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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게 개설기념 본격 장편(掌篇)소설 - 똥 퍼~ 최씨
게시물ID : poop_16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일불이
추천 : 3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3/15 21:43:52

본격 문학을 지향하므로 경어 존칭 생략.

 

 

긴 골목에 추녀를 맞대고 줄줄이 늘어선 나즈막한 집들이 자리잡은 우리동네를

뒤덮었던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퍼질 무렵이면 진양조와 중모리 가락의

중간쯤 되는 가락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있었다.

 

똥 퍼~ ...... 똥 퍼~ 

 

끊일듯 끊이지 않고 높으나 째지지 않는 목청으로 있는듯 없는 듯한 가락은

변비도 설사도 걸리지 아니 한 건강한 똥이 힘차게 그러나 부드럽고 찰지게

엉덩이를 빠져 나오듯 미끈하면서도 당당했다.

 

똥퍼 최씨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면 우리가 온 종일 동네 어른들의 지청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테네스공 축구, 구슬치기, 딱지치기에 숨바꼭질, 말뚝박기 등

가능한 모든 놀이를 다 치르던 종합 경기장인 골목을 포기해야 했다.

 

성질 무섭고 걸리면 무조건 싸대기 한대는 기본인 욕보 장씨 할머니에게

물벼락을 맞고 싸리비에 등짝을 얻어 맞으면서도 사수했던 골목길이지만

똥퍼 최씨 아저씨가 아무리 웃는 낯으로 우리를 대해줘도

골목길에서 벗어 날 수 밖에 없었다.

 

똥퍼 아저씨는 늘 그랬듯 묵은 똥위에 새 똥이 끼얹어져 묻은게 아니라

원래 만들어질때 부터 그렇게 나온 것인양 묵은 고목의 나무껍데기처럼

단단한 똥코팅이 된  장화를 신고  읍내 맞은편 시냇가에서 베어 온 것이

분명한 포플러 나무 막대기에 장터 기물전 김씨네에서 산 플라스틱

똥바가지를 검정고무줄로 단단이 묶어 만든 똥바가지를 사냥총처럼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똥장군 네개가 실린 리어카를 끌며 계엄군처럼

골목길로 진주해 왔다.

 

덜컹대는 리어카 소리가 북장단을 치고 똥퍼를 외치는 코러스가 울러퍼지면

그 소리보다 더 빨리 그리고 그 소리보다 더 멀리 온 동네 푸세식 변소에서

한여름 무더위와 추운 겨울을 견디며 곰삭고 곰삭아 누런 정수만 남은

똥푸는 냄새가 휘몰아쳤다.

 

똥퍼최씨 아저씨는 그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일찌기 우리동네 골목길

푸세식변소의 똥풀 권리를 획득하고 그 똥을 알뜰히 모아

다섯마지기 수박농사를 지었다. 

 

한나절 내 골목길을 돌며 똥장군 네개를 채우면, 먼지 풀풀나는 농로를 따라

밭으로 가서  한구석에 파놓은 똥구덩이를 채워갔다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똥구덩이는 원래 직사각형이었지만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리며 가장자리가

무너져 내리고 부었다 퍼냈다 하는 과정에서 흘린 똥이 더께가 지면서 말라붙어

마치 아이폰의 모서리처럼 둥글고 부드러운 장방형이 되어 있었다.

 

그 날도 우리는 똥퍼~의 첫 악절이 시작되자 마자 냄새지옥 골목경기장을 포기하고

원정경기장이었던 읍내 들판너머의 강둑으로 나갔다.

강에서 멱을 감고 고무신을 벗어 꺽지를 잡고, 모래성을 쌓다가 씨름을 하면서

발광이라도 하듯 또 하루를 열심히 놀고 있었다.

 

노는것도 지치고 점심때가 되었는지 배가 고파와 슬슬 집으로 돌아갈 무렵이었다.

나즉하고 묵직한 부웅하는 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싶더니만 서쪽 산너머에서

커다란 비행기가 예전에 본 적이 없을 만큼 낮고 느리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한대가 아니라 두 줄로 서서 여나믄대나 날아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뛰었다. 비행기 보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한대도 아니고 이렇게 잠자리떼

처럼 커다란 비행기를 보는것은 보통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잘 보려고 강둑위로 막 올라섰을 무렵 거의 우리 머리위까지 날아온 비행기에서

하얀 꽃 같은 것들이 줄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하산 이었다.  정말 아름답고 신비하며 가슴떨리는 풍경이었다.

