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난 12월초, 밤 열두시경입니다.
동대문에서 종로를 따라 광화문 방면으로 라이딩중 4가 광장시장 사거리에 들어설 즈음 진행신호로 바뀌더군요.
당시 1,2,3차로에는 택시들이 신호대기중이었고 2차로 주행중에 진행신호를 보고 4차로로 차선을 바꿔 스로틀을 열었습니다.
윗차로의 택시들을 추월(정지해 있던 택시들)해 사거리에 진입하는데 반대 차선의 택시가 불법유턴(해당 사거리는 유턴안되는 곳)을 하고 있더군요.
그대로 충돌해 제 몸은 택시를 넘어 떨어졌습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뺑소니는 치지않고 엠뷸런스를 불러주대요. ㅡ.ㅡ;;;
충돌당시 시속 80~90키로정도 CCTV 분석결과로 나오더군요. 약 28미터 거리의 평균치이므로 실제 속도는 이보다 약간 높았을겁니다.
희안하게 충돌당시부터 응급실까지의 기억은 선명합니다. 응급실에서 의사선생이 헬멧끈을 잘라낸 후 기절했던 것 같네요.
사고당시 쇼에이 x-11 풀페이스, 다이네스 고어텍스 쟈켓, 다이네즈 피스톤 글러브, 알파인스타 롱부츠, 가죽바지(이게 참 아쉽습니다. 소프트 패드라도 달린 바지였으면...) 착용중이었습니다.
라이더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시속 90킬로로 맨몸주행중에 정차중인 차량의 옆구리를 정면으로 받는다면 거의 100% 사망이거나 운이 좋아야 반신불수, 식물인간일겁니다.
이하, 외상내역입니다.
1. 골반 골절 - 골반이 상하로 깨끗하게 부러졌습니다. 현재는 파이프로 골반 양쪽을 고정시킨 상태지요.
2. 골반 벌어짐 - 양쪽 골반이 정상치에서 약 14미리정도 벌어졌습니다.
3. 상기 1,2로 인한 고관절 손상 - 고관절이 탈구되었더군요. 역시 파이프로 고정중.
4. 우측 종아리 근육파열 - 어디 부딧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근육이 30cm정도 끊어졌습니다.
5. 좌측 하박 골절 - 아시겠지만 하박에는 뼈가 두갭니다. 두개 모두 골절.
6. 우측 발 신경손상으로 거동불가 - 보조기 없으면 걷지 못합니다. 골반이 손상되면서 해당 신경이 잘려나갔다고 하네요. 돌아오긴 하겠지만 몇년은 걸릴거랍니다. 뭐, 돌아오는게 어딘가요.
7. 하악 골절 - 아래 턱뼈가 부려지고 안으로 밀려들어가 교정치료중입니다. 내년은 되야 죽이나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한 손상이라 느낍니다. 맛집탐방 좋아하는데... ㅜ.ㅜ
8. 기타 자잘한 외상들 - 손가락, 발가락 골절같은건 치지도 않게됩니다.
9. 외상으로 인한 대사이상 증세 - 소변을 석달간 자력으로 못보고 도뇨관을 사용해 빼냈습니다. 지금은 얼추 돌아오긴 했습니다만 이젠 참는게 겁나게 어렵네요. 자다가 종종 지리기도 합니다. 발기불능, 이건 사고후 6개월에서 1년은 지나야 돌아온다니 당분간 스님되겠네요. 우측 대퇴부를 비롯해 골반부위의 우측(우측 고환, 우측 괄약근등)부위의 신경손상. 기타등등
뭐, 대충 이정도 됩니다. 누가봐도 심각한 중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습니다. 헬멧이나 쟈켓 둘중 하나라도 없었으면 아마 죽었을겁니다.
빠방한 보호대가 들어간 바지를 입었더라면 아마도 골반쪽 손상은 좀더 막을 수 있었을겁니다만 후회한들 무엇하리... ㅎㅎ
반년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살았다는 기쁨과 휠체어를 타고있다는 슬픔이 교차하면서 참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골반이 완전히 제자리를 잡고 우측 발의 신경이 돌아오며, 턱관절을 제대로 맞춰 밥을 먹으려면 재활을 앞으로 1년쯤은 열심히 해야겠지만 머리나 허리의 심각한 손상은 없으니 참 다행이지요.
사고는 남일이 아니라는걸 문자 그대로 뼛속까지 느끼게 됐습니다. 어지간히 방어운전한다고 하는데도 한번의 실수로 훅 갑니다. 사고는 언제라도 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라이딩하실때 보호장구는 꼭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