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팬픽-단편-등급 : 폭력(19)] 인형놀이
게시물ID : pony_36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nny
추천 : 2
조회수 : 73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3/15 00:10:38
~(중략) 골격은 유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면서 경비가 싸게 들고, 부피가 크지 않아 정리하기 쉽고 연구에 편리하다. 모양은 제작과정 중에 내장 및 근육의 형태를 서서히 잡으면서 제작하고 보통 동물의 속은 솜 ·대팻밥 등을 심으로 넣는다. [캔터롯 왕립 자연학회, '동식물의 연구를 위한 표본 제작' 중에서] 




늦가을의 어느 날, 아침부터 바람이 몹시 불었다.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겨울의 기운에 스파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점심 무렵쯤, 도서관 2층에 있는 방의 청소까지 모두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며 그는 아침부터 책 속에 파묻혀 스크롤에 무언가 열심히 적고있는 트와일라잇을 향해 말을 건넸다.


"이제 곧 겨울인데, 난로라도 틀어야하지 않을까? 요새들어 몸이 으스스한게 감기라도 걸린 것 같다고."

트와일라잇은 쓰고있던 안경을 벗어 잠시 책 위에 놓아두고 투정기 섞인 목소리로 투덜대는 스파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돼, 스파이크. 아직 잎사귀에 서리도 내리지 않았잖아. 도서관이 너무 따뜻하면 서적을 보관하는데 좋지 않다고...그리고 약간은 서늘한 기온에서 공부하는게 정신의 집중에 도움이 돼. 그 연구결과는 이미 '마법의 개론'에서 나왔던 내용으로 몇년에 걸쳐 캔틀롯 마법학교의 교수들이 작성한......"

그렇게 한창 그녀의 설교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도서관의 문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에취!....잠깐만, 트와일라잇. 내가 가볼게."

스파이크는 재채기를 -다행히 불은 뿜지 않았다!- 한번 하고는 마치 덫에서 풀려난 토끼같이 재빨리 문으로 달려갔다. 문 밖에서 몇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는게 들리더니 곧 스파이크와 함께 방문한 손님이 트와일라잇에게로 다가왔다.

"애플블룸! 무슨 일이야? 그리고 그 뒤에 잔뜩 들고 온 것은 다 뭐니?"

"트왈라 언니야,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애플블룸은 알 수 없는 당혹감과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이 그녀에게 의자를 내어주며 차분하게 말했다.

"뭐든지 들어줄게, 그리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테니 진정하고 말해봐."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애플블룸이 입을 열었다.

"요새 빅 맥이 이상하다카이. 일 끝나고나면 쏜살같이 자기 방 아니면 헛간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그녀의 설명은 이랬다. 최근들어 빅 맥이 식사도 하지않고 자신의 방, 혹은 헛간에 처박혀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밤늦게 그가 에버프리 숲으로 향하는 모습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빅 맥의 방 청소를 하기 위해 방에 들어갔더니 이상한 약품 냄새와 함께 침대에는 핏자국같은 붉은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있던 트와일라잇의 머릿속에 순간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스파이크, 그러고보니 예전에 빅 맥이 도서관에 와서 책 하나를 빌려가지 않았었니?"

스파이크는 둘의 곁에 서있다가, 그 말을 듣고 도서 출납 명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몇 페이지 뒤에서 빅 맥의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래, 여기 찾았어. 빅 매킨토시, 한달 전쯤에 여기서 책을 하나 빌려갔네. 그때 책과는 거리가 먼 빅 맥이 책을 빌려간다고 해서 상당히 의아하긴 했는데 말이야......"

"혹시 그 책이 무슨 책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

스파이크는 한참동안 출납 명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한번 쉬고는 그것을 트와일라잇에게 건네주었다.

