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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과 통진당에 대한 비판적 소고
게시물ID : sisa_3719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10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3/03/16 02:19:42


1. 통합진보당과 구 NL 계열이 대중을 추수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통합진보당은 애시당초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정당입니다. 왜? 통합진보당은 엄연히 구 민족주의 계열과 일부 온건 좌파 + 자유주의 세력의 연합체거든요. 이건 다시 말하면 대중의 어떤 자유주의적 여론 -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노무현의 상징과 그것을 수렴하는 국민 참여당 계열 - 을 추수한 거라고 봐야 합니다. 사실 통합진보당 내에서조차 자신들이 '우경화'되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좌파가 부르주아 자유주의자들과 연대도 아니고 연합해서 통합정당을 창당하다니요?


당연히 통합진보당은 탄생 초기부터 엄청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죠. 저도 역시 과거 민노당 당원으로써(현재는 진보신당 당원이지만) 통합진보당이 출범하기 전부터 계속 비판했습니다.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도 아니고 연합 수준으로 가자면 강령을 그만큼 낮춰야 되거든요. 그러다 어떻게 됬어요? 결국 타협한답시고 강령에서 "사회주의"라는 문구를 삭제해버렸습니다. 당시 민노당은 이미 NL이 장악한 상태였죠. 소수 좌파만이 남아서 싸우다 나갔구요.


다시말하면, NL은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체를 구성함과 동시에 강령을 자유주의자들과 타협볼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었고, 그 결과 어느정도 친노 여론 - 자유주의적 여론을 여타 다른 정당에 비해선 성공적으로 수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거를 위해 대중을 추수했고, 원칙을 폐기한거죠.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추수주의를 싫어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통합진보당의 추수주의는, NL이 숱하게 주장하던 대중인민전선의 논리적 결과입니다. 결국 추수주의에 대한 비판론은 그들이 가지는 인민전선론의 모호성에서 비롯하는거죠.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고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 본질적인 연결고리를 타격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저는 도무지 그들이 보는 '본질적'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중의 반미 여론? 아니면, 대중의 복지 요구? 만약 이런 것들이 본질적인 연결고리라고 하신다면, 이건 과학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당신들이 대중을 추수하고 있다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겁니다.


2. 그런가 하면, NL이 대중을 보는 시각 역시 굉장히 계도화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NL들이 그렇듯, 마치 당원들이 대중들의 효과적 투쟁을 위해 뒤에서 도와주는 듯 묘사하였으나(그것이 일정부분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들이 대중을 보는 시각은 상당 부분 스탈린주의의 그것을 닮고 있다는 거죠. 이미 NL의 문법에서 NL이 지니는 대중론의 일부가 묻어나고 있습니다.


대중은 "세워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왜? 대중은 이미 능동적이기 때문이죠. 대중을 투쟁의 주체로서 "세워내야" 한다고 표현하신다면, 대중의 투쟁 경험 자체를 무시하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대중은 숱한 투쟁의 경험 속에서 혁명적 주체로 "등장"합니다. 그것은 당이나, 특정 카리스마적 인물에 의해 계몽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능동적인 과정인거죠. 


간단히 말하면, 당이 대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당을 선도하는 겁니다. 난 이런 점에서 당신들이 볼셰비키의 경험을 제대로 소화했는지 의문입니다. 수십년간 피땀 흘려 일으켜 세운 진보 운동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당신이 하기 전에, 그것이 "왜" 그랬는지 고민해보셔야 할 겁니다. 진보 운동은 언제나 위기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나마 조직된 노동자들조차 이탈하는 상황입니다. 왜? 당신들이 원칙을 지니고, 대안적 텍스트를 꾸준히 만들어내면서 대중 운동에 개입했다면 이런 이탈현상이 생겼겠습니까? 


3. 종파주의에 대한 약간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종파주의는 자파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비윤리적인 행위조차 정당화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이런 점에서 김일성의 종파 투쟁은 종파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상당부분 악의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NL계가 민노당 내에서 저질렀던 짓들을 생각해보세요. 


자주파의 논리, 즉 민노당 내에 다수파였던 NL(=자주파)은 언제나 기계적 다수결만을 고집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표결에 부치면 자주파가 승리하는 구조였죠. 여기에 평등파 등의 소수파가 끼일 자리가 있습니까? 민노당 내의 패권주의 논쟁은 여기에서 비롯하는 겁니다. 괜히 좌파들이 자주파에 반대해서 나간 게 아닙니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진보신당으로 분당한 좌파들 역시 진보 운동의 대의를 그르치는 종파주의자로 불리워야 할 겁니다. 실제로 저도 그들의 종파적 행태를 비판하긴 했습니다. 자주파의 패권주의에 대해 평등파 역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에 앞서, 당내 민주주의 파괴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이들이 누구였는가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운동의 대의가 절실하고 절박하다 하더라도 당내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즉시 운동 역시 박살나고 맙니다. 왜? 운동은 혁명가들만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원칙조차 사라진 정당에 무슨 기대가 있겠냐는 겁니다.


실제로 여전히 NL들은 진보신당을 향해 때때로 종파적이라고 비판하곤 합니다. 그러나 난 NL들이 그런 소리를 할 면구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가장 종파적인 행태를 보였던 건 NL이었거든요. 당내 패권주의 논쟁을 상기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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