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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우울하고 하는거 다 안되는 날이었어요
게시물ID : wedlock_4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lkip
추천 : 17
조회수 : 1327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6/09/29 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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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죠, 9월 28일.
 
사실 어제가 제 생일이었어여...
 
그런데 미친 듯이 안풀리는 날이기도 했죠ㅋㅋㅋㅋㅋ
 
사건은 생일 전날, 27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 임신 9주차, 5주부터 입덧이 심해서 잘 못먹느라고 늘 힘이 없어여...
 
그날따라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삼룡이(고양이) 화장실 냄새가 온 집안에 너무 심한거예여
 
임신하고 나서 톡소플라즈마 때문에 화장실은 남편 담당이었거든요.
 
아침마다 치우던 응가를 안치웠나 싶어서 문을 열고 보니까 깨끗이 치워져있는데...
 
알고보니 응가 냄새가 아니라 탈취제 냄새였어여.
 
남편은 비위가 엄청 약해서(좀비영화를 좋아하나 동시에 음식물 섭취 불가.. 내셔녈 지오그래픽에서 곤충 나오면 채널 돌림)
 
응가를 치우고 탈취제를 4~5번씩 뿌려댄거예여.... 이건 향이 강해서 2번만 뿌려도 충분한데...
 
그렇게 온 집안에 탈취제 향이 둥둥 떠다니는데 그 냄새에 입덧이 도졌나봐여
 
토할거 처럼 울렁울렁울렁 대고 어지럽고 그래서 방에 들어가서 그냥 누웠어요
 
그런데 남편이 와서 하는 말이 친구 외할머님이 돌아가셨다고... 친한 친구니까 당연히 다녀오라고 했어요
 
그래도 내일 내 생일이니까 빡치지 않게 술 조금만 마시고 일찍 와 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술에 취해서 새벽 2시에 들어와서 저를 잠도 못자게 딸꾹질을 해댔죠.
 
결국 잠이 깨버려서 그 새벽 내내 잠을 설치고 퀭한 눈으로 출근을 했더랬죠.
 
출근하는데 배는 너무 당겨서 어디 안좋은가 불안한데, 출근하자마자 상사한테 불려가서 제가 안한 일로 된통 깨졌어여
 
그 상황에 남편은 늦잠 자서 나가는 길이라고^^...(시간 약속 못지키는거 되게 싫어함)
 
괜찮다 괜찮다 마음을 다 잡으면서 일하는데
 
오늘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한다고 안해주는거예여.. 친한 친구들만 연락오고.. 정작 친청 시댁 남편 한테는 없고...
 
허허......저 26일날 남편 넘나 좋다고 보고싶다고 글 썼는데ㅡㅡ;;; 이렇게 뒷통수를 칠 줄이야...
 
남들한테 우리 남편 짱 좋다고 자랑해놨는데 정작 생일을 까먹다니!!!!!!
 
점심도 겨우 먹었는데 다시 얹혀서 죽을 맛이고ㅋㅋㅋㅋㅋ
 
그래도 오후에 친정 엄마랑 동생이랑 아빠가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해줘서 좀 나아졌어여
 
퇴근할 때는 시어머님도 전화 주셔서 주말에 식사약속도 잡았구여
 
남편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이 없더라고여 계속 딴 얘기만 함
 
진짜 속에서 부글부글부글 끓었습니닼ㅋㅋㅋㅋㅋ집에가서 얼굴봐도 모르면 주말에 가방사러 가야지 하고 다짐도 했어여!!!
 
그리고 집에가는데 얹힌게 풀렸는지 너무 배가 고픈데 밥은 못하겠어서 김밥 한줄이랑 사이다를 사갔죠
 
이거 먹고 빨리 자야지.. 하고 김밥을 들었는뎈ㅋㅋㅋㅋㅋㅋ팡!!!하고 터졌어여
 
흩날려라 김밥아!! 하고 터졌어여.. 바닥에 다 떨어짐
 
되는게 없는 날이구만 하고 치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예요
 
진짜 엉엉 울었어요 임신한 것도 싫고 남편도 싫고 몸도 안좋은데 일하는 것도 싫고 이 놈의 집구석도 싫고
 
탈취제 냄새는 아직도 안빠져있고 입덧 때문에 집안일도 못해서 집은 엉망이고 놀아달라고 조르는 고양이도 싫고 다 싫어!!!!
 