"전문 용어로 쓰여있어서 말이야. 동식물 뭐시기였는데, 왜 이렇게 책 이름을 어렵게 짓는건지 모르겠어"

"음, 어디보자....'동식물의 연구를 위한 표본 제작'이라는 책인데, 빅 맥이 이 책을 왜 빌려간거지? 사과에 대해서 표본 정리라도 필요한건가?"

깊이 생각을 하던 트와일라잇의 시선이 향한 곳은 애플블룸이 가져온 가방이었다.

"아, 애플블룸. 네가 들고온 '그것'도 빅 맥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니?"

애플블룸은 그 말을 듣고 주저하다가 가방을 열어 천으로 싸여있는 무언가를 트와일라잇 앞에 꺼내보였다. 그녀가 조심스레 천을 풀어내자 모습이 드러났다. '동물의 박제'였다. 다람쥐, 토끼, 그리고 개구리 등 몇몇 동물들이 손질이 험하게 되어 손상된 부분도 보였지만, 거의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오, 이런. 플러터샤이가 여기 없는게 천만다행인거 같아."

박제를 본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만약 플러터샤이가 이 광경을 봤다면 슬픔을 못이겨 기절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잠시동안 박제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다시 천으로 박제들을 감싸고 애플블룸에게 건네며 말했다.

"애플블룸, 빅 맥은 그냥 '새로운 취미'를 시작한 것일지도 몰라. 네가 방에서 맡았다는 이상한 냄새는 아마 박제처리를 위한 방부제의 냄새겠지, 핏자국도 동물들의 것일테고. 물론 작은 동물들을 잡아다가 박제로 만드는건 썩 유쾌하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처벌을 받는건 아니야."

오빠의 '이상한 행동'이 혹시 나쁜 짓은 아닌가, 걱정하던 애플블룸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그녀는 조심스레 천에 싸인 박제들을 가방에 넣고 트와일라잇의 말에 귀기울였다.

"동물들의 질병이나 생활 등 여러가지 연구를 위해서 캔틀롯에 있는 자연학회라는 곳에서도 이렇게 박제를 만들고, 박물관에도 전시하거든. 빅 맥은 그저 이런 행동이 애플잭과 너에게 알려지면 뭔가 부끄러운게 있어서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지. 네가 이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내가 나중에 빅 맥에게는 이야기해볼게."

그제서야 애플블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방을 다시 메고 도서관을 나섰다. 그녀가 일어서면서 덜 닫힌 가방 틈으로 낯익은 헝겊 포니인형 하나가 떨어졌다. 그 순간, 애플블룸과 트와일라잇의 시선이 동시에 그 인형으로 꽂혔다. 뒤이어 눈이 마주친 두 포니 사이에 잠시나마 정적이 흘렀고, 둘은 이 인형때문에 벌어졌던 '어떤 모종의 소동'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음....헛똑똑이구나...애플블룸, 혹시 이거 네가 가지고 있었던거니?"

트와일라잇은 띄엄띄엄 어색한 말투로 애플블룸을 보는둥 마는둥하며 이야기를 건넸다.

"아.....하하하 그...그러고보니 이거를 언니야한테 돌려준다는걸 깜빡했다카이......오빠야 방에 있던걸 내 몰래 돌려줄라고 갖고왔는데..."

잽싸게 트와일라잇의 품에 헛똑똑이를 건네준 애플블룸은 허겁지겁 도서관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트와일라잇은 무언가 불안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저 싸늘한 바깥공기 탓이려니하고 책상으로 돌아와 이내 읽고있던 책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늦가을 사과 수확을 모두 마친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가족들은 이제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날은 빅 매킨토시와 애플잭 둘이서 겨울동안 에버프리 숲의 들짐승들이 농장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세워진 방책을 손보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둘은 공구들을 가방에 넣고 이른 아침을 먹은 뒤, 에버프리 숲으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오빠야, 언니야, 올해는 내도 같이 가믄 안되나?" 

애플블룸이 다가와 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빅 맥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실망한 듯한 그녀에게 애플잭은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아직은 안된다. 니는 내년에 같이 데리구 가줄게."

