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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산문- 눈은 언제나 그녀를 지켜준다.
게시물ID : readers_4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nakin
추천 : 1
조회수 : 1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15:27:26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는지 머리에 소북히 눈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에게 이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 그를...

갑자기 그녀 앞에서 번쩍이는 선광이 비추었다.

그녀는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했던 16년 전 그 날을 회고한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 부터 너무나 병약해서 거의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5살이 되던 해, 그녀는 부모님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집 밖으로의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집 뒤 쪽에 있는 조그마한 산(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은 언덕)에 올랐다.

 

그 정상에 오른 그녀는

커다란 나무 옆 잔디에 앉아

햇살이 따뜻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장관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러한 경치를 보던 중

갑자기 산에 오르느라 썼던 체력의 소모와 빈혈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머리에는 차가운 손수건이 올려져 있고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있었던 것이었다.

 

깜짝 놀라

그녀가 일어나려고 하니

그가 말했다. "괜찮아~ 조금 더 누워 있어도 돼"

어리게 보이는 그의 외모와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중저음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노을 지는 마을을 그렇게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만약 이 장소에 눈이 내린다면 그건 내가 당신의 대한 그리움으로

 눈의 결정체가 되어 쌓이는 거야~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하지만

 당신는 이걸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텐데..

 함박눈이 내리면 나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께"

 

그는 그녀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말을 되내었다.

 

그는 서서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잘가 ~ "

그녀가 뒤 돌아보니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부모님께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하려 했지만

왠일인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무언가 따뜻했던 기억이라는 것은 잔상으로 남지만

말하려고 하면 어느새 그 기억이 휘발류처럼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있은 후

그녀는 몸이 제법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도시로 이사를 했고,

그와의 추억은 모두 잊은 채

그리고 조금씩 남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16여년의 세월이 흘러간 겨울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는

어느새 눈이 내려 버스 창가에 눈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창가쪽에 앉아 있던 그녀는

창가에 붙어 있는 눈을 보다가

어둠속에서 갑자기 빛이 솟아나는 것처럼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에 대한 생각이 나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 했던 "당신을 기다릴께~" 란 말이 머리속에 울려퍼졌다.

그녀는 바로 버스에서 내려

어렸을 때 살았던 그 동네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헉 헉"

숨을 몰아쉬며

16년전 꼬마시절 올랐던 그 언덕 커다란 나무에

올라가서

그녀는 미친 듯이 그 기억에 쫓으며

그를 찾았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눈을 맞으며 그 자리에 서서

그날 그와 같이 봤던 경치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에 커다란 성광이 반짝하더니

물체 하나가 그녀가 있는 자리로 떨어졌다.

무서웠지만 그녀는 그 물체로 조금씩 다가갔다.

가까이 가본 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기에는 그녀가 애타게 찾던 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예전의 아름답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은 곧 죽을 것처럼 심하게 주름이 잡혀 있었으며

화려했던 그의 옷은 예전의 그 옷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낡고 구멍마저 여기저기 나 있었으며

누구한테 심하게 맞았는지 몸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었다.

 

그녀는 입고 있던 겉옷으로 그를 덮고

그를 흔들었다.

잠시 후 그는 가느다란 눈을 뜨며  그녀의 얼굴에

그 쭈글쭈글한 손으로 볼을 만지며

말을 했다.

"아 소녀...정말 와 주었네..

 나를 잊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그는 조금씩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난 원래 하늘나라에서 일하는 하느님의 비서야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빛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날 하늘에서 일하다 보니 너무나 이쁜 빛이 보이는 거야

 이 빛은 너무 이뻐서 자꾸 신경이 쓰였어 

 그래서 그 빛이 궁금해서 몰래 하늘의 망원경으로 내려다 봤는데

 아주 작은 소녀 그래 너였던 거야.. 근데 그 빛이 너무 약해 곧 없어질거 같더라고..

 그래서 기회를 보다가

 그날 산에 오른 너를 보고 내려갔던 거야..

 너를 보고 오니 얼마 안 있어 하늘에 니가 오는게 안타까워서

 그날 나는 생사부를 뒤져서 너의 수명을 80으로 고쳤어...

 그 일로 나는 곧바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하늘나라의 교도소에 갇혔고

 너를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매년 내 눈물을 눈으로 바꿔서 창 살 사이로 내려보냈어

 혹시라도 나를 기억해 줄까 해서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인 너를 보고 싶다고 하느님께 청해서

 이렇게 내려온거고...."

 

 여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그는 피를 한모금 입밖으로 뿜어냈다.

 "그...그래도 이렇게 이쁘게 자란 것만 봐도

  나는 여한이 없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던 그녀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안돼...이렇게 만났는데...이렇게...갈 순 없어"

 

 그는 사랑스런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슬퍼하지마...내 육신은 여기까지지만 난 눈이 되서

  언제나 너를 지켜볼꺼야.."

 

 이윽고 그는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눈을 감았다.

 그가 죽자 그의 시신은 노란색으로 빛이 나며 사라져 갔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오열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어느날 그녀는 아이와 함께

 그 산을 다시 올랐다.

 그 날도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매년 여기에 오는 거야?"

 그녀는 추억에 잠기듯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엄마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기다리니깐"

그녀와 아이 머리위에

눈은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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