이러고 한참 엉엉 울다가 씻고 자러갔어여.. 남편 얼굴보면 더 빡칠까봐 빨리 자려구여
 
그렇게 잠이 들어서 꿀잠 자는데 남편이 전화한거예요 퇴근했다고
 
이미 꿀잠에 들엉간 저는 알겠다고 그냥 오라고 하고 끊었어요
 
한참 후에 남편이 집에 왔더라구여
 
남편: 여보야.. 나 왔어여...
 
본인: (돌아누워 자는 중) 어 그래 나 피곤하니까 알아서 밥 먹고 치워
 
남편: 어 근데 여보야.. 잠깐 나 좀 보면 안될까..?
 
본인: (여전히 뒤돌아누워있음) 나 피.곤.하.다.구.여. 말시키지 말고 빨리 나가
 
남편: 여보양.....
 
하도 채근대길래 돌아누웠더니, 케이크에 촛불 켜고 서있네여
 
근데 1도 감흥 없음.. 이미 빡쳐있으니까... 아니 빡치기에도 너무 지쳤음
 
본인: 어 그래 고마워 케이크 먹을거면 먹고 냉장고에 잘 넣어놔 나 잔다
 
이러고 다시 돌아누우니 남편이 방을 나갔다가 들어옴
 
남편: 여보양....
 
다시 뒤도니까 꽃다발을 안고 서있음
 
남편: 여보가 저번에 꽃다발 왜 안주냐고 해서....(한껏 풀이 죽어있다)
 
본인: 야 내가 내 입으로 안주냐고 하니까 사오냐? 그런거 받고싶지도 않아
 
하고 다시 뒤돌아누웠는데... 1차 귀여움에 당함
 
다시 남편이 나갔다가 들어옴
 
남편: 여보야 나 이것도 해왔어...(목소리 다 기어들어감)
 
이번에는 통 한가득 미역국이 담겨져 있음
 
남편: 이거 진짜 내가 다 만든거야 여보 줄라고 만들었어
 
본인: 고마우니까 알아서 먹고 치워놔
 
이러고 다시 돌아누웠는데 2차 귀여움에 심쿵...!!
 
근데 갑자기 너무 조용한거임.. 뭐지? 왜 조용하지??? 궁금해서 뒤돌아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이 침대 구석에 앉아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죽인 울음있죠? 어깨 들썩이면서 큽..크흡...이러면서 울고있음;;
 
본인: 왜울어??
 
남편: 아니(끅!) 나는(끅!) 나름대로(끅!) 여보 생일 축하할라고(끅!) 노력햇는데(눈물닦고)
 
여보가(끅!) 화내가지구(눈물닦고) 여보 내가 어제 말 안들어서 화났어?(눈물 대방출)
 
여기서 하도 어이 없어서 웃음....
 
본인: 야 그러면 오늘 도중에라도 생일 축하한다고 해야지!!
 
남편: 아니(끅!) 나는(끅!) 여보한테 서프라이즈 해줄라고(엉엉)
 
여보 내가 미안해(엉엉) 말 안들어서 잘못했어(엉엉)
 
하도 서럽게 울어서 용서해줌ㅋㅋㅋㅋㅋ
 
사실 용서해줄것도 없이 그냥 하루 일진이 너무 안좋아서 기분이 안좋았던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자책을 하니 안 안아줄수가 없더라구여...ㅋㅋㅋㅋ
 
결국 남편이 끓여온 미역국 한그릇 먹고 케이크도 촛불 다시 불고 한조각 먹고
 
남편이 써온 편지 낭독 시키고 수고했다고 머리 쓰담쓰담 해줌
 
주말에 시부모님이랑 식사하고 데이트 하러 갈거예여!!
 
여러분 결혼하세여 미친듯이 일진 안좋은 날이 있어도 남편이 있으면 다 괜찮아집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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