그렇게 할머니와 동생을 뒤로 하고, 모든 채비를 마친 둘은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어두운 새벽길 속으로 사라졌다.

 

늦은 오후, 한가롭게 도서관에 앉아 스파이크와 트와일라잇은 체스를 두고 있었다. 체스판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스파이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마지막 말 하나만 옮기면 체크메이트를...... 
 
쾅!-

순간 도서관의 문이 세차게 열리며 무언가 날아들어왔다. 그 덕분에 체스판은 엎어지고 도서관은 난장판이 되었다. 스파이크는 핑핑 도는 머리를 두어번 세차게 흔들고는 그 '날아들어온 무언가'에게 외쳤다.

"오, 레인보우 대쉬! 내가 이번에 트와일라잇을 이기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걸 한순간에 망쳐버리다니!"

스파이크의 볼이 빨개지며 잔뜩 토라진 표정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트와일라잇은 키득거리며 대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대쉬는 자신을 뒤덮고있는 산더미같은 책 속에서 목만 쏙 내밀고 있었다.

"무슨일인데 그렇게 서둘러 오는거니? 아니면 혹시 새로운 비행기술이라도 연습중이었던거야?"

대쉬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는 트와일라잇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아니, 트와일라잇. 이건 급한 일이야! 방금 에버프리 숲에서 있었던 일인데, 빅 맥은 다치고 애플잭은 행방불명이 됐다고!"

"오, 이런."

트와일라잇의 웃음기가 싹 가시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레인보우 대쉬가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떠나고나서, 트와일라잇은 홀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달리고 있는 중에도 이상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에버프리 숲에 어떤 일이 있길래 둘은 숲으로 들어갔던걸까?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병원 문앞에 도착하자 트와일라잇은 다급히 문을 열고 간호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여기에 방금 에버프리 숲에서 부상당해 온 환자 있지 않나요? 빅 매킨토시라고..."

"아, 그 환자분이라면 응급실에서 치료중일텐데요. 혹시, 보호자..."

트와일라잇은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병원 복도 끝에 위치한 '응급실'이라는 간판이 달린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응급실 안에서 빅 맥을 찾아보아도 그의 모습은 커녕, 비슷한 큐티마크조차 보이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은 잠시 당황했으나, 곧 옆에서 진료중인 의사를 보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죄송하지만, 빅 매킨토시라는 분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있다고 들었는데 어디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빅 매킨토시요? 잠시만.....어디보자, 아까 그 친구였나."

의사는 몇 초간 잠시 생각을 하더니, 기억이 난 듯 그녀에게 말했다.
 
"아, 아마도 맞을겁니다. 에버프리 숲에서 나무늑대들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벼랑에서 굴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크게 다치진 않았어요. 팔쪽에 가벼운 찰과상만 입어서 붕대만 감아줬습니다. 아마 아까 귀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트와일라잇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애플잭은 행방불명 상태다. 대쉬가 친구들을 이끌고 도착하면 에버프리 숲으로 향해 그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오, 의사 선생님. 진료중에 죄송하지만 혹시 약품실에 누군가 들어가는 것 못보셨나요? 포르말린이 몇통 사라졌어요!"

간호사가 다가와서 의사에게 귓속말로 말했지만, 트와일라잇은 무심결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줄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포르말린? 잠깐, 포르말린이라면......'

트와일라잇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때였다.


"트와일라잇!"

대쉬였다. 뒤에는 핑키 파이, 래리티 그리고 플러터샤이도 보였다. 다들 갑작스런 소식에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듯 했다. 

"빅 맥은 어떻게 된거야?"

"크게 다친건 아니야, 벌써 퇴원했다고 해. 그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트와일라잇은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대쉬가 트와일라잇에게 못마땅한 듯이 말했다.

"그러면 빨리 에버프리 숲에서 애플잭을 찾아봐야지, 여기서 꾸물거릴 시간이 없잖아!"

