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기도에 위치한 식물원에서 일하는 막내가드너입니다.
말이좋아 가드너지 사실은 노가다꾼....
여기다 이런 글 올려도 되나 싶지만.. 일단 하고자 하는 말부터 하겠습니다.
제발 꽃 사진 찍고나서, 꽃 꺽거나 헤치지 마세요.
화단에도 들어가지 마시구요..
제발 부탁입니다.
식물원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입사한지 일주일만에 기숙사에서 야반도주하는 분들도 여럿 있을 정도죠.
그래도 저희가 힘내서 일하는 이유는. 식물들 때문입니다..
요즘 조심스래 봄꽃들이 올라오죠..
눈이 쌓여있을때부터 올라왔던 앉은부채부터, 풍년화, 복수초, 노루귀, 스노우드롭, 크로커스까지.
정말 매일매일 올라오는 봄꽃들을 보며 정말 행복합니다.
아침에 기운없이 일하다가도 새로 핀 꽃들을 보며 하루종일 힘내서 일합니다.
식물원엔 많은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오시죠
그런데 가끔 많은 분들이 포토라인을 넘어서 화단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십니다.
그거 아세요?
생각보다 식물들은 약합니다.
너무너무 여린 그 아이들은 여러분 몇분이 밟은 답압을 견디지 못하고
겨우내 만들어놓은 잎눈 꽃눈을 한번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 생을 마감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이쁘게 핀 복수초 하나 찍기 위해
올 해 꽃 필 수십 수백송이의 꽃을 없애고 있음을 깨닳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말 정말 너무 견디기 힘든 순간은
아침에 새로 핀 꽃을 발견하고 신나서 오후에 다른 직원분들을 대동해서 그 꽃을 보러 갔을때..
그꽃이 꺽여있거나 잎이 다 뜯겨져 있는등.. .훼손되었을때입니다..
아 정말
화가나고 눈물이 날 지경이에요
자신이 찍은걸 누군가 또 찍게 하기 싫으시면
그냥 집에서 화분 이쁘게 기르시고 그것 찍고 숨겨두세요
왜 식물원에서 정말 1년내내 정성스래 키운 꽃을 그리. .... 하아...
복수초같은건요.. 파종하고 4~5년이 지나야 꽃을 볼 수 있어요..
그런아이들이 겨우 올해 꽃을 피웟는데
꼭 그리 하셔야 겠어요?
제발 우리 오유 분들을 그러지 말아요..
아 제가 지금 당직서면서 급하게 쓰는거라 말이 잘 전달이 되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그래도 게시판 성격을 지키기 위해 제가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들 몇장 올려놓겠습니다..
폰카로 찍은거라 맘에 안드시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