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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인생 1
게시물ID : gomin_629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0
조회수 : 41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3/15 21:11:15
1.내 나이 스무 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타오르는 열정 하나만 가슴에 품은 채 단돈 25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이란 걸 했다.그리고 수많은 좌절과 고통과 치욕을 겪으며 입김이 훅훅 나오던 골방에서 근근이 하루하루를 때우며 살아가고 있었다.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새벽에 몰래 나와 주인집 장독대에 있던 묵은 지를 훔쳐먹었고 고추장과 된장을 퍼먹으며 근근이 버텨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어느 날 새벽, 우유를 훔쳐먹을 심산으로 우유 배달원 뒤를 미행하다가 또 다른 좌절감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배달원이 주인에게 직접 건네거나 아님 팔이 닫지 않는 곳으로 까지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이었다.이미 간밤에 훔쳐먹었던 김치와 고추장으로 인해 내 창자는 부글부글 끓고 있던 상황이었다.수돗물을 퍼먹어 보았지만 그 속 쓰림은 정신마저 혼미해 질 정도였고 마치 프로포폴과 아야와스카를 장기 투여와 복용한 환자처럼두 눈동자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고 두 다리는 성수 대교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신을 느꼈다. 그리고 신의 존재에 긍정적 한 표를 던져 줄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길가에서 헛구역질을 하던 노랑머리 소년을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가 마치 인도의 신 비슈누의13번째 아바타라(화신)와 같은 모습으로 온화한 미소를 띠며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뻗고 있었다.당시 내 눈엔 그분의 모습은 예수의 재림이자 석가의 재림이었고 비슈누의 화신이자 브라흐마의 재림으로 느껴 졌었다.그분 뒤로 모습을 보이던 아주머니가 사라스바티로 느껴 질 정도였으니 말이다.아무튼 그분들은 다 죽어 가던 내게 며칠 동안 끼니 걱정 안 해도 될 만큼의 양식을 주셨고돈이 생기면 그때 갚아도 된다는 말씀도 하셨다.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다만 가슴속에선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반드시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다.그리고 몇 해 뒤 그 제기동 골방과 동네를 다시 찾았으나 그분들은 그곳에 더 이상 계시지 않았다.당시 난 내게 은혜를 갚을 기회 조차 주지 않게 한 애꿎은 신을 탓하기만 했다. 아마 신은 나를 탓했을 것이다. 너무 늦게 찾은 네 꼬라지를 탓하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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