트와일라잇은 결국 우선 에버프리 숲 쪽으로 향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좋아, 레인보우 대쉬. 먼저 날아가서 농장부터 에버프리 숲 입구까지 애플잭의 흔적을 찾아봐줘. 핑키랑 래리티는 혹시 아침부터 지금까지 애플잭을 본 포니들이 있는지 확인해주고. 그리고 정확히 두시간 후에 에버프리 숲 입구에서 만나는 걸로 하자."  

그녀는 플러터샤이를 바라보았다. 친구를 찾으러 가는 길이지만, 여전히 그녀는 숲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울 것이다. 미세하게 떨고있는 것이 트와일라잇의 눈에 들어왔다.

"플러터샤이는 병원에서 기다려줘. 금방 애플잭을 찾아서 이곳으로 데리고 올게."

그렇게 플러터샤이를 뒤로 하고 그녀는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나쁜 소식이 전해진 것만 빼고는 너무도 화창한, 구름 한점없는 늦가을의 오후였다. 걷기 시작한지 20여분 쯤에 도서관에 도착하고나서 그녀는 몇가지 물품을 가방에 챙긴 뒤, 잠시 자리를 비운 스파이크에게 메모 한장을 남기고 에버프리 숲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가 애플잭의 흔적을 찾는 기색도 않고 바로 향한 곳은 숲 깊숙히 자리잡고있는 제코라의 나무집이었다.

"오, 트와일라잇 스파클. 친구여,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그녀가 문을 열며 반갑게 맞았다. 트와일라잇은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하며 문으로 들어섰다.

"이야기 좀 하죠, 제코라. 당신에게 말할 것이 있어요."



애플잭은 알 수 없는 냄새에 눈을 떴다. 
이 냄새는 뭐랄까. 썩은 사과더미에 돼지 오물을 잔뜩 들이부은...아니, 온갖 더러운 것들을 죄다 섞어다놓은 듯한 비릿하고 구역질나는 냄새였다. 정신을 차리자 온몸 구석구석이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이 쑤시고 아파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이런 곳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떠올려보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자신은 숲 근처에서 방책을 설치중이었고, 저 멀리서 나무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정신을 잃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 자신이 지금 세워진 넓은 나무 판자 에, 움직일 수 없도록 사지가 묶여있는 것을 알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묶어놓았는지는 모르지만 '참 손님대접을 할 줄 모르는 녀석이군...' 이라고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점차 그녀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저 멀리 윗쪽 어딘가에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곳이 보였다. 그녀는 아마도 여기가 동굴 안이나 축축한 어느 창고의 지하실쯤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그녀의 팔다리를 기어다니는 이름모를 벌레들이 있을만한 곳은 아닐테니까. 한참을 여기가 어딘가 스스로의 수수께끼에 빠져있을 즈음, 둔탁한 걸음소리가 들리며 횃불을 든 누군가가 들어왔다. 애플잭은 이렇게 무례한-그녀가 예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짓을 저지른 놈팽이에게 욕이라도 퍼부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얼굴을 들어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 녀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첫번째는 그 녀석의 다른 손에 들려있는 작은 수술 칼의 반짝임을 보아서였고,
두번째는 횃불 뒤에 비취는 그 녀석의 얼굴을 보아서였다.

'그 녀석'은 섬뜩한 눈으로 애플잭을 바라보고는 이죽거리며 말했다.

"오, 이런이런....애플잭, 너무 빨리 일어났잖아....인형놀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트와일라잇이 친구들과 약속한 두시간이 흘렀다. 저녁노을이 비취는 숲으로 접어드는 입구에는 이미 레인보우 대쉬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고, 래리티와 핑키 파이도 초조한 표정으로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트와일라잇은 그녀들을 보고는 서둘러 숲에서 달려와 말했다.

"혹시 너희들 중에 누구라도 애플잭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 있니?"

