이 묻었던 예복과 배게잇을 함께 세탁하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곡이 끝났고 DJ 아리의 사근사근한 멘트가 이어졌다. [곡 잘 듣고 왔구요. 방금 들은 곡은 아시는 분들만 아는 소나의 [나뭇가지 위는 무섭지 않아]였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소나가 에트왈을 튕겨 고양이를 진정시켰고, 이 때 즉흥적으로 연주한 곡이 지금의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 고양이는 나무에서 내려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요? 아니면, 더 높은 나무를 향해 도전정신을 발휘했을까요? 뒷 이야기는 청취자분들의 몫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덧붙여, 불면증에 시달리고 계시는 분들은 이 곡을 들으시면 좀 더 편안한 밤을 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니까요.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 다음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 사연은 멀리 프렐요드 산맥에 사는 한 소녀가 보낸...] 나는 곡명을 두번 세번 되새기며 귓가에 남은 여운을 흥얼거렸다. ------- 오늘도 펜타킬 밴드의 공연은 열광적이었다. 특히나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요릭의 베이스 솔로 파트였다. 현란한 그의 독주와 구울 퍼포먼스는 관객들로 하여금 미치도록 만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펜타킬 멤버들은 휴게실에서 서로를 칭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카서스가 말했다. "오늘도 수고하셨소. 뒷풀이로 술이나 한 잔 할까 하는데 다들 어떠하오?" 요릭이 말했다. "크크크 오늘따라 컨디션이 매우 좋아. 내 속이 소독되어도 좋으니 도수 높은 양주를 마시고 싶어." 모데카이저가 말했다. "엄청난 양주를, 선사해주겠어. 내가 좋은 곳을 알아. 거기로 가지." 소나는 에트왈을 거꾸로 튕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부정의 반응이었다. 공연 내내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분장의 효과로 인해 더욱 우울해보였다. 세 남자는 서로 눈치를 보며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카서스가 말했다. "소나님은 어디가 편찮으신가.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쉬시는게 좋겠소." 소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에트왈을 톡톡 건드렸다. 그것은 죄송하다는 의미였다. "아니 그럴 거 없소. 우리가 하루이틀 같이 한 사이도 아니고, 어차피 오늘은 사내 셋이서 저승에나 갔다올 생각이었소." 요릭이 말햇다. "누군가 죽기라도 햇다면 내게 말해. 도로 살려놓을 테니까. 물론 냄새는 좀 나겠지만." 모데카이저가 말했다. "냄새뿐이겠어? 다 썩어가는 걸 살려내서 어쩌자구. 차라리 내가 마지막 안부 인사는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지." 소나는 에트왈을 내려놓은 채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남자 셋은 소나에게 인사를 한 뒤 먼저 휴게실을 떠났다. 홀로 남은 그녀는 분장을 마저 지운 뒤 에트왈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을 끄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이 시간에 누가? 소나는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엔 어깨 위에 까마귀를 앉힌 대머리 남자가,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든 채 서 있었다. 스웨인이었다. ------- 지난 댓글의 약속대로 스웨인을 등장시켰지만, 절단신공으로 마무리 합니다. 영웅을 등장 시킬때마다 영웅들의 기본 대사집을 여러번 읽어보며 말투를 정하고 있습니다. 진도가 많이 느리네요. 그래도 못난글,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데카이저의 첫 대사가 픽을 골랐을 때의 첫 대사 패러디라는 것을 아는 분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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