텔레비젼에서나 보던 낙하산이 우리 눈앞에서 하얀 꽃송이처럼 온 하늘 가득 활쫙 펼쳐져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처음엔 우리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것 같던 낙하산은 보기와 달리 내려오면서 읍내쪽 벌판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다시 뛰었다. 누런코를 늘 달고 다니던 코보 경식이가 고무신이 뒤집어지면서

땅바닥에 자빠지고 무릅이 까졌다고 울건 말건 눈으로 낙하산만 쫓으며 숨이 턱에 닿도록 뛰었다.

 

한참 뛰다보니  앞에서 최씨 아저씨가 이제 굵어지기 시작한 수박에 짚방석을 만들어 주고 있었는지

밭 가운데 서서 우리랑 마찬가지로 낙하산을 보고 계셨다.

 

무리져 떨어지는 낙하산들은 대체로 좀 더 떨어진 들판을 향해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상하게 우리쪽으로 오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낙하산이 내려올수록 철모를 쓰고 총을 맨 군인의 모습이 점점 또렷해 졌고

방향도 점점 우리쪽에 가까워졌다.

 

"아이 아그들아, 니그 다치겄다. 어여 저 원두막으로 들어가그라"

가까워 올수록 엄청나게 큰 낙하산이 무섭기도 하고 최씨 아저씨가 똥 묻었을 손으로

등 떠미는것도 싫어 우리가 밭 한 구석의 원두막 사다리를 기어올라가는 순간

낙하산이 최씨네 밭에 떨어졌다.

이어 최씨 아저씨의 다급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메 어찌까"

그리고 낯선이의 욕지거리가 최씨 아저씨의 말소리를 잘라먹었다.

"아이 18, 이거 뭐야"

 

그랬다. 그 낙하산을 탄 군인아저씨가 넓고 넓은 들판에서 고르고 골라 착륙한

땅은 하필 최씨 아저씨가 애지중지 긁어모은 똥을 모아두는 밭 가장자리의

똥구덩이 위였던 것이다.

미친듯이 달려간 최씨 아저씨가 허둥대며 쫓아갔을때 똥구덩이는 반넘게 하얀 낙하산천에

덮혀 있었고 똥구덩이에 빠져 가슴께까지 잠긴 시커멓게 그을린 군인아저씨는 화 낼 정신도

없는지 어떻게 보면 슬픈, 또 어떻게 보면 막 자다 깬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던 같다.

 

황망한 중에 최씨 아저씨가 내민 똥바가지를 잡고 힘들게 똥구덩이를 벗어난 군인 아저씨는

나오자 마자 미친듯이 걸친 모든것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다른때 같았으면 진짜 총과 철모가 그렇게 눈앞에 굴러다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한번 만져보려고 없는 누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못생긴 누나도 미스코리아로 둔갑시켜

군인아저씨의 환심을 샀겠지만 우리의 빛나는 우상과 보물은 누런 똥이 가져가 버린 날이었기에

우리는 그저 원두막에 선 채로 코나 막고 있어야 했다.

 

밭 옆 수로에 들어가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군인아저씨를 뒤로 하고 최씨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얼른 집에가서 옷 한벌 가져오라고.

 

배가 못견디게 고프기도 했고 심부름도 해야 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마침 밭에 점심을 가지고 나가려던 최씨네 아주머니는 옷 한벌을 챙겨가셨다.

 

그날 저녁 동네 골목앞 구멍가게 평상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낮에 있었던 똥통에 빠진 군인 이야기를 안주삼아 침을 튀기셨다.

그 군인들은 공수부대원들이고 낙하산 훈련 중이었으며 똥통에 빠진 군인은

중사인데 고향은 충청도 서산이라고. 동네 이장이 군부대에 전화를 했더니

부대에서 차가 나와 데려갔다고.  좀 지나서 풀어놨던 탄띠를 안챙겨가서

다른 졸병이 찾으러 왔는데 똥냄새에 코를 싸 쥐고 무슨 뱀 허물 걷어가듯

작대기에 걸쳐서 반은 울면서 가지고 갔다고.

 

** 밭에 만들어 둔 똥구덩이는 몇년 지나면 작열하는 태양을 받아 표면은 아주 단단하게

    굳고 그 위에 잡풀이 자라서 언뜻 보면 아주 평평한 맨땅처럼 보입니다.

    그 두터운 표면아래서 혐기성분해에 의해 똥은 귀중한 거름으로 분해되는 것인데

    이 표면의 형상으로 인해 아주 드물게 맨땅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아

    똥탕을 튀기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아이들이 놀이에 정신이 팔려 이런 일을 당하면 그 아이는 보통 진학이나 취직으로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똥통에 빠진" 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됩니다.

   (타이틀 변경불가, 해제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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