셋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트와일라잇의 뒤를 따라 제코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숲에서 나타났다. 세명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트와일라잇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셋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받으며 트와일라잇은 입을 열었다.

"제코라가 오늘 아침에 나무 늑대들이 무언가를 쫓아 달리는 모습을 봤다고 해. 그 위치가 저 숲 깊은쪽이라고 한 것 같은데, 너희들은 제코라를 따라서 숲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난 시장님께 가서 애플잭을 찾을 포니들을 좀 더 모을 수 있도록 이야기한 뒤에 올게."

세명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숲으로 사라져갔다. 제코라도 그들을 따라 숲쪽으로 걸어가며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트와일라잇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제코라를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네 마리의 그림자가 숲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나서야 트와일라잇은 돌아서며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얘들아....아마도 이건 나 혼자 해결해야 될 문제같아."

그녀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달리는 곳은 포니빌 거리쪽이 아닌, 스위트 애플 에이커 쪽이었다.



애플잭은 잔뜩 공포에 질렸다.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얼마 전까지 자신을 따르며 반기던 위노나였다. 아니, 지금은 그저 위노나의 가죽을 뒤집어 쓴 인형일뿐이었다. 눈은 유리구슬을 박은 듯 반짝였지만 이미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털은 알 수 없는 약품냄새에 찌들어 정신이 몽롱할 정도였다. 그것을 애플잭의 눈 앞에 들이대며 키득대던 '그 녀석'은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더욱 신나는 목소리로 지하실이 떠나갈 정도로 외쳤다.

"저런저런! 울지마, 애플잭! 너도 이제 곧 위노나 같이 될거야! 그리고 곧 네 친구들도 말이지! 너무 공포에 떨 필요도 없이, 그냥 잠시 따끔할 뿐이야! 내 인형놀이에 영원히 함께하려면 이정도는.....그래, 사과 한조각도 안되는 일이지. "

'그 녀석'은 위노나의 박제를 그녀의 눈 앞에서 치우고는 애플잭의 헝클어진 머리를 쿡쿡 찌르며 낄낄거렸다. 

"넌...엿같은 새끼야! '빅 맥'!"

애플잭은 자신의 마음 속에 치밀어오르는 모든 증오와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빅 매킨토시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그는 한번 피식 웃더니 수술 칼로 애플잭의 왼쪽 귀를 내리찍어 판자에 고정시켰다. 찢어질듯한 비명이 들리고, 그녀의 금빛 머리는 이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빅 매킨토시는 다시 박장대소하며 헐떡거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버릇이 없구나!....오빠한테 욕지거리를 해서 그런 벌을 받는거야! 좀 더 공손한 여동생이 되어야지. 애플잭? 오빠가 너랑 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연습을 해왔는데 말이야!"

그는 선반에서 다른 수술 칼을 집어들더니 기분나쁜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되겠어, 오빠는 너에게 너무나 실망을 한 나머지 벌을 좀 주고싶은데......조금 많이 따끔할거야, 애플잭. 넌 아직 네 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 없지, 응?"

애플잭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은 왕방울만해져서는 자신의 배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차가운 수술 칼의 끝을.....



"당장 멈춰, 빅 맥!" 

빅 맥이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의 손 근처에 보라색 빛이 번쩍하더니 극심한 고통이 일었다. 그는 그 고통에 못이겨 수술 칼을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헛간 지하실 문가에서 그를 멈춘 것은.....트와일라잇이었다. 빅 매킨토시는 그녀를 보고는 잠시 놀란 듯 하다가 다시 광기어린 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으며 말했다.

"아니...이게 누구야! 우리 포니빌의 똑똑이 처녀, 트와일라잇 아니신가!....불청객이라니, 재미있군! 너도 우리 인형놀이에 같이 참가하고 싶은거야?!" 

