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을 아시나요?

단풍과 빨치산의 역사로 이름난 곳이지요. 섬진강과 만나는 연곡천을 따라 구비구비 계곡을 올라가면 국보2개,보물4개를 가지고 있는 연곡사가 있고

그 위로 단풍이 들면 산도 물도 사람도 붉어 삼홍소로 불리는 소와 계곡이 이어집니다. 이곳이 피아골입니다.

임진왜란때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의 추모비가 있고 빨치산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이 활동 근거지로 삼기도 했던 곳 피아골.

 

그런데 국립공원 1호 지리산 계곡이자 역사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이 계곡에 느닷없이 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8일 수자원 확보와 홍수 예방을 위해 섬진강수계인 구례군 내서천에 내서댐을 건설하는 내용의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을 확정 발표했다. 

 

이렇게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지리산 피아골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생소한 이름의 '내서천' 에 댐을 만들겠다는 기사만 보입니다.

내서천에 댐 만든다는데 왠 지리산 피아골 타령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이 지리산 피아골계곡을 거쳐 섬진강과 합류하는,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지리산 계곡을 벗어나서

마을이 시작되는 (직전마을이겠네요)지점부터 피아골계곡은 공식 행정명칭으로 내서천이 됩니다.

그러니 국토해양부가 '내서천'에 댐을 건설하겠다고 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하는 공식 발표이니 공식행정명칭을 쓴 것도 역시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공식적인 명칭이어서 '내서천댐 건립계획"이라고 발표했을까요?

그외에 다른 꿍꿍이는 전혀 없었을까요?

 

좀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자료라고 해 봐야 신문기사들이죠)

구례군과 군의회, 인근 지역인 하동 광양이 발표가 나자마자 바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더군요.

민간단체들도 함께 모여 반대의사를 밝히고 일방적인 중앙정부의 댐건설을 저지하겠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지역주민과는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가 하겠다고 확정발표를 해 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밖에요.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계획과 거시적 안목으로 댐 도로 같은 사회기반시설 건설계획 세울수 있습니다.

아니 해야 할 일이면 하는게 정부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그 목적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소통을 잘 해야겠죠. 잘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겠죠.

 

정말 그렇게 하려고 했으면 이름부터 국민들이 잘 알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붙였어야 합니다.

지리산 피아골 댐 건설계획이라고.

그런데 지리산이고 피아골이고 연곡사는 아예 간 곳이 없고  생소하기 짝이 없는 '내서천' 댐 공사라고 발표합니다.

 

구례지역 아는 분이 한 분계셔서 물어봤습니다.

 

구례사람들이 연곡사 골짜기를 내서천으로 부르냐고요.  공무원들과 그동네 사람들이나 내서천으로 알지

같은 구례사람들이라도 대대로 산 토박이들과 한평생 산 사람들 빼고는 모를거라고.

 

저는 댐 건설이 옳냐 그르냐 까지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나라의 정부가 '말'을 얼마나 정치적으로 쓰는지를,

소위 사실이라는게 진실이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도 국민은 통보와 통치의 대상이지 함께 공동체를 가꾸어나갈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자칭 주류언론 1등언론도 이런 정치적 수사법을 아주 잘 이용합니다.

그들은 사실을 말합니다 (급할땐 가끔 행정적 착오와 오해로 인하여 오역을 하기도 하고, 실수로! 사실이 아닌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그 사실은 진실이 아닐때가 많습니다. 또는 90%의 사실만을 말합니다. 10%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리산 피아골에 댐을 만든다고 말하지 않고 구례군 내서천에 댐을 만든다고 말한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