트와일라잇은 그의 말을 듣고는 말없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의 앞에 던졌다. 허름한 천을 기워 만든 망아지 모양의 인형, 트와일라잇도, 빅 매킨토시도 이미 본 적이 있는 인형이었다. 말없이 빅 매킨토시는 그 인형을 주워들었다. 트와일라잇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에게 나직이 말했다.

"그래, 그리고 초대장으로 이 '헛똑똑이'가 날아왔지. 덕분에 난 너의 '이상한 취미'가 무얼 뜻하는지도 알게되었고. 이제 인형놀이는 끝이야, 빅 맥. 조금있으면 너의 그 괴상한 취미도 끝장나게 될거야. 허튼 짓은 더이상 하지 않는게 좋아." 

그 말을 듣자, 빅 맥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수술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두 손을 들었다.

"......그래, 니가 이겼다, 트와일라잇.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그런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트와일라잇은 그가 더이상 흉기를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 뿔에 마법을 집중하여 바닥에 떨어진 수술 칼을 집어들었다. 칼이 공중에 떠올라 그에게서 멀어져가고, 그 때였다.

"바로 네가 공포에 질려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날 말이다!"

빅 매킨토시는 그녀가 잠시 한눈을 판 틈을 타서 옆 선반에 놓여있는 약병을 집어 던졌다. 재빨리 트와일라잇은 날아오는 약병을 깨트렸지만, 그 안에 담긴 액체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순간 역한 냄새가 나며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아마도 빅 매킨토시가 병원에서 훔쳐 달아난 포르말린일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와일라잇은 몸의 균형을 잃으며 보기 사납게 바닥에 나뒹굴었다. 약의 마취성분때문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다리에는 서서히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녀의 흐릿한 시야로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와 수술 칼을 집어드는 빅 매킨토시가 보였다. 무언가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었지만, 굳어가는 입에서는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빅 매킨토시가 무어라 자신에 눈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하는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건가.....트와일라잇은 빅 매킨토시가 칼을 집어들고 머리 위로 높이 드는 모습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무언가 감은 눈 사이로 번쩍하는 빛이 보이고는 그대로 암흑이 찾아왔다......





...라잇



일라잇...


"트와일라잇!"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눈을 서서히 떴다. 눈 앞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초록색 형체가 아른거렸다. 스파이크였다.

"아, 스파이크. 혹시 여기는 저승이니?"

스파이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물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트와일라잇은 한결 정신이 들며 주변의 모습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포니빌 병원의 병실인 듯 했다. 그녀는 아직 마비가 채 풀리지 않은 몸을 어렵사리 반쯤 일으키고는 스파이크를 바라보았다.

"......성공했구나."

"아무리 그래도 잠깐 기다렸다가 나한테 이야기는 하고 갔어야지, 대뜸 가버리면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시작된 스파이크의 이야기는 이랬다. 아마도 트와일라잇이 정신을 잃고 난 뒤, 빅 매킨토시가 트와일라잇의 목에 수술 칼을 꽂아넣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스파이크가 편지를 보내 요청한 근위병들이 일이 벌어지는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외진 헛간 지하실에 나타나서 그를 제압했다고 한다.
다행히 둘다 무사하게 구출되었고, 빅 맥도 캔틀롯으로 압송되었지만 한발만 늦었어도 큰일날뻔 했다며 스파이크는 혼자서 흥분해가며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퍼부어댔다.

"그래서 혹시 지금 애플잭은 어때?"


"뭐...상처야 크진 않으니 곧 낫는다지만, 정신적 충격때문에 밥도 못먹고 있다고 하던데..."

가장 큰 걱정은 애플잭이었다. 다른 이도 아닌 자신의 오빠에게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친구였던 위노나의 처참한 모습까지 봤으니......트와일라잇은 이내 숙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스파이크, 이게 다 나때문이야. 내가 예전에 인형에 그런 마법만 걸지 않았어도......"

스파이크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트와일라잇을 꼬옥 안아주었다.

소리없는 울음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Based Season 2 Ep.03 'Lesson Zero')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